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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탈선하다

‘막장’ 비난에도 1위 달리는 드라마 <조강지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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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이우인⁄ 2008.06.30 14:26:35

중년을 넘긴 남편이 본처와 첩과 한 집에서, 그것도 세 명이 나란히 누워 잔다. 이들의 맏아들은 본처를 내쫓고 유부녀인 내연녀와 ‘본처랑 누웠던’ 침대 위에서 잠을 잔다. 딸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남편의 외도 상대의 남편과 재혼하겠다고 설치고 있다. 막내아들은 알고 보니 첩의 자식. 내쫓긴 맏아들의 본처는 복수한다고 사회에 진출하여 멋지게 변신하고 부잣집 연하남이 구애하자, 내연녀랑 사는 남편은 ‘사랑한다’며 ‘생쇼’를 하면서 매달린다. 이처럼 안양순 여사의 집안만 봐도 제정신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재미로 봐 주고 싶어도 너무 억지스럽고 일관성 없고 형편없다. 작가는 뭐하는 건가? 등장인물들을 전부 정신병동 환자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가? ID: helahelahela (2008.06.26 11:44:16) 시청자 게시판에 글 올리는 건 처음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 드라마가 시청률 1위라니 시청자들의 수준도 알 만하다. 나도 처음에는 ‘열혈 시청자’였다. 지금은 ‘물론’ 안 본다. 하지만, 집에 있다 보면 유선에서 ‘재방에 삼방, 사방’까지 하니, 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주에도 봤는데, 본 걸 또 다시 후회하고 있다. 보고 나면 항상 찝찝해지는 기분 나쁜 드라마. 시청자들 대부분이 “어디까지 막가나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보는 것 같다. ID: doolle0200 (2008.06.25 21:31:11) 욕을 안 하고 싶어도 하게 만드는 드라마. 작가의 정신상태가 이상한 드라마. 욕 먹는 걸 즐기는 작가의 드라마. 이런 드라마 재밌다고 시청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불륜, 불륜, 너도 불륜, 나도 불륜, 내 친구도 불륜, 우리 아버지도 불륜, 옆집 친구도 불륜, 세상천지 인간관계에 불륜만 존재한다. 작가를 만나면 “당신이 정상인인가?”라고 묻고 싶다. ID: chaejs21 (2008.06.24 17:13:13)

이 글들은 SBS 특별기획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시청자 게시판에 최근 올라온 글들 가운데 일부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작가의 정신 상태까지 걱정하고 나설 정도로 드라마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시청자 게시판이 작가의 정신 상태까지 염려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으니,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가 얼마나 많은지 알 만하다. 하지만, 최근 TNS미디어(시청률 조사기관)에 따르면,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지상파 주간 시청률에서 <조강지처클럽>이 32.6%로 전국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수도권에서는 0.8% 높은 수치인 33.4%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품성과 흥미, 기타 등등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은 MBC 특별기획 드라마 <이산>(28.6%)은 시청률에서는 2위로 <조강지처클럽>에 밀렸다. 그 뒤를 특집 MBC 스포츠 <국제축구>(남아공 월드컵 3차예선-대한민국:북한)와 KBS2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가 각각 3위(25.6%)와 4위(25.6%)를 차지했다. <조강지처클럽>은 MBC <분노의 왕국>(1992), KBS2 <폴리스>(1995), <장밋빛 인생>(2005), <애정의 조건>(2004), <소문난 칠 공주>(2006), SBS <그 여자 사람 잡네>(2002) 등을 집필한 문영남 씨의 작품이다. 그는 그 동안 방송 관련 시상식에서 극본상, 대상,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아 왔다. 특히, 문 씨의 드라마 주인공 작명법은 특이하기로 유명하다. 작품성과 내용에서 논란을 많이 빚고 있는 <조강지처클럽>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요인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미디어운동본부’(이하 민우회) 강혜란 소장은 “수 차례 반복하는 과도한 신파와 자극성에 대해 민우회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씨의 작품은 흡입력이 있어 시청률이 높다. 특히, 문 씨는 신파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강지처클럽>의 시청자들은 “안 보고 싶어도 열 받으니까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 “한국 드라마가 얼마만큼 막 나갈 수 있는지 그 ‘막장’이 궁금해서 본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작품성 논란과 시청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에 당초 50회로 기획된 <조강지처클럽>은 80회에서 100회로 늘어났다가 최근 4회 추가 연장을 결정해 올 9월 마지막 주(104회)까지 방영될 예정이어서 ‘1년 장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 시청자 의견은 무용지물? 