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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쇼’ 점령한 스타들 그 몸짓 그 타령 언제까지

몇몇 인기 연예인에 의존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사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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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호 이우인⁄ 2008.07.16 09:59:03

요즘 난무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고 나면, 내가 본 프로그램의 내용이 뭐였는지보다 누가 무엇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가 더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누구는 다른 방송에서도 똑같은 외모와 캐릭터, 콘셉트로 출연해 이전에 봤던 방송의 연장처럼 똑같은 웃음을 주면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는다. 20명도 채 안 되는 연예인들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을 나눠먹는 모습도 식상하다. 갑이 되어야 할 프로그램이 몇몇 스타에 의존해 을이 되는 모습도 우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웃기기만 하면 되지 뭘 더 바래?”라는 식이다. 시청자들에게는 프로그램 내용의 참신성, 지향점보다 출연한 연예인의 언행이 관심 대상이다. 많은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연예인은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나 따지면서 굿이나 보면 된다. 과거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집의 인테리어를 바꿔주고, 삶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등 훈훈한 감동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무더기 출연에 정신없는 방송, 단발로 끝나는 반복적인 폭소를 일삼는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이다. 시청자들 또한, 이런 알맹이 없는 방송에 열광한다. 시청률은 높지만, 몇몇 스타들에 의존하는 ‘개성도 없고 내용도 없는’ 예능 프로그램과 ‘막말’도 개성이라며 욕과 인기를 동시에 먹고 부유해지는 거침없는 스타들에 대해 알아보고,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의 변화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오락 프로그램, 개성 無 내용 無… 스타들에게 얹혀가는 또같은 내용의 반복 2006년부터 매회 숱한 화제를 낳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겨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하하·노홍철, 이 여섯 남자는 각기 ‘MC 유’ ‘악마의 아들’ ‘정중앙’ ‘식신’ ‘돌아이’ 등 시청자들로부터 애칭까지 얻으며 옆집 형, 아저씨와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지난 2월 군에 입대한 하하의 부재로 그의 빈 자리를 채울 만한 다른 사람을 영입하지 못한 채, 가끔 인기 연예인을 임시 멤버로 초대할 때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무한도전’을 이끌고 있는 딱한 형편이다. 더욱이 여섯 명이었을 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끼게 할 만큼 시청률도 뚝 떨어져 전성기 때 30%를 넘던 ‘무한도전’ 시청률은 10%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한도전’의 독식을 2년 만에 멈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은 유재석의 라이벌 개그맨 강호동을 필두로 개를 제외한 사람 출연진 수도 ‘무한도전’을 의식한 듯 여섯 명이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해외로 떠나는 요즘, ‘1박2일’ 팀은 시골로, 산골로, 어촌으로, 섬으로, 고향으로 간다. 연예계에서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인기 스타 여섯 명은 ‘1박2일’ 팀원이 되어 여행을 할 때만큼은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간다.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은 초반에는 ‘상근이’가 듬직한 귀여움으로 ‘상근이 미니홈피’ ‘상근이 출연료’ ‘상근이 매니저’ 등등 견공 신드롬을 낳으며, ‘무한도전’이 하하의 군 입대 등으로 방심한 틈을 타 시청자의 관심을 돌린 케이스. “상근이 때문에 본다”는 말은 점차 ‘은초딩’ ‘허당승기’ 등 사람 출연진의 의외의 모습이 시선을 끌며 수그러들었고, 전 출연진이 ‘1박2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베스트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기존 멤버의 인기와 멤버들 간의 절묘한 호흡으로 다른 멤버는 생각하기 힘들어진 ‘1박2일’ 또한 ‘무한도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을 입증하듯, 얼마 전 팀의 막내 이승기가 MBC 드라마 ‘일지매’에서 주인공 일지매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기사를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1박2일’ 도중하차설이 돌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의 인기 또한 주춤했다. 이를 우려한 듯, 최근 스케줄 문제를 이유로 이승기가 ‘일지매’ 출연을 포기한 사실이 전해졌다. 한편, 몇몇 스타들이 가진 캐릭터의 힘이 강해지면서 요즘은 초반의 참신한 기획의도 등도 쉽게 초심을 잃고 재미 위주로 프로그램을 질질 끄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인기에도 쉽게 영향을 받아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다음 회까지 이어가는 ‘시청자 궁금증 유발 편법’을 쓰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야심만만’이 자주 써먹는 방식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많이 산 바 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모두 무언가에 도전하는 내용에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출연자들의 모양새까지 비슷한 점 등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신변잡기’ ‘연예인 비밀 폭로’ 등으로 안방극장의 웃음을 점령하는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요즘은 그 치밀함과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며 MC가 게스트에게 직접 ‘폭로’를 요구하는 프로그램까지 있다. 특히, ‘황금어장’은 대놓고 시청자들의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게스트에게 ‘폭로’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스타’의 다섯 명의 MC (김국진·윤종신·김구라·신정환·김종욱)는 수위 높은 말장난으로 게스트를 윽박지르고 괴롭히기 일쑤이다. ‘라디오스타’는 방송 내내 시청자에게 “저러다 싸움 나는 거 아닌가?”하는 아슬아슬함까지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대본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MC들의 말은 지나치게 거칠다. 그럼에도 ‘라디오스타’의 인기는 꺼질 줄을 모른다. ‘상상플러스 시즌2’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은 ‘라디오스타’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주로 스타들의 비밀, 속마음 등을 캐내어 즐거움을 주는 방송이다.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의 이름은 방송 당일과 익일에 인기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 상위 인기검색 순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나이대와 지적 수준까지 가늠하게 한다. ■몇 몇 인기 스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송들…“욕 먹어도 시청률 올리면 그뿐” MC 김구라는 ‘막말’을 잘 구사(?)해 뜬 연예인이다. 김구라는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든 뭐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 사람을 헐뜯고, 깔아뭉갠다. 조선일보에 ‘쿨 아이’라는 시사적인 성격을 띤 칼럼까지 기고할 정도로 글발도 세다. 아는 사람에게는 장소를 불문하고 반말도 기본이다. 김구라를 상대하는 사람들은 방심했다간 큰 코 다친다. 