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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꺼라”…하지만 아이들이 본다

케이블 방송에서 ‘간판급’ 대우 받는 성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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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호 이우인⁄ 2008.05.06 15:28:21

지난달 21일 대구 모 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중학생과 고학년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교정의 외진 곳으로 유인한 여학생들이 달아나려 하자 손목을 잡아 누르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고학년생들이 저학년생들을 위협, 성폭력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달 30일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부터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란물에 노출된 남자 아이들이 이를 보고 따라 하는 행위를 동성 간에 시작해 상급생이 하급생을 성적 학대하는 등 강제 추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어, “6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상급생들이 음란물 내용을 모방, 3~5학년 남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성기를 만지게 하고 항문 성교를 강요하는 등 변태성 음란 행위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상급생)은 하급생에게 음란 동영상을 억지로 보여주고 동성 간 성행위를 강요한 뒤 거부하면 폭행하고 집단 따돌림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성폭행 피해자 중 일부는 가해 학생들과 함께 다른 남·여학생을 추행하고 성폭행을 하는데 가담해 ‘성폭력이 성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부분의 가해 학생은 ‘맞벌이 부모 가정’ 출신으로, 부모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음란물을 본 뒤, 이를 모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해당 학교의 한 교사가 성행위를 흉내 내는 학생들을 발견, 상담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당시 조사를 통해 성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학생은 40여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5월 1일 밝혔다. 또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책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어린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강 대표는 “이번 사건의 주범인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원인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벗기고 또 벗기고”… ‘알몸’ 케이블 방송이 대세 요즘 케이블 드라마·쇼·오락 프로그램이 인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방송은 ‘공중파’에 중독된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시청자들에게 케이블 방송은 ‘공중파의 대타’인 2군으로 분류됐다. 케이블 방송 하면, ‘공중파의 재방송, 갈 곳 없는 연예인들의 놀이터’쯤으로 오랜 시간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케이블 방송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톱스타를 쉽게 볼 수 있고, 오히려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던 스타의 솔직하고 색다른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또, ‘출생의 비밀’ ‘시한부 사랑’이 일색인 공중파에 비해 드라마의 소재도 다양하고 표현에 제약이 없어 많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방송을 찾는다. 이들 방송의 인기 여부는 인기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곧장 확인할 수 있는데, 요즘은 케이블 방송과 관련한 콘텐츠나 스타가 검색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해 공중파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케이블 방송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가 공중파보다 창작이 자유롭다는 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창작의 자유’ 때문에, 밤늦은 시각에 아무 생각 없이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다 기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녀의 성교장면을 그대로 담은 영상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 성인 프로그램 신청한 적 없는데…”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채널을 확인한 뒤 안도한 적도 있다. 채널 CGV, OCN, 슈퍼액션, ETN 등 대부분이 국내 케이블 시장에서 시청률 선두권을 다투는 유명 방송 채널의 프로그램이었다. 최근 시청률 경쟁에 나선 케이블 방송은 성교육(?)을 비롯해, 성관계, 성도착, 성범죄 등 성 전문 방송국이 되겠다는 양 서로 “더 아찔하게, 더 강하게, 더 뜨겁게(CGV채널 <색시몽 리턴즈>의 슬로건)”를 외치며 노출과 성애 장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시청률을 경쟁하는 사이에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그들의 밥그릇 싸움’에 동참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저기 성인 방송… 몰래 볼 때가 좋았는데” 케이블 방송,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제작과 연기력에서 공중파에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 선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매주 수·목요일 오전 9시, OCN에서 방송되는 아침(?) 드라마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기획 의도는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에 대한 솔직한 사건들을 ‘영화관’이라는 은밀하고 기묘한 기방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사극형식의 드라마로 재구성한다.(중략) 실생활에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는 한의학 정보와 성교법, 체조법에 관한 지식을 기녀라는 신비하고 은밀한 조교(?)