어느 드라마나 공식 홈페이지를 갖고 있고, 그 안에 메뉴 명은 작품의 개성에 따라 다르더라도 시청자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시청자 게시판’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미국이나 일본 등 ‘사전제작’ 시스템에 맞춰 제작하는 드라마 선진국과 다르게, 작가들 대부분이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극본을 집필하거나 수정하는 일이 관행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작가가 <조강지처클럽>처럼 시청자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 듯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게 만드는 이유는 무얼까? 이와 관련,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현재의 드라마 시장은 굉장히 왜곡돼 있다. 방송국에서 책정하는 드라마 제작비는 제한돼 있어, 방송국은 외주 제작을 의뢰하고, 외주 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간접광고나 스폰서에 의존하게 된다. 광고를 따내기 위해서는 응당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데, 감동은 있으나 진부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소재와 선정적인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작품을 만들 때 광고가 저절로 붙는다”고 설명했다. 민우회 강 소장은 “요즘 드라마 제작은 드라마의 주제보다 광고를 따내기 위한 시청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케이블 TV가 약진하면서 과거 음악·가요 프로그램의 지상파가 갖는 이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의 포인트는 전적으로 드라마에 맞춰져 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만드는데 드라마의 깊이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업적인 측면을 우위에 놓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조강지처클럽>처럼 누가 봐도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는 유치한 드라마가 시청률을 유지하는 형국까지 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케이블 드라마까지 작품성과 선정성 등을 내세워 등장하므로, 지상파 드라마도 이들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늘면 늘지 절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 종영한 SBS 드라마 <온에어>가 드라마의 작가와 제작 시스템 등을 다뤄 화제가 됐는데, 강 소장은 <온에어>가 작가의 고민, 사내의 갈등, 시청률에 대한 부담, 작품성과 상관없이 시청률 높은 작가에 치중해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 등 국내 드라마 환경을 매우 적나라하게 담았다고 평가했다. 중앙대 성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드라마 제작환경이 좋으며,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우리처럼 단기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려는데 있지 않고, 드라마를 하나의 ‘문화’로 보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 또한, 유명 작가 한두 명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제작 시스템에 비해, 미국과 일본은 수십 명의 작가가 힘을 합치고 사전제작을 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시청률이 안 좋으면 방송국에서 조기종영을 단행하는 관행까지 있다”며 한국 드라마 관행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었다. 조기종영과 관련, SBS 드라마 국장을 지낸 이종수 PD는 “방송국은 당초 편성에 대한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드라마가 기획의도와 다르게 완성도가 떨어지고 시청자의 공감도 얻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 시청자들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시청자에게 좋은 드라마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방영되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방치하는 일 또한 드라마 국장의 업무를 망각한 것이다. 물론, 조기종영이 되지 않도록 연출자·작가와 수십 번 의논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아도 완성도와 내용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방송사에 이득이 되리라는 전망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종수 PD는 드라마가 처음의 기획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문제에 대해 작가 위주의 스토리 전개를 비판하며 “국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스토리의 절반 이상은 알아야 연출 방향·캐릭터 설정·연기 방향 등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아니, 최소한 일주일 전에라도 대본이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줄어들거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전에 어느 정도 극본을 완성한 후 촬영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PD는 “그러지 못하는 데에는 방송을 보고 다음 극본을 쓰는 작가,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쓰는 작가 등 ‘작가의 글 쓰는 습관과 패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드라마 국장으로 있을 때부터 ‘사전제작’을 도입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답보상태이다”라고 답했다. 