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있어 봤고, 장관도 하셨고, 합리적으로 잘하실 거라 믿는다. 나도 기업에도 있어 봤고 정치도 해 봤다. 여야 간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분이 당 대표가 돼 축하도 하지만, 정부가 국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난자리에서 말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말같이 두 사람은 닮은 꼴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경영학과 61학번, 정 대표가 법학 71학번으로 10년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이 대통령은 상대 학생회장을 했고, 정 대표는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또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에 입사 회장까지 올랐다. 정 대표도 쌍용그룹 상무출신이다. 이런 닮은꼴 때문인지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무려 115분이라는 긴 회동이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영수회담과는 달리 정치보다는 실용 쪽으로 무게를 두었다. 그래서 역사상 몇 번 안 되는 ‘영수회담 성공작’으로 보고 있다. 함께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편안함을 준다. 회담으로 누가 더 정치적 이익을 보고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당리당략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자주 못 만날 이유도 없다. 특히 정세균 대표가 투쟁일변도의 영수회담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야당정치의 새 바람이 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투쟁일변도의 야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확보한 제1야당의 대표주자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아무런 성과 없이 이명박 대통령만 성과를 취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여야 경색국면에서 진행된 영수회담이 자칫 ‘다람쥐 쳇바퀴’처럼 겉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 대표가 협상 실무 라인을 최대 가동해 18개에 달하는 의제를 선정하고, 회담 일주일 전부터 청와대와 물밑 접촉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어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색된 자금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활성화와 보증배수 제한 해제를 얻어내고, 키코(KIKO)에 대한 대책 마련, 남북관계와 대북식량 지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언론장악 논란, 공안정국 조성, 쇠고기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보복성 수사 중단, 교과서 개편, 내각 인적쇄신 등 과거회귀 논란 등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이 대통령에게 당의 입장을 전한데 대해 정 대표를 비롯하여 당 지도부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명실상부한 제1야당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이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로 위상이 격상된 점에 정 대표 측은 고무적인 반응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 합의한 것은 극한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선별적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싸울 것은 확실히 싸운다는 정제되고 정돈된 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옛날식의 강경 일변도의 야당보다는 분명히 각을 세울 때는 세우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대안을 세우는 야당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 대표의 이러한 행보가 실질적인 성과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표류할 경우 야성을 강화시킬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강화해 정책적 대안으로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되 야당으로서 반대해야 할 대목에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 견제세력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게 남은 과제다. 그렇게 되면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고, 당 지지도 역시 상승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