사람을 헐뜯는 일이 김구라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KBS2 ‘스타골든벨’에 친아들인 김동현 군까지 앞세워 아들을 스타 반열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아들의 말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 아이러니한 재미를 준다. 김동현 군은 “아빠가 (내가 방송 출연을 많이 해서) 돈 번다고 좋아한다”며 김구라의 아들답게 직설적으로 말한다. 때론 아이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그의 발언은 예리하고 거침없다. 김동현 군은 최근 ‘서울 뚝배기’의 리메이크 작인 KBS2 일일 연속극 ‘돌아온 뚝배기’에서 어린 양동근이 출연한 역에 캐스팅돼 연기자의 변신도 꾀하고 있는 중이다. 반말·막말로 구설에 오른 개그맨 지석진의 ‘막가는’ 모습은 상대가 여자일 때 한층 수위가 높다. KBS-2TV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의 진행을 맡고 있는 지석진은 4월 20일 방송에서 도가 지나친 언행을 일삼아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조혜련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발로 넘어뜨렸고, 박경림을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자신을 교육하던 교관에게 “한 방 까고 싶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하여 ‘지나치게 얇은 귀’ ‘개그맨이면서 개인기 하나 없는 비실한 모습’ 등으로 자신의 상처를 도려내며 인기를 얻은 그가 ‘올챙이 적’ 생각은 못하고 상대방을 깔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순전히 설정이고 원래 친한 연예인이기 때문에 다들 이해한다”고 해명했지만, 공영방송에서까지 자신의 친분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들과 달리 ‘무한도전’의 유 반장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개그맨 유재석은 자신을 깔아뭉개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타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겸손하다는 말씀. 그런 그의 모습은 타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여서 “그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이다”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유재석이 이토록 오랫동안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막힘없는 진행이다. 간간이 안경을 벗거나 코믹한 춤을 추면서 웃음을 선사할 때, 유재석의 뜻밖의 변신은 매번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어도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무릎팍 도사’ ‘1박2일’ 등에서 유재석과 라이벌 MC로 통하는 개그맨 강호동 역시 자신을 낮추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에 가깝다. 모처럼 상대방의 허점을 건드렸다가 오히려 더 큰 방을 먹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는 폭소한다. 강호동은 ‘해피선데이-1박2일’ ‘놀라운 대회 스타킹’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등 지상파 3사를 넘나들며 예능 프로그램을 독식하고 있다. 여태껏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치고 빛을 보지 못한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이 또한 프로그램 내용의 참신성 보다는 안정감 있는 강호동의 개그가 한몫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 축제 사회자로 인기를 얻으며 방송계에 진출, 뛰어난 말솜씨와 풍부한 사회 경험과 지식으로 결혼식 사회자 섭외 1순위에도 오른 바 있는 방송인 김제동. 그 또한, 유재석과 강호동처럼 겸손한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기로 유명하다. 김제동은 5월 7일 ‘제2회 MBC 우리말지기상’-‘TV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말지기’는 방송에서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진행자를 지칭한다. ‘우리말지기’로 선정된 김제동은 특히, MBC 일요 예능 프로그램 ‘환상의 짝꿍’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부드러운 진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호통 개그’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박명수는 ‘막말’과 ‘겸손’의 중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비록 ‘무한도전’ 유재석의 2인자를 자칭하면서도 1인자를 노리지만, 그의 열등감 넘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안겨준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호통을 치지만, 그 모습 또한 소심하기 이를데 없어 “막말했다. 건방지다”는 등 시청자들에게 집중 비난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박명수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그의 ‘호통’ 캐릭터에서 벗어난 적은 없다. 오히려 프로그램의 의도 및 성격보다는 박명수가 가진 성격이 더 강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이다. 내용도 없고 개성도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양산에 대해 여성민우회 부설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이런 현상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중적인 인기는 익숙함과 재기 발랄함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식상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이 몇 명의 스타로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구조적으로 보면, 연예 매니지먼트 사의 로비력과 주도권이 커졌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대중 스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쇼 프로그램은 익숙한 연예인들이 나올 때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위주, 단발성 웃음 지속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난무 현대 사회 흐름과 상관있다? 강혜란 소장은 시청자들이 문제의 예능 프로그램에 빠지는 현상을 “한때 토크쇼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한국인들이 원래 일반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지나친 신변잡기에다 때로는 과장·반복을 일삼는 내용이어서 신선함은 없지만, 그냥 그 자체가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캐릭터 위주, 단발성 웃음을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매스미디어 선진국 미국을 예로 들어 “1950년대에 라디오, TV 등의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 이전의 위인, 신앙인 등 훌륭한 사람을 논하는 이야기 중심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자신의 힘으로 가정을 꾸리는 자영업 시대에서 점차 거대 조직에 소속되어 일하기 시작하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한 몫 했다고 본다”면서 “이와 같은 영향은 한국인에게도 미쳐, 요즘에는 의식적으로 왜소해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같은 사회적 비판이라도 사회 구조 등을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연예인, 유명인 등 인간 중심의 신변잡기, 말장난 등 비판수준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적인 매체에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조직의 통제를 덜 받는 연봉제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고 있고, 그만큼 자기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면서 말초적인 곳에 신경을 쓰는 경향도 강해졌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재미에 만족하고 비판적으로 따진다든지 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점차 개인 범위로 축소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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