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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에 대한 충격적인 사랑 보고서

연극열전2 일곱 번째 작품 <쉐이프 - The Shape of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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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이우인⁄ 2008.08.26 15:00:10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아는가? 풀 스토리는 모르더라도 ‘바보 온달’ 하면 <삼국사기>의 ‘열전’(列傳)에 실린 설화로서,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하여 학문과 무예를 가르친 후 온달을 훌륭한 장군으로 만들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사실만큼은 동화와 만화를 통해 알 것이다. 하지만, 만일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진심으로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내조하는 척을 한 거라면? 이 경우, 바보 온달의 심경은 온달이 되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뒤틀린 이야기를 연극에서 볼 수 있다면? 8월 22일 서울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첫 관객을 맞은 연극 <쉐이프>(원제 The Shape of Things)는 바보 온달 같은 남자를 변화시키는 발칙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쉐이프>는 연기자 조재현이 프로듀서로서 기획한 ‘연극열전2’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연극 <썸걸즈>로 우리에게 알려진 영국 작가 ‘닐 라뷰트’(Neil Labute)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2001년 영국에서 초연된 <쉐이프>는 2003년 영화로도 제작됐으며, 선덴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육분의 륙> <악녀 신데렐라> <몽타주 엘리베이터> <로빈슨 크루소의 성생활> <코코샤넬> 등을 연출한 연출가 이해제의 각색과 연출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한국판 <쉐이프>는 사랑 때문에 변화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본인 스스로와 주변의 변화들을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주인공 세경 역에는 영화 <검은 집>,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 <로비스트>의 유선이 그 동안 선보인 지적인 이미지를 벗고 귀엽고 발칙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또 다른 세경에는 극단 차이무의 간판 배우이며 <미안하다, 사랑한다> <로맨스 헌터> <그놈 목소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영화·드라마·연극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자 전혜진이 분한다. 전혜진은 ‘훈남 배우’ 이선균의 연인으로 공개돼 만인의 부러움을 독차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 양우 역에는 연극 <썸걸즈>에서 나쁜 남자 ‘강진우’로 열연 중인 전병욱이 캐스팅됐다. 그는 <쉐이프>에서 강진우와 정반대되는 어리숙한 남자로 연기 변신을 한다. 양우의 친구 태주 역에는 수사관 역으로 출연한 ‘연극열전2’의 <늘근도둑 이야기>에서 화려한 댄서로 깜짝 변신하여 강한 인상을 준 민성욱이, 태주의 애인이자 세경과 양우의 갈등을 제공하는 결정적 인물 지은 역에는 신인배우 송유현이 출연한다. ■ <쉐이프>를 장식하는 사람들(등장인물) “단기간에 나를 변화시켜준 세경은 대단한 여자야”/ 유선·전혜진(더블 캐스팅)…예술을 사랑하는 당돌한 그녀 세경 역 인간의 모든 행위를 위대한 예술이라 칭송하는 미대 대학원생 세경. 애매모호하고 솔직하지 못한 감정을 증오하는 세경은 ‘소심남’ 양우에게 무슨 물음이든 'YES or NO'로 대답하라며 직선적인 대화법을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양우의 모든 것을 양우 스스로가 바꾸도록 권유하고, 그가 멋진 남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 누구보다 행복해한다. “멋진 남자가 되어줘서 고마워” / 전병욱…못 생기고 소심한 ‘폭탄 같은’ 남자 양우 역 가진 것도 없고 외모·성격 어느 하나 볼품없는 자신과 사귀어주는 세경이 언제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녀가 말하면 왠지 힘이 솟는다. 세경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기 싫은 운동도 열심히 하여 살을 빼고, 주위에서 놀려도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입던 낡은 골덴 자켓과 안경도 벗고, 얼굴에 칼을 대는 일은 섬뜩하지만 코 성형도 했다. 그녀의 말대로 했더니 주변 사람들도 ‘멋있어졌다’며 칭찬하고, 짝사랑했던 친구의 약혼녀 지은도 내가 좋아졌다고 한다. 세경은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일까? 양우는 망설임 없이 세경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 “안 가르쳐 주지!”…반전이 궁금한 이야기 소심남, 당돌녀와 맞닥뜨리다 - 소심하고 볼품없는 외모의 영문과 대학생 양우는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세련되고 매력적인 외모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대학원생 세경을 만난다. 모든 것이 정반대인 두 사람은 이상하게 서로에게 끌리고 사귀기 시작한다. 소심남, 훈남으로 재탄생 - 언제나 당당하고 직선적인 세경과의 관계가 진행됨에 다라 소심남 양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세경의 권유로 살을 빼고, 단벌 골덴 자켓을 벗고,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며 ‘훈남’으로 변모한 양우에 주변의 반응도 변하기 시작한다. 소심남의 친구는 당돌녀를 싫어해- 양우의 오랜 친구인 태주는 양우를 변화시키는 직설적인 세경이 싫다. 세경과 언쟁을 벌인 태주는 양우와 세경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반면, 양우의 친구이자 태주의 약혼자인 지은은 멋지게 변한 양우를 점점 마음에 두기 시작한다. 예전에 지은을 좋아했지만 데이트 신청 한번 하지 못한 양우는 지은이 얼떨결에 한 고백에 넘어가 키스를 나눈다. 소심남,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다 양우와 지은의 비밀을 알게 된 세경은 두 사람을 떠보고 양우의 진심을 추궁한다. 매달리는 양우에게 세경은 “자신과 친구들 중 한쪽만 선택할 수 있냐”고 선택을 강요하고, 양우는 망설이기 시작한다. 과연, 세경과의 사랑의 기쁨으로 행복한 양우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 쉐이프가 가진 ‘장점 or 단점’ 장점 -“방심할 때 던지는 웃음 폭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대사. 가만 들어보면 국내의 유명한 광고·드라마·개그 등의 유명한 대사를 모방하여 적재적소에 심은 것. 겨우 4명의 등장인물이 이끄는 90분의 드라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코미디면서 CF이다. 과감한 키스 신을 비롯한 섹스 신은 멜로에서 에로까지 종합선물 세트이다. 여기에 직설적인 세경의 성격만큼 직선적이다 못해 민망하기까지 한 높은 수위의 대사는 성인 35,000원, 학생 25,000원의 티켓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성적 본능을 콕콕 찌른다. 단점 -“생각 없는 관객은 저리 가라” 온통 하얀색으로 덧칠한 하얀 무대. 현대감각을 따르면서 극의 반전에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관객을 위해 미리 정신병원을 준비하려 한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일단 관객은 재미를 잃는다. 배경음악도 음향효과도 자주 등장하지 않고 지나치게 단조로워 마치 텅 빈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있는 기분처럼 심심하다. 볼거리라곤 배우들의 말과 행동뿐이랄까? 하지만, 이것 또한 주관이 뚜렷한 관객에게 적용된다는 점. 단순히 재밌는 연극 한 편 보러 간다면 <쉐이프>만큼은 왠지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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