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배용준으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열풍’은 최근 그 기세가 수그러들었으나,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류 스타의 공연과 팬 미팅 입장권은 불티나게 팔리고,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시사회 및 제작발표회에서 일본 팬들을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 초 송승헌과 권상우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 <숙명>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영화관 입구에는 이들의 일본 팬들이 보낸 화환들로 가득했고, 이병헌과 정우성·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일본을 비롯한 각국 외신기자들까지 대거 몰려 좌석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 이틀 연속 언론시사회를 갖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토록 일본인들이 한국 스타들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연예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좋아서”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 철저한 신비주의 전략으로 스타와 팬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일본 연예인에 비해 한국 연예인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여서 좋다는 것이다. ■ 지상파 3사 방송 트렌드는 ‘리얼리티’ 위의 현상을 반영하듯, 국내 방송계에도 실제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웃음을 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본과 애드리브에 의존하던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을 압도하며 2008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큰 틀은 짜여 있지만, 매회 주어지는 ‘미션’이외에는 출연자의 리얼한 모습에 의존한다. 시청자들은 가식을 한 꺼풀 벗은 스타들의 모습에 곧바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너는 펫> <현장고발 치터스> <도전 신데렐라> 등 케이블 채널에서 여러 차례 방송되어 인기를 끈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지상파 3사에서 MBC의 <무한도전>을 필두로,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이어, 최근 인기몰이 중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밀리가 떴다)로 그 형식을 옮겨와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최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 <무한도전>은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여섯 남자(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하하·노홍철)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리얼하고 코믹하게 그리며 장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해 왔다.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모조리 유행어가 됐고, <무한도전>의 여섯 남자는 물론 게스트와 작가·매니저·코디네이터까지도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 초 군에 입대한 하하의 빈자리로 <무한도전>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인기 연예인을 게스트로 초대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소용없었다. 얼마 전부터는 인기 그룹 신화의 멤버 ‘전진’을 제7의 멤버로 기용하여 시청자들에 어필하고 있다. <1박 2일>은 <무한도전>이 주춤하는 틈을 타 주말 예능 프로그램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1박 2일>은 강호동과 다섯 친구들(김C·이수근·은지원·MC몽·이승기)이 1박 2일 일정으로 전국 팔도의 금수강산을 체험하기 위해 떠나는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게임에서 지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복불복’ 게임과, 패배한 팀이 야외 텐트에서 잠을 자고 목적지에 정해진 시각까지 도착하는 방식도 새롭게 다가왔다. <우결>은 현대인의 연애와 결혼법칙을 유쾌하고 리얼하게 풀어보는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인데, 네 쌍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커플들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만들어 가는 좌충우돌 가상 결혼생활을 그리고 있다.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 ‘정형돈·사오리 커플’, ‘앤디·솔비 커플’, ‘알렉스·신애 커플’로 시작된 <우결>은 현재 ‘정형돈·사오리 커플’ 대신 ‘김현중·황보 커플’의 선전으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네 커플의 이별여행편을 방송해 커플교체가 임박했다. 지난 6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떴다 패밀리>는 유재석·이효리·김수로·윤종신·이천희·대성·박예진·전진 등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이 최강의 패밀리로 뭉쳐, 가족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대신 집을 보고 일손을 돕는 리얼리티 스토리이다. 