이 PD는 SBS <왕과 나>의 후반 연출에 투입됐을 당시 대사 분량도 많고 사극이라 말도 어려운데 매일 반복되는 ‘쪽대본’ 때문에 급기야 ‘연산군’을 연기한 정태우가 울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시간에 쫓겨 대사 외우기에도 급급한 배우, 내용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촬영하는데 급급한 연출자와 스태프 등등… 작품을 만들고 나서도 연출자로서 시청자에게 미안하고,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시청률이 다는 아니다” 인정옥 작가를 좋아한다고 밝힌 한모 씨는 “인 작가의 드라마는 등장인물 중 어느 한 명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세심함과 여운을 남기는 대사, 드라마 속 인물들이 친근하게 다가와 좋다”며, “현실성 있으면서 재미와 감동까지 주는 드라마가 최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인정옥 작가는 <네 멋대로 해라>(2002), <아일랜드>(2004) 등의 드라마에서 주로 젊은이들의 방황과 사랑을 현실감 있고 감각적인 대사 터치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 사랑을 받은 스타 작가이다.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박이근정(27) 씨는 그 이유에 대해 ‘탄탄한 구성과 공감되는 이야기, 적절한 인간의 심리묘사’를 손꼽았다. 하지만, <거짓말>을 비롯, 노희경 작가의 작품 여러 편은 매번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즉, 그의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재미 위주의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드라마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도 ‘좋은’ 드라마라고 인식되고 있다. 좋은 드라마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종수 PD는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그들과 교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강지처클럽>에는 어떤 메시지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시청률 1위인 <조강지처클럽>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작가가 의도한 바는 반드시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메시지를 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한국의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이모 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나와 나의 가족, 이웃의 이야기로 다가왔던 드라마들이 최근 들어 예의도 없고, 개념도 없고, 진실도 없고 ‘개판’ 치고 있으니, 이런 졸작들이 ‘한류’라는 이름을 달고 외국인들에게 보여질까봐 두렵다.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며 한탄했다. ■ 국내 드라마, 시청자와 함께 ‘한 길’ 가려면 민우회 강 소장은 “드라마는 대중에게 타인의 삶을 자신의 삶에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요인들이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와 신드롬을 만들기 때문에, 오락적인 요소를 줄일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역할을 배제해선 안된다. 사회적인 관심을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PD는 “드라마가 시청자를 끄는 요인은 기획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영화가 외국 영화와 동시개봉을 하는 수준에 이른 만큼, 시청자들에게 좋은 드라마는 다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항생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올인>을 시청한 사람은 다음에는 <올인> 이상의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나와 주기를 자연스럽게 기대한다. 요즘 미니 시리즈가 소외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니 시리즈는 남녀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는 성격을 갖고 있어, 작품성보다 연기자의 인기가 시청률을 주도한다. 특히, 요즘 <이산> <일지매> 등 시대물과 사극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이들이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퓨전 사극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영화감독과 CF 감독 등이 드라마 연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에 대해 그는 “영화감독이 연출을 하면, 영화식 기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영상미는 확실히 다르지만, 영상미만 좋으면 그것은 뮤직 비디오의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하면서, “TV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내용이 충실하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외면당한다. 따라서, 영상, 배우의 연기력, 작품 안에 담은 메시지 등이 훌륭해야 어느 정도 시청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 시청률,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드라마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성 교수는 “드라마가 우선시해야 할 것은 바로 ‘문화적 코드’이다. 내용도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 문화 진흥에 뒷받침해야 한다. 그리고, 작가, 연출가, 스태프 등의 제작진, 심지어 연기자들까지도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드라마가 가져야 할 사회적인 기능까지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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