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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현대음악의 아름다운 결합

2008 국악창작곡 개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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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5호 이우인⁄ 2008.09.23 18:25:47

국악과 현대음악이 결합된 음악을 우리는 ‘퓨전 국악’이라 부른다. 과거에 국악하면 사물놀이·판소리처럼 신명은 나지만, ‘노인 음악’ 혹은 ‘전설의 고향’ 쯤에서나 나올 법한 과거의 음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생각은 불식되기 시작했는데, 모 CF를 통해 국악이 클래식의 탈을 쓴 것이다. 9월 11일에 개최된 ‘2008 국악창작곡 개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이하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총 10개 팀이 선보인 퓨전 국악은 고리타분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익히 들어온 클래식처럼 편안히 귓전에 스며들었고 때론 록발라드처럼 때론 영화 OST의 배경음악처럼 익숙했다. 출품된 123개의 작품 중 본선대회에 출전한 팀은 겨우 10팀. 이들은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실력을 겨뤘다. 10팀이 모두 우리 음악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클래식처럼 너무 격식을 따지지도 않아 공연 중간에 관객이 박수를 치는 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어떤 대회일까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해를 맞이한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국악계의 인재를 발굴하는 스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따북네’(Little poor girl story)로 재출전한 ‘아나야’(Anaya)는 1집 음반 ‘송인’(送人)을 발매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음악 프로젝트’가 다른 대회와 차별되는 점은 대상을 제외한 과거 수상자들도 재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장 장자끄 그로하는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중국과 일본, 한국 문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지만, B-Boy신드롬이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향상시킨 한류의 대표적 예”라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와 발전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수상자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연의 기회가 주어져 우리 음악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특히, 올해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국악방송(FM 99.1MHz) 등과 함께 주 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하여 수상자들의 유럽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음악 프로젝트’ 본선 스케치 방송인 이기상과 KBS 윤수영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2007년 21C 한국음악상을 수상한 ‘프로젝트 락’의 ‘난감하네’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난감하네’는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별주부 자라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육지로 나가는 대목을 재구성한 곡으로, 여성 소리꾼이 외치는 ‘난감하네’의 신명나는 리듬은 공연이 끝난 한참 후에도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심사위원으로는 이상규 한양대학교 교수·채치성 국악방송 본부장·윤중강 음악평론가·김수철 대중음악가·김은정 KBS 1FM 국악전문 프러듀서·송현수 유니버설뮤직 이사·토마스 클라멘스 (주)맥시엄코리아 대표 등 각계의 7인이 엄중한 평가를 했다.

이날의 첫 출전 팀인 ‘웰빙밴드 크레용’은 국악이 클래식과 만나면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맛보기를 보여줬다. ‘아리랑’을 접목하여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 즐거움에 들떠 잠을 설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던 기억들을 표현한 곡으로, 해금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한 곡은 중간 부분부터 경쾌한 리듬으로 변주된다. 두 번째 진출 작은 ‘아비오’의 ‘낭객’. 본선에 진출한 10개의 팀 중 유일하게 지방 출신인 아비오는 허튼 타령과 흥보가 중 돌보 심술 대목을 개사했다. 특히, 공연 끝 부분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소리꾼은 단조로운 공연에 반전을 줬다. 세 번째 진출 팀인 ‘아나야’는 1집 앨범까지 낸 실력파. 이날 이들이 선보인 ‘따북네’는 서도소리 특유의 떨림, 경기소리 창법의 몽환적인 음색을 잘 살린 곡이었다. 하지만, 본선 진출 곡 가운데 지루한 감이 있었다. 네 번째 진출 팀인 ‘나리랑’은 본선 진출 팀 가운데 평균연령이 가장 어린 ‘동생’이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의 선후배 여성들로 결성됐으며, 이들이 보여준 공연은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즐거웠다. 특히, 소리꾼 세 명의 귀여운 율동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다섯 번째 진출 팀은 단 두 명으로 구성된 향. ‘삼 아리랑’은 한 명이 해금을, 또 다른 한 명이 피아노 연주를 맡아 해금과 피아노의 하모니를 진지하게 선보인 공연이었다. 삼 아리랑은 삼베를 짜면서 부르던 북한 지방의 사랑 노래로, 정인을 그리는 애틋한 심정·좌절과 원망·떠나간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등 세 가지 정서를 표현했다. 본선 진출 곡 가운데 가장 단조로웠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지도록 하는 곡이었다. 여섯 번째 진출 팀인 ‘소릿결’은 팀명이 일러주듯 7명의 목소리로만 이뤄진 아카펠라 형식의 국악이었다. 판소리·아카펠라·비트박스 등 서로 다른 창법의 ‘인성’(人聲)이 함께 어우러져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무한한 가능성을 시도했다. 일곱 번째 진출 팀 ‘클루’는 6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팀으로, ‘달의 노래’는 본선 진출 곡 가운데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강강술래’와 구전민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농현·시김새 등 전통적 요소가 여성 재즈보컬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여덟 번째로 진출한 ‘이스터녹스’는 전통 민요와 장단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팀으로, 이날 선보인 ‘한자 혼자’는 ‘한자’와 ‘혼자’ 두 단어가 만들어 내는 운율적인 느낌이 호남우도지방의 ‘우질굿 장단’과 어울리도록 창작한 곡이다. 특히, 타악기와 대금의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아홉 번째 팀인 ‘프로젝트 시나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팀. 이들이 선보인 ‘인당수’는 판소리 심청가 중 ‘범피중류’ 대목을 각색한 곡으로,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의 애절한 심정을 기악으로 다이나믹하게 구성하여 긴장감을 실었다. 특히, 여성 소리꾼의 하얀 소복과 붉은 옷고름, 확 트인 목청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 출전 팀 ‘아리’는 국악기를 중심으로 서양음악과 실용음악을 전공한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그룹으로, 노래 없이 악기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 소리꾼이 없으면 신명날 수 없다는 편견을 날려버린 신나는 연주였다. 스페셜 게스트의 축하공연 또한 환상적이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이지영 교수가 연주하는 가야금과 클래식의 만남은 클래식과의 조화를 잘 나타냈으며, 이들이 연주한 서정적인 가락은 넓은 광야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오묘했다. 두 번째 게스트 ‘푸리’(원일·한승석·김웅식·정재일)는 이들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지영 교수 팀이 클래식과 국악의 조화를 표현했다면, 푸리는 대중가요와 국악을 접목시켜 서민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 꽉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힘이 느껴지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심사위원장 이상규 교수는 9월 12일 심사총평에서 “본선 경연 참가자들의 음악은 표현성과 수용성 두 가지에서 그 특성과 장점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표현성에서는 진취적이면서도 전통의 미를 잃지 않으려 했으며, 수용성에서는 세계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세계적이라는 것은 한국적 정서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적 측면을 수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국적을 떠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한국음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 후배들이 전통성을 지키면서 진취적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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