스타들의 순박한 모습과 매회 바뀌는 게스트의 의외의 모습 등이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며 <1박 2일><우결>과 일요일 시청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의외의 모습과 진솔한 면을 보여주며 인기를 끈 만큼,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 등이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떠올랐다. <우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알렉스(29·본명 추헌곤). 2004년 클래지콰이 1집 앨범 ‘Instant Pig’로 데뷔한 알렉스는 개인 활동을 펼쳤으나, 같은 그룹의 여성 멤버 호란(29·HORAN·본명 최수진)에 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한때 남녀 ‘미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지만,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결> 출연 이후 알렉스는 ‘로맨티스트’ ‘훈남 가수’ 등의 애칭을 얻으며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남자 연예인으로 떠올랐다. 2006년 그룹 ‘타이푼’의 ‘제2의 신지’로 불리며 연예 활동을 시작한 솔비(24·본명 권지안)는 올 초 방송에서 일삼은 ‘강경발언’으로 ‘막말 솔비’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솔비는 한 방송에도 출연하여 “바보 이미지로만 보는 것이 속상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비호감’이던 솔비 역시 <우결>에서 앤디와 부부로 출연하고부터 인생이 핀 케이스. 이후 솔비는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빅뱅’의 대성·승리와 함께 진행을 맡고 있으며,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로도 단골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Do it Do it’(두잇 두잇)으로 솔로 가수로도 데뷔해 인기 포털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2006년 1집 앨범 ‘One & Only’로 데뷔한 크라운제이(29·본명 김계훈)는 <우결>에서 기 센 여자 연예인 서인영과 ‘개미 커플’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데뷔 후 1~2년 간 뚜렷한 활동이 없던 그가 <우결> 덕분에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크라운제이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장동건과 맥주 CF에도 출연하는 등 2008년을 최고의 해로 장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탤런트 겸 모델 마르코(29·Marcos Benjamin Lee)는 <일단 뛰어> <어깨너머의 연인> <온리 유> <코끼리> 등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시선을 끌지 못했고, 주로 패션·잡지 모델로서 두각을 보여 왔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마르코를 단박에 ‘훈남’ 이미지로 알린 프로그램은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이하 우방결). 출연 전부터 손담비와 함께 ‘얼짱·몸짱’ 커플 탄생으로 화제를 모은 마르코는 <우방결>에서 보여준 의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로맨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마르코) 너무 멋있는 사람 같다. 알렉스보다 더 낭만적이다” “앞으로도 마르코를 봤으면 좋겠다”며 호평을 쏟아냈고, 추석연휴 동안 마르코는 인기 포털 검색어 순위에서도 단연 1위였다. SBS 주말 드라마 <유리의 성>에 김준성 역으로 출연 중인 탤런트 이진욱(27)도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이후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연기보다 CF로 더 알려진 이진욱은 2년 전 방영된 웰 메이드 드라마 <연애시대>의 민현중 역으로 열연하여 주목받기 시작했고, <비포&애프터 성형외과> <강적들>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나, 조각 같은 외모와 우수에 찬 눈빛 등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하지만, 이진욱이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4차원의 엉뚱한 매력은 그와 대중 사이를 가로막던 벽을 단숨에 깨버렸다. <아름답다> <허밍> <뚝방전설> <한성별곡> <온리유> <가을 소나기> 등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저조한 흥행과 시청률로 인해 대중에게는 생소한 연기자 이천희(29)도 <패밀리가 떴다>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는 큰 키에다 깔끔한 외모는 온데간데없고, 소심하고 비실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 ‘리얼리티 프로그램’…스타 재해석의 기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기존의 스타가 가진 이미지를 180도 다르게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젝스키스’의 카리스마 리더였던 은지원(30)은 하루아침에 ‘초딩’(초등학생)으로 전락했다. <1박 2일>에서 은지원이 보여준 수준 이하(?)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당황했고, 급기야 그를 ‘은초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은초딩’이란 애칭을 얻고부터 은지원은 젝스키스 출신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멤버로 기억되고 있다. 