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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홍라희 사임

삼성 경영쇄신안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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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호 이우인⁄ 2008.04.28 17:15:40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4월 22일 발표한 경영쇄신안에는 삼성의 ‘안방마님’ 홍라희 여사의 리움 관장직, 삼성문화재단 이사직 사임이 포함돼 있어 미술계에도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검수사 과정에서 일부 확인된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규모는 2005년부터 2년 간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통해 서미갤러리에 지급된 미술품 구매대금이 114억 원,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제갤러리에 입금된 수표도 1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차명계좌에서 빠져나간 미술품 구매대금이 다른 화랑이나 경매사에도 일부 흘러간 흔적이 발견됐다. 홍라희 관장은 국내외에서 인정하는 한국 미술계의 거목이자 컬렉터였다. 또, 월간 미술지 ‘아트프라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년 연속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인물’ 1위를 차지할 만큼 미술계에서 위상이 높은 인물이다. 그의 사임은 앞으로 국내 미술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쇄신안에는 “특검수사 과정에서 삼성가 미술품 구매 등의 자금원인 4조5,000억 원대의 차명계좌 자금을 실명으로 전환하여 공익목적에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이로써 앞으로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이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에 쓰이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 홍 관장의 컬렉션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품 구매로 큰 곤욕을 치렀으니 당분간 삼성가의 미술계 활약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리움과 거래했던 소수의 화랑들은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계에서는 “리움은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고가의 희귀 작품을 불황기에도 꾸준히 구입해 해외 유출을 막는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미술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반응이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삼성특검 이후 미술품의 옥션 거래가 경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거래도 원활하지 않고, 1억 원 안팎의 고가작품 거래는 거의 정지된 상태. 현재 옥션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대는 1,000만~3,000만 원대가 주를 이룰 뿐, 고가 미술품 구매에는 재력이 받쳐주는 기업 미술관에서도 눈치를 보느라 주춤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이 국내 작가의 미술품은 거의 사지 않았던 만큼 국내 경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경영쇄신안 발표로 삼성 사태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도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특검을 통해 일반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져 경매시장이 오히려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미술협회 노재순 이사장도 “미술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눈여겨볼 만큼 미술계의 붐이 살아났다”면서 “앞으로는 삼성이 우리 문화를 위해 국내의 재능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많이 구입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미술시장의 구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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