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目不忍見! 케이블TV 리얼 프로

싸움 붙여놓고 희희낙락, 포르노 수준까지…“아이들 볼까 두렵다”

  •  

cnbnews 제79호 이우인⁄ 2008.08.12 16:25:11

할 일 없는 날, 방구석에 누워 ‘오늘은 뭔가 특별하고 재밌는 거 안 하나’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수십 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요리조리 돌리다 보면, 잠깐씩 시선을 멈추게 하는 방송들이 있다. 이러한 방송들은 화면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 힘을 갖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이다. 선정적이면 우선은 호기심이 발동하고, 폭력적이면 상대방을 헐뜯고 때리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케이블TV가 시도해 인기를 얻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이 MBC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등 공중파 방송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TV의 경쟁심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케이블TV는 공중파보다 소재가 다양하고 규제도 모호하기 때문에 선정성과 폭력성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일이 쉽다. 하지만, “아무리 케이블TV지만, 해도 너무한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방송이 한둘이 아니다. 모자이크 처리, 음성변조가 있으면 그나마 사생활 존중을 아는 양심(?)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쌩얼’(모자이크 처리를 안 한 얼굴)이 아니면 시청자가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쌩얼’과 실제 목소리를 등장시킨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밟고 물건도 몰래 뒤지는 등 막무가내인 프로그램도 부지기수이다. ■ 스릴 만점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쾌한 ‘몰카’에서 불쾌한 ‘추적 카메라’까지 인기 개그맨 이경규를 내세워 한때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 카메라>. 일명 ‘몰카’라고 불린 <몰래 카메라>는 한 명의 스타를 타겟으로 삼아 미리 짠 시나리오에 맞춰 스타에게 장난을 거는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요즘 케이블TV에서 하는 몰래 카메라는 장난이 아니다.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는 중간 점검을 통해 스타의 반응을 살피고 위험수위를 넘기 전까지만 촬영하여 인내심을 보여줬지만, 케이블TV의 몰래 카메라는 실제로 치고받고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촬영 스태프에게 욕을 하고 손찌검을 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아 실제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과격하다. 케이블TV의 몰래 카메라는 남의 뒤를 밟는 스토커에 가깝다.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 ETN에서 방송되는 <스트리트퀴즈몰카 현찰 퍽치기>는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로, 외국인·노인·건달 등으로 변장한 MC가 길거리ㆍ 지하철 등의 시민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말을 건다. 이때, MC가 묻는 5가지 질문 중 답을 맞춘 시민에게는 상금이 주어진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몰카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의 방송 채널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스트리트퀴즈몰카 현찰 퍽치기>도 미국의 한 방송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치 않는 방송 출연은 불쾌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Mnet에서 방송되는 <추적! X-boyfriend>는 헤어진 전 애인과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 같은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재회를 원하는 사람의 의뢰를 받은 스태프가 그들의 옛 애인을 추적하고 스튜디오에서 의뢰인과 재회까지 성사시켜 준다. 하지만, 피의뢰인 대부분이 의뢰인을 갑자기 떠났거나 배신했거나 하는 입장이어서, 누군가 자신을 몰래 관찰하고 방송에 노출시키는 일은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잘못한 쪽은 네티즌들의 따가운 질타마저 감수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YTN스타에서 방송되는 리얼리티 추적 프로그램 <은밀한 추적 루머스>는 스타와 관련된 루머를 밀착 취재해 그 실체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루머부터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는 일급비밀 루머까지 생생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한자성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스타들의 행적을 뒤쫓고 측근들을 만나 스타의 비리를 캐내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보여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제작의도를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대개 신문이나 잡지 기사에서 본 내용을 영상으로 옮긴 수준에 그쳐 속 시원한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 역사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배신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쫓는 tvN <독고영재의 현장 르포 스캔들>은 뒷조사는 물론, 현장 잠입과 싸움 등을 적나라하게 담아 많은 주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불륜 소재의 미국 리얼리티 쇼인 <현장고발 치터스>와 <제리 스프링거 쇼> 등의 높은 시청률에 영향을 받아 국내용으로 제작됐다. 미국의 방송은 스튜디오에 대립하는 당사자들도 직접 출연, 야유를 보내는 방청객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좀 더 과격하다.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킨 <독고영재의 현장 르포 스캔들>이 ‘재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시청자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로 재연을 ‘진짜’라고 믿었었다.