은지원을 보지 못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다. ‘학생회장 출신’ 발라드 가수라는 모범생 이미지를 굳혀온 이승기도 <1박2일> 때문에 ‘허당 승기’로 고급 이미지에서 저렴한 이미지로 탈바꿈한 셈. ‘이승기는 똑똑하다’는 편견은 깨졌지만, 그의 차후 연예 활동에는 파란 신호가 들어왔다. 여성 4인조 그룹 ‘쥬얼리’의 멤버 서인영(24)도 <우결>에 출연하여 ‘비호감’ 이미지를 ‘호감’으로 바꿨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과 방송에서 보여준 야한 패션 등으로 서인영을 싫어하는 대중들이 많았지만, <우결>에서 ‘신상’을 밝히고 크라운제이에게 앙탈을 부리는 등 예전보다 더욱 ‘된장녀’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인 모습이 오히려 대중에게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서인영 패션 따라하기, 서인영 아이콘, 서인영 마스카라 등 서인영을 이용한 마케팅이 대중에게 먹혔고, 그녀가 솔로로 내놓은 ‘신데렐라’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2000년에 그룹 ‘샤크라’로 데뷔한 황보(28·황보혜정)도 그 동안 ‘황서방’‘황장군’ 등 여성적인 이미지보다 남성적인 이미지로 부각돼 왔다. 그랬던 그녀가 <우 결>에서 연하의 남자에 가슴앓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부터 여성스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황보가 의외로 요리와 살림에 뛰어난데서 여성스러움은 더욱 두드러졌고, 처음에 김현중과 신혼부부로 출연하는 것조차 반대하던 팬들 또한 “두 사람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결>에서 황보와 함께 ‘쌍추 커플’로 호흡 중인 꽃미남 그룹 SS501의 리더 김현중(22)에 대한 이미지도 업그레이드됐다. 출연 전에는 그저 예쁜 꽃미남에 가까웠던 김현중이 듬직한 남자로 거듭난 것. 커플 호흡 초반에 어색함으로 일관하던 김현중이 연상의 아내 황보로 인해 마음을 열고 변하는 모습도 볼거리다. 마지막 커플로 <우결>에 합류한 두 사람은 9월 14일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우결-최강부부 결정전>에서 완벽한 부부 호흡을 자랑하며 최강부부 1위에 올랐다. 인기 그룹 신화의 멤버 앤디(27·본명 이선호)도 <우결> 덕을 봤다. <우결>에서 솔비와 커플이 된 앤디는 신화의 멤버들 가운데 여리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사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고, 신부 솔비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 등 앤디의 장점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코맹맹이 소리가 귀여운 가수 화요비(26·본명 박레아)는 추석특집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에서 4차원적인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며 화제가 됐다. 그녀는 전에도 많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엉뚱함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번처럼 적나라하게 보인 적은 없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화요비가) 너무 귀엽다” “고정으로 출연시켜 달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화요비와 함께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환희(26·본명 황윤석)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노래와 춤을 잘하는 가수에 가까웠던 환희에게 이렇게 장난기가 많고 무심한 듯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다는 것. 이날 방송의 마지막에 화요비와 듀엣으로 부른 ‘Endless love’는 추석연휴가 끝난 뒤에도 인기를 모았다. 한편,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가장 확고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연예인은 ‘예진 아씨’ 박예진(27)이다. 1998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한 박예진은 그 동안 단아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어필했으나, <패밀리가 떴다>에서 ‘섹시 스타’ 이효리와 함께 맨얼굴로 등장하여 수차례 망가지면서 그의 고급 이미지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박예진은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흡수됐고, 매주 금요일 밤마다 OCN에서 방영되고 있는 <여사부일체>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터프녀’ 심상군 역으로 캐스팅돼 열연 중이다. 3집 ‘유고걸’(U-Go-Girl)과 ‘헤이 미스터 빅’(Hey Mr. Big)으로 ‘역시 이효리’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 ‘섹시계의 지존’ 이효리(29)도 <패밀리가 떴다>에서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과 촌티 나는 의상, 잠에서 방금 깬 헤어스타일 등으로 매번 유재석에게 “음악 프로그램에서 본 효리는 이렇지 않다”는 핀잔을 듣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이효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오히려 이효리의 대조적인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더욱 근사하게 비쳐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