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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같은 연기자로 오래 남고 싶어요”

색을 입는 신인 배우 ‘양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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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호 이우인⁄ 2008.06.03 11:02:49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좋아요. 얼마 전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이슈가 됐을 때, 순자, 춘자처럼 소위 촌스러운 이름들이 각광을 받았잖아요. 사실, 주인공이 아니면, 그 많은 사람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기 힘들거든요. 근데 제 이름은 한 번 들으면, 모든 분들이 기억하더라구요.” “혹시, 일본인이세요?” “아니요.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일본인처럼 생겼다는 말 참 많이 들어요(웃음).” 신인 연기자 양출(28)과의 첫 대면이다. 자그마한 체구, 갈색 샤기 컷, 치렁치렁 치장한 현란한 액세서리,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디자인과 색상의 의상 등 외모만 보면 영락없는 일본인이다. 하지만, 대구 출신이라고 밝힌 양출의 할아버지는 서당의 근엄한 훈장님이셨단다. 한마디로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의미. ‘양출’은 최근 아침 드라마에서 시청률 1위를 올리고 있는 SBS-TV 드라마 <물병자리>에서 본명인 ‘김양출’로 출연, 극의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신인 연기자이다. 양출과 만난 곳은 서울 홍대의 야외 테라스가 고풍스런 카페. 카페를 지키는(?) 지배인의 강아지를 보자마자 양출은 강아지를 덥석 안으며 어린아이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질투심 많은 ‘외동딸’답게 사람들의 관심이 강아지에게 기울 때면, “아무도 나한테는 관심 없구나”라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앳된 모습이 MBC-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꽈당민정’ 서민정을 많이 닮았다.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보다 신이 씨를 닮았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구요”라며 특유의 또박또박한 말투로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가족연애사’를 찍고 나서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냥 농담으로 웃으면서 한 이야기가 타이틀로 대문짝만하게 올라간 거예요. ‘아빠가 제 가슴 예쁘대요. 베드 신 원 없이 해요’라구요. 얼마나 놀랐던지….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인을 죽이시려는 거예요?’라고 항의를 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기사 때문에 제 이름 ‘양출’이 네이버에 등록됐지 뭐예요(웃음). 남자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클릭을 많이 했대요.” 양출은 솔직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며 지난 일을 곱씹기도 했다. 이처럼 그녀와의 대화는 ‘양출’이라는 편안한 이름만큼이나 부담이 없었다. ■ 본명이 김양출인가? 놀림을 많이 당했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어요. 정말 원망 많이 했어요. 제 사촌동생들 이름은 김석생, 김새출이거든요. 그래도 얘들은 남자라 그런대로 괜찮죠. 근데 저는 얼마나 놀림을 받았겠어요. 학창 시절 별명이 ‘출출해’ ‘양곱창’ 등이라 예쁜 별명은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이름이 특이하니 언제나 선생님들의 지목 대상이 됐구요. 특히, 공포의 수학시간이면 어김없이 불려나가 문제를 풀어야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김승미’라는 평범한 이름을 예명으로 삼았죠. 근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양출이라는 이름이 점점 마음에 들었어요. ‘날릴 양’에 ‘출출할 출’로, ‘널리 알린다’는 뜻이거든요. 느낌이 좋죠? (‘양출’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기획사에 있을 때 다른 예명을 하나 지어야 했어요. 그러다 ‘양출’이 본명인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름이 꼭 중국이름 같기도 하고 기생 이름 같기도 하고 또 코믹한 캐릭터를 부여하면 코믹한 이름이 될 것 같아서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양출’로 다시 태어난 거죠(웃음).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좋아요. 얼마 전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이슈가 됐을 때, 순자, 춘자처럼 소위 촌스러운 이름들이 각광을 받았잖아요. 