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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외판원 세계적 성악가로 거듭나다

폴 포츠 내한공연 감동의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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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호 이우인⁄ 2008.05.13 16:45:45

휴대폰 외판원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우뚝 선 폴 포츠(Paul Potts·37)가 한국에 왔다. 지난해 6월 폴 포츠는 영국의 노래 경연 대회인 ITV1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프로그램 예선 무대에 섰다. 이 프로는 노래 실력을 겨뤄 일반인을 일약 스타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하지만, 꼬마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참여한다는 대목에서 ‘아메리칸 아이돌’의 성격과 차이가 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독설과 혹평으로 참가자의 눈물을 쏙 빼놓기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날 폴 포츠는 “희한한 사람 다 나왔네”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사이먼을 웃음 짓게 만드는 감동의 무대를 선보인다. 폴 포츠가 출연한 예선 무대 동영상은 9일 만에 1,000만 명 이상이 클릭해 유튜브(미국의 유명 동영상 사이트) 사상 최고의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백만 국내 네티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예선전 이후 폴 포츠는 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결국 대회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예선전을 치른 지 2달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7년 8월 초에 그는 자신의 노래 소리가 담긴 첫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눌한 말투와 외모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자란 폴 포츠. 그러나, 오페라를 향한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은 자비를 들여 이탈리아의 오페라 학교를 오가며 직업 오페라 가수를 꿈꾸게 했다. 하지만, 각종 질병으로 몇 차례 수술까지 거쳐야 했고, 2003년에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쇄골까지 부서졌다. 많은 성량이 요구되는 오페라 곡을 부르기에 폴의 몸은 질병과 사고로 너무 지쳐 있었다. 결국 오페라를 접고 휴대폰 외판원이 됐지만, 포기할 수 없는 오페라 가수의 꿈에 재도전했고, 우승을 통해 그의 열정과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폴 포츠가 우리에게 자신의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내한했다.

