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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함께 ‘소풍’ 안 가실래요?

양희은과 함께 하는 콘서트 ‘소풍(逍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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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호 이우인⁄ 2008.06.09 17:30:34

“통기타 하나로 서정과 서사를 넘나들며 7,80년대 청년문화의 대명사가 된 가수 양희은과 함께 떠나는 소풍은 어떤 기분일까?” ‘포크의 여인’ 양희은은 ‘아침이슬’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하얀 목련’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히트곡과 함께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공연계의 스테디셀러이다.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이 시대 아줌마들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있는 ‘대표 아줌마’ 양희은이 5월 30일 오후 8시 서울 대흥동 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소녀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콘서트 ‘소풍(逍風)’을 열었다. 서울에서 떠나기 시작한 ‘소풍’은 7월 부산과 고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한 양희은 콘서트 ‘소풍’의 현장과 감동을 전한다. ■7, 80년대의 풋풋한 추억을 들추다 관객의 박수갈채 속에 모습을 드러낸 양희은은 봄날 소풍의 들길을 연상시키는 무대 정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공연은 화려한 조명도, 관객을 사로잡는 현란한 퍼포먼스도 없었지만, 시종일관 이웃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했다. 관객들에게 양희은은 스타이기 이전에 사람냄새 나는 가수, 대한민국의 ‘아줌마’로 다가왔다. ‘소풍’이라는 부제답게 양희은이 관객에게 던진 질문도 ‘소풍’에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됐다. “소풍하 면, 뭐가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가슴에 담아 둔 말을 꺼냈다. “사이다요” “찐 계란이요” “뭐니뭐니 해도 김밥이지” “캐러멜이요…” 공감되는 대답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맞아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날 관객의 대부분도 양희은과 동일한 세대의 ‘아줌마’였다. 20대 딸과 함께 찾아온 아줌마 팬, 고교 동창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극성스런 아줌마들, 남편과 함께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데이트하러 온 팬 등등. 이들도 2, 30년 전에는 분명 ‘소녀’로 불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찐 계란’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양희은은 문득 기억 난 듯, “요즘 젊은 후배 가수들의 콘서트 대기실에 가 보면,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로 가득해요.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제가 처음 콘서트를 열었을 때, 한 팬이 손수건에 싸 온 선물을 저한테 내밀었죠. 매듭을 풀어 보니, 안에 삶은 계란과 푸른빛의 ‘아오리 사과’가 가득 들어 있었어요. 그때 그 기억이 저에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나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사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휴지, 술, 쌀, 빵, 김치, 핸드백, 책, 신발, 담배, 예쁜 접시, 시집, 양희은 CD 등이 쏟아지자, 양희은 또한 반상회에 나온 평범한 주부가 되어 “저는 비누랑 치약이요. 한 가득 사서 집에 쌓아 두면 그렇게 마음 든든할 수가 없더라구요”라며 이야기에 동참했다. 또한, “목욕비도 안 아껴요. 할머니들이 저만 보면 예쁘다고 아주 난리거든요(웃음)”라고 너스레를 떨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가까운 데가 안 보일 때, 자식이 출가할 때, 어디를 가도 내가 최고령자일 때, 미용실 가서 무조건 뿌리 살리는 파마 해 달라고 할 때, 젊었을 때는 끄떡 안 했는데 김장하고서 일주일 앓아 누울 때,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구분 안 될 때, 말과 생각이 따로 놀 때, 엄마의 음식이 그리워 질 때 등의 쓸쓸한 답변이 오고가자,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을 관객과 함께 부르며 슬픔을 떨쳐 내기도 했다. “내 노래가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지쳐 울고 싶을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양희은은 이날 주부가 태반인 관객들과 추억을 나누며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갔다. 양희은의 콘서트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양희은은 자신의 콘서트에 찾아 준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즉석 퀴즈를 푼 관객에게 시중에서 사기 힘든 자신의 희귀 음반을 증정했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마이크를 관객에게 건네며 ‘어린 시절의 노래’도 함께 불렀다. 앵콜 송은 관객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아침이슬’이 다수를 차지하자, “내 예상대로군요”라는 말과 함께 힘차게 부르기 시작했다. 끝으로, 콘서트가 끝난 후에는 무대 밖에 마련된 장소에서 사인회를 가지며 콘서트를 찾아 준 팬들과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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