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10여일 앞둔 5월 22일 그 동안의 ‘실정’을 사과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세 차례나 고개를 숙이면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축산 농가 지원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데 당혹스러웠다”며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 아팠다”고 자탄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어린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가 가슴 아팠다기보다는 ‘광우병 괴담’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가슴 아팠을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등장한 이래 소위 ‘인터넷 괴담’이 온라인의 무한공간을 횡행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역기능의 폐해를 양산해 온 전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광우병 괴담’처럼 정부 정책과 맞물려 전 국민을 광풍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무차별 살포요, 융단폭격이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고삐 풀린 미친 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 쓰나미에 이명박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광우병은 유전자가 취약한 한국인의 95%가 걸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며 악수만 해도 옮긴다”는 터무니 없는 공포탄이 등장하더니, “MB가 독도를 포기했다”는 허무맹랑한 신종에 이어, ‘인터넷 종량제’와 ‘상수도 민영화’를 변조한 각색괴담까지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인터넷을 정책홍보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에 무력한 존재임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괴담 파문이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이명박 정부에게 마땅한 대응책이 과연 있을까 하는 우려에 있다. 인터넷 괴담은 바이러스를 닮아서 면역성이 떨어지거나 발생조건만 맞으면 언제나 기습적으로 창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염병을 예방하듯 인터넷 괴담에 대해서도 예방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정부의 안정된 정책수행에 앞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첫째로,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국민 의견의 충분한 수렴과 투명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정책의 내용과 절차에서 범국민적 검증을 철저하게 거른다면, 충분한 합의과정에서 도출된 정책 결정에 괴담 따위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 질병으로 치자면 예방주사를 놓는 셈이다. 둘째로, 정책 결정 과정에는 야권과 이해집단과 반대세력을 참여시켜 충분한 설득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국정에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 이번의 광우병 파동도 독선적 결정과 폐쇄된 절차가 낳은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병은 소문 내야 고친다”는 역설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셋째로, 네티즌의 윤리의식 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시민이 시민사회에서 적정한 교육을 받고 윤리의식과 도덕심을 갖춘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듯이, 네티즌에게도 윤리적인 책임과 의무가 절실한 시점이 되었다. 네티즌은 별종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네티즌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상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감성에 내몰려 거리로 나서는 부끄러운 자화상도 지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