5월 1일 오후 폴 포츠는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등장, 지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었던 감동의 전율을 이어갔다. 폴 포츠의 의외로 준수한 외모에 놀란 기자는 “듣기로는 못 생겨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던데, 지금 당신을 보니 그 말이 어이없군요. (내가) 여자라면, 지금 당장 데이트를 신청할 정도로 멋있어요. 폴”이라고 치켜세웠다. 폴 포츠의 얼굴에서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교정한 치아를 자랑이라도 하듯 희고 반짝이는 이를 드러냈다. 더 이상 지난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 예선전 무대 위의 자신감 없던 폴 포츠가 아니었다. 하지만, 폴의 천진난만함, 순수함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았다. 폴 포츠 내한공연(Paul Potts 2008 Concert in Korea)은 5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이화여자 대학교 대강당)에서, 5월 7일에는 부산(KBS 부산홀)에서 나흘 간 펼쳐졌다. 특히, 이번 공연은 폴 포츠가 수익금의 10%를 북한의 결핵 아동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다이아몬드입니다” 감동의 콘서트 현장 세간에서는 폴 포츠의 성공을 두고 “그의 남다른 외모가 재능을 죽였다”라는 호평과 “인기 프로그램이 또 한 명의 일반인 스타를 만들었다”는 혹평으로 양분된 평가를 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지 2달도 채 안 돼 나온 폴의 데뷔 앨범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폴은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후자의 혹평을 불식시켰다. 폴의 목소리에서는 안정감과 추진력이 느껴졌다. 생전의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서 느꼈던 ‘믿음’과 흡사하다. 이것은 노래 잘 하는 가수들에게서도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국내의 가수에 빗대어 보자면, 저음의 안정감을 지닌 박효신, 고음의 바이브레이션을 기막히게 소화하는 김범수 정도는 되어야 줄 수 있는 감정이다.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실수할 것 같다”는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파바로티는 세계 3대 테너(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로 꼽힌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듣던 관객도 파바로티가 마이크를 잡으면, 편안한 자세로 노래 감상에만 열중할 수 있다. 파바로티의 표정과 거침없이 뻗어 올라가는 목소리는 언제나 당당해 좋았다. 폴은 파바로티가 작고하면서 남기고 간 유산처럼 느껴진다. 파바로티에 비해 비주얼은 형편없지만, 폴의 목소리에서는 파바로티가 쌓아 온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동양적인 한(恨)’이 서려 있다. 폴의 노래에서는 그의 힘들었지만 이겨내리라는 열정으로 가득한 삶이 녹아 있다. 폴은 노래할 때마다, 매번 곡과 자신의 인연을 설명했다. 영국식의 딱딱한 영어로 설명을 하는 바람에 상당한 부분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나는 기억합니다”라고 여는 말문으로 그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김은경도 함께 했다. 특히, 폴과 김은경이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libramo)를 듀엣으로 부르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높은 호응을 보냈다. 김은경은 “폴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다. 폴은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폴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 공연이 꿈을 잊은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폴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 준결승전에서 부른 ‘Time To Say Goodbye’(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고 폴이 퇴장을 한 후에도 관객들의 ‘앵콜’을 외치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자, 폴은 벅찬 마음으로 나와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해준 곡 투란도트의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멋지게 불렀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 예선전에서 폴의 노래를 들은 후 여자 심사위원인 아만다 홀덴이 그를 이렇게 극찬한 바 있다. “우리는 지금 막 작은 석탄 하나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그것은 이제 곧 다이아몬드가 될 거예요.” 하지만, ‘노래하는 일’을 시작한 지 불과 1년도 안 된 폴 포츠의 환상적인 공연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다이아몬드였음을 보여주었다. “폴!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요”기자회견 인터뷰 현장 ◑ 한국엔 처음 온 것으로 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면서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땠나? “이곳까지 오는 길에 보니, 강이 끝없이 길어 놀랐다. 도착하여 호텔 안을 잠깐 돌아봤는데, 산과 도시가 잘 어우러져 평안한 느낌이 들었다.” ◑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실감 날텐데,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나온 후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엔 몇 곳 되지 않는 나라를 오가며 일을 했는데, 이제는 많은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 ◑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후, 처음 콘서트에 섰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게 그런 기회를 준데 대해 너무 감사했다. 기회를 받은 만큼 내가 열심히 해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팬들이 내 노래도 많이 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 앨범 타이틀 ‘ONE CHANCE’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좌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폴 포츠 자신의 이야기인가? “꿈을 포기하고 싶던 적도 있었지만, 한 번의 기회(브리튼스 갓 탤런트 출연)로 지금 이런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기회였기 때문에 앨범 제목을 ‘ONE CHANCE’라고 지었다.” ◑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정글북에 ‘IF’라는 시가 나온다. 그 시는 “인생을 사는 동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가 말하듯이, 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회가 작더라도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내가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 앨범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 “정말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굳이 고르자면, 1번 트랙인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이 곡을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도 설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간다. 두 번째로는 ‘Caruso’(카루소)다.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 아름다운 곡이다.” ◑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 불렀을 때와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노래했을 때 언제가 더 떨렸나? “7년 전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했을 때가 생애 가장 떨리고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파바로티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오페라 가수다. 특히, 더 떨린 이유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였다. 당시 교통사고로 2년 정도 노래 연습을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 이번 공연 수익금의 10%를 북한 결핵 아동 어린이 돕기에 기부하는데, 그 동기가 궁금하다. “결핵은 100% 예방·치료할 수 있는 병임에도 선진국인 영국에서조차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이 병에 대해 교육을 받고, 완치를 위해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면 결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후원하게 됐다. 내 작은 도움으로 아이들의 병이 나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북한의 결핵 아동들에게 너희들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고 늘 우리가 곁에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마음가짐이 다를 텐데, 이번 내한공연은 어떤가? 또, 자신의 목소리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성장하면서 한 번도 노래하는 일을 멈춘 적이 없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와 병으로 아팠을 때를 제외하고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연 프로그램이 모두 같아 보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모두 다른 공연이다.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처음 하는 느낌으로 노래한다. 특히,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조화가 돋보이는 공연이 될 것이다. 뮤지컬과 오페라가 잘 어우러진 공연이므로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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