■ 출연자 싸움 붙이며 ‘희희낙락’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 싸움 붙여 놓고 구경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다 참견까지 할 수 있다면 스릴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재미를 이용하는 케이블 방송도 있다. MC와 패널들은 당사자들을 싸움 붙여 놓고 참견도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익명의 시청자 게시판에다 소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Mnet에서 방송되는 <이특의 러브 파이터>는 사랑의 갈등을 겪고 있는 젊은 연인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사랑과 갈등에 대해 유쾌하고 허심탄회하게 설전을 벌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솔직한 설전과 패널들의 도움 속에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사랑으로 인한 갈등, 남녀 간의 차이 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마음 상한 연인들을 화해시키기도 하며, 다가설 수 없는 남녀 간 갈등의 한계를 엿보기도 한다. 하지만, 출연한 남녀의 도를 넘은 이야기와 이들의 싸움이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수록 자지러지는 패널들의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다. 해당 방송의 홈페이지에 연인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는 코너인 ‘러브 파이트’에서 도전장 BEST라고 당당히 걸어 놓은 “내 남자친구 조지고 싶어요”(ID jje4317)라는 글이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매주 토요일 11시 30분에 Comedy TV에서 방송되는 리얼 액티브 토크쇼 <신해철의 데미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배신에 얽힌 문제, 민감한 사회문제 등 가슴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설전 속에서 해답을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재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진은 재연 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재연이라지만, ‘계부의 아이를 임신한 딸’ ‘언니를 감금한 여동생’ 등등 사회의 윤리를 거스르는 선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얼굴을 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예계 독설가로 정평이 난 신해철의 막가는(?) 참견 퍼레이드도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모든 모습이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니, 함께 화를 내는 일도, 재밌다고 웃는 일도 모두 의도된 결말일 뿐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신설된 E채널의 <안티VS스타>는 “면전에서 까는 당신, 당신이 진정한 안티. 안티 앞에서 당당한 당신, 당신이 진정한 스타”임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있다. 1회에서 방송된 MC 신해철과 안티들의 격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예의도 논리도 없고 과격한 안티들이 출연해 스타 신해철을 공격한다. 이에 말 잘하고 한 성격 하는 신해철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역시 안티들에게 욕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중립을 지켜야 할 제작진 또한 이 어이없는 싸움에 끼어들어 함께 싸우며 난장판의 극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안티들 너무 예의 없다. 최소한의 선을 지켜라” “아무리 케이블 방송이지만 청소년이 볼지도 모르는데, 만들 때 한번쯤 생각을 해 달라” “이런 저질 방송 집어치워라” 등 격노한 마음을 게시판에 올렸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스토리온에서 방송되는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대한민국의 평균’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부부 혹은 연인들이 출연해 서로에 대한 불만을 재연화면으로 코믹하게 구성해 MC와 패널들이 출연자의 사연을 두고 토의를 나누고 판결을 내는 리얼 토크쇼이다. 하지만, 성관계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불만이나, 노출 심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불만 등, 대개의 사연이 지극히 사적인 부부관계 이야기여서 청소년들이 볼 일이 우려된다. 한편,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시즌1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큰 인기를 얻자 시즌2로 옮겨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위험수위 넘은 포르노성 프로그램 無삭제·無모자이크…채널 돌리다 ‘화들짝’ 케이블 방송에서 무료로 포르노 방송 시청, 이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재가 다양하고, 출연진도 톱 A급에서 C급까지 다양한데다, 몰래 숨어서 볼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Comedy TV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ETN <계약동거> 등 미혼 남녀의 동거 프로그램부터 Comedy TV <톡 드라마 D-day> 등 자위행위와 다양한 체위를 가르쳐 주는 섹스 장면을 속 시원히(?) 보여주는 성인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송은 줄어들 줄을 모른다. Comedy TV <톡 드라마 D-day>는 MC가 제보자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한 잔 나누는 분위기에서 그날(제보자의 추억)을 회상, 재연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야기와 노출 수위가 도를 지나쳐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야하다”는 반응이다. 눈만 오면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러 ‘설녀’라는 별명을 얻은 한 여성의 이야기는 가관이다. 재연된 화면에서 설녀는 자신의 남자친구는 물론 중국집 배달부, 카페 종업원들과 성관계를 나눴다. 심지어는 자신의 형부가 될 남자와도 그 놈의 눈(雪) 때문에 관계를 가지는 실수(?)를 범했다고 하면서 방송에 출연하다니, 개념을 상실했다. 성관계 장소도 집부터 화장실까지, 체위도 다양하다. 모자이크 처리도 없고 소리도 리얼하다. 재연배우들도 에로 배우라 글래머 몸매에다 옷 벗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블라인드 스토리 주홍글씨>는 실제 사건을 다룬 르포 드라마로 전문 변호사가 진행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사고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가정불화 및 이혼, 양육권 다툼 등의 실제 사례들을 취재하여 드라마로 재구성해 ‘변호사의 눈’으로 심층 있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 방송 역시 케이블 방송답게 소재와 재연장면의 수위가 높다. ‘의붓딸을 성폭행한 파렴치한 아버지’ ‘임신한 애인 살해를 의뢰한 20대 남성’ ‘남편의 육촌동생과 사랑에 빠진 여자’, ‘시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에 놓인 미망인’…. 특히, 시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에 놓인 미망인의 이야기에서 시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중년의 남자배우가 젊은 여배우를 성희롱하고 겁탈하는 장면의 반복은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선정성·폭력성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공중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케이블TV가 시청률을 올리는 선정적인 방송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 지상파에서 이런 케이블 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위해 선정적인 코드로 가고 있는 추세가 더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저질’ 프로그램들이 양산되는 이유의 99.9%는 광고를 따내는 기준이 되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강 소장은 지적한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