사실, 주인공이 아니면, 그 많은 사람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기 힘들거든요. 근데 제 이름은 한 번 들으면, 모든 분들이 기억하더라구요.” ■ 꿈이 배우였나? 연기자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공부는 못했지만요. (어떤 과목을 잘했나?) 도덕이요(웃음). 청운대학교에서 ‘방송연기학’을 공부했는데, 지금 SBS 드라마국의 구본근 국장님이 저희 학교 교수님이셨어요. 교수님이 저를 인도해 줬기 때문에 SBS 특채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드라마국에 아는 연출자 분이 많아서 ‘몇 장면만 나와 달라’는 부탁에 드라마 연기를 조금씩 시작했고, 드라마 ‘토지’에서 ‘쪼깐이’라는 캐릭터로 고정적인 연기도 시작했구요. ” ■ 케이블 채널 OCN의 ‘가족연애사’에서 보여 준 노출과 베드 신 연기가 당시 주목을 받았는데, 주위의 반응이 궁금하다. “‘가족연애사’에서 노출 신을 찍고 난 후, ‘후회한 적 없느냐. 이미지에 타격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정말 수도 없이 받았어요. 현장에서 스태프들한테 ‘야, 난 다 봤다’ ‘잘 봤다. 고맙다’는 등 놀림도 많이 받았구요(웃음). 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는 성격이라, 제 선택에 후회하지 않거든요. 무슨 일이든 책임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해요. 또, 최근에는 ‘색시몽 리턴즈’ 와 같은 종류의 드라마가 많은데요. ‘가족연애사’는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 케이블 방송에서 3% 이상 시청률이 나오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거든요. ‘가족연애사’를 통해 얻은 것도 많고, 저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된 고마운 작품이죠. (‘가족연애사’ 이후 노출이 있는 역의 캐스팅 제의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정말 많이 받았지만, 안 했어요. 만일, ‘가족연애사’를 찍은 후, 어디에서도 캐스팅 제의가 없었다면 무조건 출연했을 거예요. 연기자는 항상 연기하고 싶지만, 기회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저 역시 잘 아니까요. 그래서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기회가 올 때 꽉 잡아야죠. 하지만, ‘가족연애사’ 이후 ‘푸른 물고기’, ‘불량 커플’, ‘물병자리’에 연달아 캐스팅됐기 때문에 그때는 ‘나에게 좀 더 발전적인 작품은 무엇일까?’를 고려할 수 있게 되었어요.”

■ ‘물병자리’에서 코믹 감초 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배우라면 예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나서고 싶은 욕망이 있을 텐데…. “저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학창시절에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죠. 나 정도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다고요(웃음). 그런데 방송국에 들어가 보니, 예쁜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있죠? 키도 크지, 날씬하지, 얼굴도 인형같이 예쁘지. 그래서 내가 살 길은 색깔 있는 연기자, 오래 가는 연기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사람이 욕심을 너무 많이 갖다 보면 끝이 없거든요.” ■ ‘물병자리’의 김수룡 감독으로부터 포토 게시판의 관리자로 임명돼 현장 스케치 사진을 직접 올리고 있는데, 연기 외에 이런 요구에 당황하지 않았나? “‘물병자리’의 한 연기자가 제 미니홈피에서 제가 사진을 배운다는 글을 읽고 김수룡 감독님에게 ‘양출이가 사진 배운대요’라고 말한 거예요. 김수룡 감독님은 저의 전작인 ‘푸른 물고기’의 감독님이기도 해 친분이 남달라요. 드라마 홈페이지는 SBS 측에서 관리해야 마땅하지만, 다들 바쁘다 보니 업데이트가 늦어 감독님 고민이 많았나 봐요. 거기다 요즘 출연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일이 붐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사명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으니 다행이에요. 물론 ‘연기자가 연기만 잘 하면 되지’ 하지만, 저는 사람에게는 임무감과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출이가 없으면 안돼’라구요. 제가 꼭 필요한 사람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또, 공부에 욕심이 많아 사진, 외국어 등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연기자에게는 무기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죠. 연예계에 자신의 위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 노력이 필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거든요. (‘양출’에게는 어떤 운이 있나?) 