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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인’의 희노애락을 느껴보세요

한일 공동제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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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이우인⁄ 2008.05.26 13:31:47

일본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손꼽히는 정의신의 신작 <야끼니꾸 드래곤>(연출 양정웅)은 예술의 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 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한일 공동으로 제작한 연극이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열린 1970년을 전후한 2년 간, 간사이 지방 비행장 근처에 재일교포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한국식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을 운영하는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가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전개된다. 서로 자식을 데리고 재혼한 재일교포 가족과 손님들이 그려내는 당시의 고민들과 일상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일등공신은 리얼리티를 최대한 잘 살려준 한일 배우들이다. 신철진, 치바 테츠야, 고수희, 박수영, 주인영 등 한일 양국의 배우들은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오사카 한인마을을 답사했으며, 연습 중간중간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이 들려 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와 오사카 지방 방언 지도를 받으며 실감 나는 무대를 준비했다. 많은 양의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며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는 한국 배우들과 섬세하게 앙상블을 만드는 일본 배우들의 조화도 볼거리다. 특히, 4월 17일부터 27일까지 일본 신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야끼니꾸 드래곤>을 통해, 재일교포 1세 아버지 김용길 역의 신철진과 어머니 영순 역의 고수희는 풍부한 감정과 사실적인 연기로 일본 관객과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4월 22일자 신문에서 “재일 한국, 조선인의 전쟁의 기억이자 지금도 존재하는 차별. 그런 무거운 테마를 다루고 있으나 경쾌하다. 서정적인 추억과 상실의 시가 뒤섞여 있으며, 그 전개에 해외명작의 분위기가 곳곳에 보인다. 웃음과 눈물 속에 생각나게 하는 연극이다”라며 극찬하고 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 실컷 해주겠다 ‘유미리’와 함께 재일교포 작가의 존재를 우리에게 각인시킨 작가 정의신이 태어난 집이 있던 자리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히메지 성 돌담 위, 즉 국유지였다. 그런데 제 2차 대전 후 땅을 잃은 가난한 사람들이 제멋대로 판잣집을 세워 살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하게 됐다. “양쪽에 다 속해 있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존재가 ‘재일’(在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안 역시 전쟁이 끝난 후 토지를 갖고 있지 않은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이 사는 곳에 임의로 집을 세우고 정착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국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샀다고 주장했는데, 그러한 내용은 작품 속 ‘용길’의 대사에도 나옵니다. 현재 저희 집은 극중 상황과 동일하게 철거돼 공원이 됐어요. 이 작품에는 제 가족의 실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 <야끼니꾸 드래곤>이 공연됐을 때, 작가는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이고 거의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인 이 작품이 어떻게 일본인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한류 붐’이라 해도 그것은 재일 한국인의 머리 위를 뛰어넘은 것이고,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이웃과 다름없는 재일 한국인을 돌아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인들이 어차피 재일 한국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니까 실컷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반 정도는 ‘악의’를 담고 <야끼니꾸 드래곤>을 썼으며, 제발 재일 한국인들을 이해해 주십시오”하는 소원을 담고 연출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과 달리 <야끼니꾸 드래곤>의 막이 오른 후, 일본인들로부터 열광적인 호평을 받았다. 많은 일본 관객들이 이 작품을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가족 이야기로 받아들여 준 것이다. ■‘고기 한 점’ 버릴 수 없는 ‘신기만점’ <야끼니꾸 드래곤> “이번 작품이 양국민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재일 한국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 주기를 기원합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특한 <야끼니꾸 드래곤>의 연극 무대. 전쟁의 참혹함이 지나간 가난하고 지저분한 동네를 한 곳에 옮겨놓은 듯, 무대 세트가 이 작품의 분위기를 단번에 설명해 준다. 이제껏 국내 연극에서 보기 힘들던 입체적인 무대 세트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제목인 ‘야끼니꾸’는 일본에서 ‘불고기’, ‘야끼니꾸 드래곤’의 간판에 적힌 ‘ほろもん’은 한국어로 ‘곱창’이라는 뜻이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극의 리얼리티를 심각할 정도로 잘 살렸다. 실제로 배우들은 불판에서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굽는 연기와 냄새가 관객의 눈과 코를 자극한다. 또, 테츠오와 윤대수의 주량 싸움에서 그들이 마시는 술을 대신한 하얀 액체는 두 사람의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다. 무대 한켠에 마련된 수도 시설에서도 실제 물이 힘차게 쏟아져 리얼함이 극에 달했다. ‘한일 공동제작’ ‘양국 배우 공동 출연’이라는 말에 과연 이 연극을 어떻게 봐야 재밌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일본어와 한국어가 오가는 횟수가 반복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막이 없이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배우들의 절묘한 대사 타이밍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여러 번 연습을 반복했더라도 모르는 외국어에 감정을 담아 대사를 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누가 정말 일본인이고 한국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재일교포’스러웠다.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의 4계절 1960년대 말 일본 간사이(오사카) 지방. 언제나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가득하고, 한국말과 관서 사투리가 섞여 시끌벅적한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 <야끼니꾸 드래곤>의 주인인 김용길(신철진)은 태평양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고, 한국전쟁에서 아내를 잃었다. 그 후 현재의 아내 영순(고수희)을 만나 전처와의 자식인 시즈카(아와타 우라라), 리카(우라베 후사코), 영순이 데려온 미카(주인영), 영순과의 사이에서 낳은 토키오(와카마츠 치카라)와 함께 살고 있다. “봄SPRING” - 어느 봄날 해질 무렵, 둘째 리카와 테츠오(치바 테츠야)의 결혼 축하연을 앞두고 가족들과 단골손님인 오신길(슈 겐지츠), 그의 친척인 오일백(김문식), 밴드를 하는 아베(박승철)와 사사키(야마다 타카유키), 그리고 셋째 미카가 일하는 클럽의 지배인 하세가와(쇼후쿠테이 긴페이)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시청 직원의 건방진 태도에 화를 낸 테츠오가 시청에서 결혼신고서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결혼은 바로 성사되지 않고 리카와 테츠오는 다투며 들어온다. 결국 테츠오가 리카에게 사과하지만, 사람들은 테츠오가 여전히 첫째인 시즈카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SUMMER” - 여름이 오고, 국유지 불법 점거 논쟁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용길은 자신이 당당하게 돈을 내고 이 땅을 샀음을 주장한다. 셋째 미카는 점점 하세가와와 사랑에 빠지고, 첫째 시즈카는 한국에서 온 새로운 손님인 윤대수(박수영)와 가까워진다. 둘째 리카와 테츠오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테츠오는 시즈카와 대수의 사이를 질투한다. 그러던 중 리카는 일본어가 서툰 신길의 친척 일백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가을AUTUMN” - 얼굴에 상처가 난 토키오로 인해 용길과 영순은 걱정이 끊이지 않고, 갑작스레 등장한 하세가와의 부인인 미네코로 인해 미카는 충격을 받는다. 일백과 리카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테츠오는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며 시즈카에게 이뤄지지 못한 자신들의 관계를 안타까워하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겨울WINTER” - 하세가와는 미테코(미즈노 아야)와 이혼한 후 미카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용길에게 찾아오고, 테츠오는 시즈카와 대수가 약혼 발표를 하기로 한 날, 북한으로 떠나겠다고 이야기한다. 용길은 토키오가 다니는 일본 사립학교에서 토키오를 유급시키기로 한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토키오는 늘 그렇듯 지붕 위로 올라간다. 미네코의 동생이자 시청 직원인 수미코(미즈노 아야)가 강제 철거와 관련해 곱창집에 찾아오면서 일은 더욱 복잡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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