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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최고 ‘비호감’ 납신다~

영화 <미쓰 홍당무>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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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3,84호 이우인⁄ 2008.09.10 09:34:27

국내 ‘패셔니스타’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수많은 시상식에서, 사진기자의 짓궂은 사진 속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여 때론 베스트 드레서로, 때론 워스트 드레서로 평가받아 웃고 우는 스타들. 그들 중 ‘멋쟁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여배우가 있으니, 바로 공효진이다. 그 공효진이 2008년 하반기에 망가지기를 작정하고 택한 영화 <미쓰 홍당무>가 10월 16일 개봉한다. <미쓰 홍당무>는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 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만 참여한 첫 영화로 화제가 됐다. 연출을 맡은 이경미 감독은 <추격자>의 나홍진, <극락도 살인사건>의 김한민,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등 뛰어난 감독들을 배출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분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여감독이다. <미쓰 홍당무>는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여주인공 양미숙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풍자한다. 문제적인 현대인의 전형으로 입체화시킨 양미숙은 대부분의 여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캐릭터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경미 감독은 “속으로는 상대방을 험담할지언정, 겉으로는 그 진심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웃고 아첨할 수 있는 가식적인 포커페이스 기술이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주는데, 태생적으로 이 포커페이스가 어려운 ‘안면홍조증’ 질환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비열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양미숙’이란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말한다. 양미숙의 삽질로 고통을 당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 서종철 역에는 <바람피기 좋은 날> <비열한 거리>의 이종혁이, 예쁘다는 이유로 양미숙에게 미움을 받는 이유리 역에는 신인배우 황우슬혜가, 서종철의 딸로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생인 양미숙과 동맹을 맺는 서종희 역에는 신예 서우가 열연한다. ■ 삽질하는 등장인물 “그래! 나두 알아, 내가 별루라는 거”공효진… 비호감 캐릭터 하면 나, 양미숙 역 29살의 노처녀 양미숙은 뭐든지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하지만, 매번 결과는 삽질로 끝난다. 그녀는 피해의식·건강염려증·과대망상증·공격성 등 온갖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있다. 미숙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가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자신을 방어하지만,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숙이 귀를 핥았다구? 내가?”이종혁… 여자들을 착각의 늪으로 빠뜨리는 친절한 남자, 서종철 역 미숙의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 미숙이 10년 간 짝사랑한 대상이다. 유부남이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우유부단한 그의 성격은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이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미숙 또한 예외가 아니다. 종철은 10년이 넘게 미숙의 삽질을 받아주면서 그녀가 착각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남자랑 두 손 꼭 잡고 잠만 자는 게 소원이에요” 황우슬혜… 예쁜 게 죄가 되어버린 여자, 이유리 역 미숙과 같은 러시아어 교사이다. 예쁜 외모 덕분에 남자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자신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다. 연애를 시작하기만 하면 항상 2개월 15일을 못 넘기고 차이기 일쑤이다. 그녀는 서종철과 수상한 관계에 놓인 후, 미숙과 종희의 공격세례를 받는다. ■ 요절복통 삽질 이야기 “그는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안면홍조증’ 환자 양미숙은 비호감 외모에다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담임이었던 유부남 서종철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짝사랑이 도가 지나쳐 “지지난해 회식자리에도 내 옆에 앉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 옆에 앉은 걸 보면 서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라며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숙 앞에는 자신과 정반대인 예쁘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리가 출현한다. “이게 다 그 년 때문이야” 러시아어가 인기 없단 이유로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발령 난 미숙은 서 선생과 떨어지게 된 것도 서러운데, 설상가상으로 유리와 서 선생 사이의 묘한 기운까지 감지한다. 자신이 영어 교사로 발령 난 것도, 서 선생의 사랑을 얻지 못한 것도, 모두 ‘내숭녀’ 이유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미숙은 서 선생과 유리 사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 선생의 딸 서종희와 동맹을 맺는다. 하늘은 과연 ‘비호감’ 미숙과 ‘호감녀’ 유리 두 사람 중 누구 편을 들어줄까? ■ 삽질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 <미쓰 홍당무> 제작발표회가 9월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공효진을 비롯하여 박찬욱 감독·이경미 감독·이종혁 등이 참석했다. 비호감 캐릭터 양미숙을 연기한 공효진에게 쏟아지는 질문이 유독 많은 제작발표회였다. 네 사람과 함께한 요절복통 이야기를 들어본다. ■ 두 배우의 캐스팅이 절묘하다.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면? 지인이 효진 씨와 중간에 다리를 놔줬어요. 효진 씨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쾌재를 불렀구요. 미숙은 굉장히 강한 척하고 누가 봐도 비호감인 캐릭터인데, 시종일관 비호감을 유지하면서 관객에게 연민과 감동을 주려면 배우의 힘이 필요했어요. 효진 씨의 전작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아무리 악역이라도 효진 씨가 울면 같이 눈물을 흘리게 되더군요. 이런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없죠.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종혁 씨를 처음 봤는데, 정말 멋있는 배우라 생각했어요. 종철은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매력적이기만 하면 안 되는 난해한 캐릭터예요. 종혁 씨는 멋있지만, 어떨 때 보면 불쌍하고 철없어 보여 종철 역에 딱이었어요. 또한, 종혁 씨가 실제 유부남인 사실도 한몫했죠. (이경미 감독) ■ 망가지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또,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홍조 분장’이 제일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이틀 정도 촬영하고 나니, 제 얼굴이 빨갛다는 사실을 잊고 화장실 거울을 보고 놀라곤 했구요. 촬영 3회차 때는 스태프들도 제 얼굴을 받아들였어요. 한번 촬영이 시작되면 24시간 쉬지 않고 촬영했는데,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미숙이 늘 화가 나 있고 불안해하는 캐릭터여서 24시간 내내 몸과 마음이 괴로웠죠. 주름살도 늘고 친구들도 저더러 이상해졌다더군요. (공효진) ■ 감독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여성이다. 인기가 많았겠다. 예전부터도 인기가 없는 편이 아니라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웃음). 청일점이어서 좋았겠다고 하지만, 특별히 좋지도 않았어요. 친한 오빠 동생 사이였지 남녀 사이가 아니었으니까요. (이종혁) ■ 제작자로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성분들은 당연히 보셔야 하구요. 남성분들에게도 유익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미쓰 홍당무>는 여성들의 독특한 심리와 행동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니까요. 이를테면, 이유리처럼 예쁘기만 하고 내숭 떠는 여성에게는 현혹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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