사람들이 저를 예쁘게 봐 줘서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는 거? 욕심이 너무 많으면 탈 나거든요. 이 정도도 감지덕지죠(웃음).” ■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연예 생활과 병행하기 힘들지 않은가?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 조절만 하면 가능해요. 물론, 제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런 말 못하겠죠(웃음)? 대본 외우기에도 벅찰 테니까요. (집에 있을 때는 주로 뭘 하는지) 요즘은 석사 논문을 쓰느라 바쁜데, 집에 있으면 주로 일본 드라마를 봐요. 그렇지 않으면, 일본 잡지를 사서 옷 입는 감각을 공부하죠. (옷은 직접 코디하나?) 옷을 좋아해서 코디 동생이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 주는 정도예요. 근데 손재주는 없어서 화장은 제가 못해요. 제가 하면 발로 그린 줄로 착각들 해서요(웃음).” ■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한 우물을 파자’가 제 인생의 목표예요. 하지만, 한 우물을 파되 그 안에서 파생되는 일은 다 접목시켜 보고 싶어요. 저는 아트 비즈니스로 유명한 ‘앤디워홀’의 팬이거든요. 예술가이지만, 앤디워홀은 팩토리를 만들어 예술가와 정·재계의 유명한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면서 비즈니스를 크게 하거든요.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비즈니스가 옳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요. ‘연기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싫더라구요. 제 지론이 ‘하고 싶은 예술, 배고프지 않게 하자’라서요.” ■ 연기 롤 모델이 있다면? “고등학생 시절 ‘빠담빠담’이라는 뮤지컬에서 윤석화 선생님을 보고난 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무시무시한 에너지에 매료됐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윤석화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다 보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좋은 연기인 것 같아요. 최대한 양출스럽게요(웃음).” ■ 2년 전 영화배우 이정재가 이상형이라고 했는데, 지금의 이상형이 궁금하다. “2년 전 인터뷰에서 갑자기 이상형을 물어와 ‘굳이 말하면, 이정재 씨’라고 말한 것뿐, 이상형은 딱히 없어요. 어렸을 때는 외모를 많이 따졌는데, 지금은 편안한 사람이 좋아요. 갈수록 정이 드는 사람 말이죠. (남자친구 있나?) 남자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직 없어요. 얼마 전에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마음을 접었구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타입인가?) 저는 표현을 안 해요. 성격은 밝지만, 이상하게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소극적이게 돼요.” ■ 함께 연기하고 싶은 상대배우가 있다면? “손현주 선생님이요. ‘물병자리’ 세트장 옆에 ‘조강지처 클럽’ 세트장이 있어 자주 마주치거든요. 손 선생님의 팬인 코디가 꽤 많아요. 요즘은 대세가 편안함이거든요. (손현주와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짝사랑하는 손 선생님 아이의 과외 선생님은 어떨까요? 아니면,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독신남인 손 선생님의 집에 제가 가정부로 들어가는 건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웃음)?” ■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만화 같은 드라마에 만화 캐릭터 같은 역으로 출연해 보고 싶어요. 일본 드라마 중에는 엽기적이면서 재밌는 작품이 참 많거든요. 이를테면,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에 나오는 ‘건어물 녀’라 불리는 여주인공처럼요. 회사에 출근할 때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에서는 추리닝 차림에 머리 질끈 묶고, 바닥에 대충 엎어져 맥주 마시면서 만화책 읽다 하루 일과를 보내는 역할이죠. 귀찮아서 남자친구도 안 사귀죠. 진짜 제대로 망가지는 역할인데, 정말 해보고 싶어요. 리얼하게 망가지는데 매력이 철철 넘쳐요.” ■ 양출은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색을 입히면 무슨 색으로든 변신이 가능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맡은 역할 잘하고 편안한 배우요. 무슨 역이든 ‘양출화’시키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끝으로, 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도 양출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양념 같은 배우로 오래 남고 싶어요. 노력하는 배우, 개성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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