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깡패와 한주먹 하는 액션 스타가 영화에서 연기를 빌미로 싸움판을 벌였다. 9월 1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배우가 꿈인 깡패가 액션 영화에 출연하면서부터 영화는 흥미로워진다. 무엇보다 이들이 찍는 영화는 진짜로 치고받는다. 피도 케첩 따위가 아닌 실제로 뜨거운 피다. 때리고 맞는 소리도 효과음이 아닌 실제다. 소지섭과 강지환, 77년생 두 동갑내기 스타가 한 영화에서 격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캐스팅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각본·제작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은 김기덕 감독이 맡았다. 이 영화로 생애 첫 메가폰을 잡은 장훈 감독은 <사마리아> 연출부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은 후, <빈집> <활>의 연출부 활동과 <시간>의 조감독을 거치면서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어받았다. 특히, <영화는 영화다>는 소지섭에게 군 제대 이후 첫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강지환은 <굳세어라 금순아> <경성 스캔들> <쾌도 홍길동> 등 TV 드라마의 선전(善戰)을 영화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8월 12일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는 영화다> 제작발표회의 분위기는 이들에게 거는 기대를 대변해주었다. 소지섭·강지환, 두 배우의 골수 팬들은 그들의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아침부터 정성스레 만든 쿠키와 샌드위치·음료 등을 대접했다. 제작발표회도 이들의 호응으로 화기애애했다. 탄력을 받은 배우들은 즐거운 마음을 스킨십과 농담 등으로 표현했다. 적극적인 답변에 취재진의 질문 또한 호의적이었다. 영화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진짜 치고받는 ‘적’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사랑하는’ 묘한 관계임이 드러나 한동안 분위기 수습에 어려움이 있었다. 서로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캐스팅 당시 소지섭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덜 톱 스타’ 강지환이 “(소지섭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함께 연기하면서 편안함을 느꼈고, 나중에는 촬영 신이 없는 날도 (촬영현장에) 나와주길 바랄 정도였다”고 말하자, 소지섭이 “지환 군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약간은 여성스럽다”면서, “촬영 중간에 나를 많이 챙겨줘서 가끔 오해를 했다. 나를 잘 챙겨주는 남자친구(?)인 것 같다”고 표현해 주위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말에 장 감독마저 “지섭 씨는 친구 같은 반면, 지환 씨는 애인 같다”며, “지섭 씨는 진지하고, 지환 씨는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며 한술 더 뜨자, 일부 팬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소지섭과 강지환을 좋아하고 같은 눈높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대본을 읽고 나서 직접 투자자로도 나서, 자신들의 자존심뿐 아니라 생존까지 건 영화이기 때문이다. 두 배우와 같은 곳을 바라볼 기회임은 분명하다. ■ 깡패인 ‘강패’, 스타인 ‘수타’ 제대로 만나다 “진짜 건달은 쓰레기 소리나 듣고, 흉내도 못 내는 니들은 주인공이라니...”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 이강패 역…소지섭 소지섭은 드라마 <모델>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후 <맛있는 청혼> <유리구두> <천년지애>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톱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영화다>는 군 제대 후 소지섭이 처음 국내 팬 앞에 나서는 작품이어서 그의 연기력 변화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패는 소지섭과 많이 닮아 있다. 소지섭은 “강패는 깡패지만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 역시 군 입대 후 연기를 오래 쉬어 제대 후에 너무 하고 싶었다”고 자신이 강패 역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도 현실하고 다를 게 없지 않나?” 깡패보다 더한 폭력 배우 장수타 역…강지환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오만방자하지만 천진난만한 럭셔리 의사 구재희로 나와 뭇 여성들 특히 주부들의 가슴을 태우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강지환. 이후 그는 <불꽃놀이> <90일, 사랑할 시간> <경성 스캔들> <쾌도 홍길동> 등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해 왔고,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다. 강지환은 자신과 닮은 톱 스타인 ‘수타’를 연기하면서 “수타 역을 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며 “수타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촬영이 끝난 후 2~3주가 지날 때까지도 수타의 거드름이 몸에 배 가족을 비롯한 모두를 힘들게 했다”고 재치 있게 말해 웃음을 줬다. ■ <영화는 영화다> 줄거리 “배우가 꿈인 깡패, 액션 스타와 조우(遭遇)”. 영화를 촬영하던 배우 장수타(강지환)는 액션 신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하고,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깡패 같은 배우 수타의 상대 역에 나서는 용기 있는 배우도 점차 사라진다. 수타는 궁여지책으로,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진짜 깡패, 깡패 연기에 도전하다”. 남몰래 영화배우의 꿈을 갖고 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껴, 출연에 응하는 조건 한 가지를 내건다. 액션 신에서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싸움을 하자는 것. 배우가 안 됐으면 깡패 못지 않은 싸움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 자신하는 수타 역시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의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살아남는 자가 진짜 주인공”. 깡패라는 현실을 벗어나 배우란 꿈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강패, 배우의 자존심을 위해 액션 배우에서 진짜 싸움꾼이 되어가는 수타. 잠깐이라도 다르게 살고 싶은 두 사나이의 한판 격돌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단 한 명. 영화 속에서 진짜 살아남는 자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 + 깡패ㆍ건달ㆍ감독과 나눈 인터뷰 두 사람은 77년생 동갑이고, 둘 다 키도 훤칠하게 잘 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막상막하이다. 촬영하면서 라이벌 의식은 없었나? 지환 군과 라이벌 의식은 없었습니다. 편하게 작업했습니다(소지섭). 저는 (라이벌 의식) 많았어요. 콘셉트 자체가 남자 대 남자라는 설정이었고, 그 동안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왔는데, 남자친구와 둘이서만 처음 연기하는 거여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장 밖에서는 지섭 씨와 동갑이기도 해서 편했습니다(강지환). 꿈이 원래부터 배우였나?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기 때문에, 수영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수영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박태환 선수와 같이 수영을 할 것 같다고 꿈처럼 상상해봅니다(소지섭). 상업영화가 처음이어서 흥행 면에서도 기대가 크겠다. 드라마 찍을 때도 시청률에 유독 민감한 편이었어요.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는 드라마처럼 똑같이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어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차이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잘 극복하고 열심히 한 만큼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강지환). 두 스타의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촬영하면서 느낀 다른 점을 꼽는다면? 두 사람 모두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외형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지만, 스타일에서는 차이가 많아요. 지섭 씨가 큼직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면, 지환 씨는 디테일하죠. 지섭 씨는 말이 정말 없어요. “왜 그렇게 말을 안 하느냐. 답답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세 번을 생각한 뒤 말한다고 하더군요. 반면에, 지환 씨는 느낀 바를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는 스타일이죠(장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