들의 시범을 통해 미학적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다”로 설정하고 있는데, 특히 ‘성교법’과 ‘은밀한 조교들의 시범’이라는 말에 저절로 눈이 간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화려하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씨는 <사랑하는 사람아> <90일 사랑할 시간> <불꽃놀이> 등 공중파의 인기 드라마를 연출했고, 작가 두 명도 공중파의 인기 시트콤과 오락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이 드라마는 이일화, 최필립, 이계인 등 유명세 있는 배우들과 케이블 성인물 장르에서 큰 인기를 모은 ‘가슴 큰 섹시 미녀’ 서영도 출연해 공중파 드라마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같은 채널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8부작 TV 무비 <직장 연애사>에는 신이, 옥주현, 정준하, 김지우 등 인기 있는 젊은 톱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하지만, 에피소드들의 제목을 보면, ‘옛 남자 까내고 새 남자 꼬시는 법’(1화), ‘여자상사 해먹기 너무 힘들어’(5화), ‘미치겠다. 내가 어젯밤 누구랑 잤지?’(6화), ‘남자 출장 로망-묘령의 여인과 하룻밤 보낸다’(7화)로 삼류 에로 영화 제목을 표방한 것처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CJ미디어 계열의 영화 전문 채널 CGV의 인기 드라마 <5Girls 란제리>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번 시즌에서는 시즌1,2에서 다섯 여성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은 순진한 남자 주인공이 란제리 회사에 입사한 뒤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5Girls 란제리>의 여자 주인공 5명은 모두 섹시 화보·레이싱 모델 출신으로 ‘S라인 몸매’는 기본이며, 시중에서 구입하기 힘든 섹시한 속옷 차림으로 관능미를 맘껏 뽐낸다. 게다가 변녀(여자 변태)도 등장하는데, 이 변녀는 “심각한 밝힘증 환자이자, 노출증 환자로 신체 중 다섯 부분 이상 노출이 되지 않으면, 마녀 수준의 발작이 시작된다”라고 해당 사이트에 소개돼 있다. 변녀 역을 맡은 임지영 씨는 2006년 월드컵 당시 특이한 의상으로 ‘똥습녀’라 불리며 세간의 화제가 된 인물이다. 매주 수·목요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CGV채널 4부작 럭셔리 섹시 코미디 <색시몽 리턴즈>는 ‘섹시하고 엽기 발랄한 새내기 탐정 미녀 삼총사의 좌충우돌 성범죄 해결기’를 다루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녀 자밀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길다 역의 주무기는 “뇌쇄적인 눈웃음과 도발 S라인으로 도망치는 범죄자 멈춰 세우기, 유혹적인 몸짓으로 남자 꼬시기”로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1부에서 첫 등장하는 자밀라의 샤워 신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케이블 제작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언어와 노출에도 선정성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 12시 케이블 채널 ETN에서 방송되는 <남자 사용설명서>는 이성을 구입(연애와 결혼)하기 전에 꼭 봐야 할 기본 상식(?)을 남녀 게스트들이 출연해 토크 형식으로 풀어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숫처녀를 감별하는 방법’ ‘남자들이 헤어진 전 애인에게 전화하는 진짜 이유’ ‘호빠(호스트 바) 가서 제품(남자)들을 데리고 노는 법’ 등 민망한 단어가 오가는 진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시청자는 <남자 사용설명서> 시청자 게시판에 “채널을 돌리다 가끔 보긴 했는데, 볼 때마다 출연자나 연출자나 무슨 생각으로 방송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비난했으며, 또 다른 시청자는 “사회문제를 취재해 고발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MC를 맡은 여자들이 호빠에 놀러가서 즐기는 모습을 방송국이 앞장서서 보여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항의하면서, “자극적이고 얄팍한 술수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 하지 말고 정상적인 방송을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어른들만 보란 법 있나?”… 성인물에 노출된 미성년자들 “남편은 대리운전, 저는 오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갈비집에서 일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남자 아이 둘을 두고 있구요. 내 아이들이지만 정말 착해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얼마 전에 아이들이 저를 기다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이것들이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성인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어찌나 놀랐던지…. 화가 나 TV를 없애자니 늦은 밤 아이들이 엄마를 찾을까 걱정이고, 그냥 놔두자니 아이들이 성인방송을 볼 것이 또 걱정입니다.”(경기도 수원시 주부 이모 씨) 최근 이런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 비디오방에서 야한 비디오를 빌리거나 인터넷에서 섹스 동영상을 보는 일은 성인신분과 돈이 필요한 일이라 그나마 안심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돈을 안 내도 웬만한 케이블·위성 방송에서 보여주니, 부모들은 혹시나 내 아이들이 볼까 전전긍긍이다. ‘19금’ 시간대에 편성했다지만, 성인 드라마 대개가 밤 11시를 전후해 방송된다. 이모 씨처럼 맞벌이로 부모가 저녁 늦게 귀가하는 가정의 아이들 혹은 늦게까지 밤새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성인 드라마’는 잠을 깨우는 묘약으로 작용하곤 한다. 케이블 TV 뿐만 아니라, 인터넷 음란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19금’에 해당하는 단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인증하는 화면이 뜬다. 미성년자와 성인을 가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성인임을 입증하면 “에로 영화는 저리 가라” 하는 수준의 고품격(?) 성인물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큰 문제다. H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중파에 비해 케이블 쪽에는 심의 기준이 느슨하게 적용돼 왔다”며, “우선, 케이블 방송의 심의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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