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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박사의 건강 클리닉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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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8호 편집팀⁄ 2008.10.14 13:32:29

심방세동(心房細動)은 조기수축 다음으로 가장 흔한 부정맥이다. 조기수축은 간헐적으로 생기는 반면, 심방세동은 지속적으로 있는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은 아무런 증상도 없을 수 있으나, 이것이 발생하면 환자는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느끼며, 맥박은 그 간격과 강도가 아주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은 보통 1분에 100회 이상 뛰게 되며, 이럴 때에는 환자가 호흡곤란·무기력증·심계항진을 느낄 수 있다. 심방세동은 50세 이전에는 드물게 나타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심방세동의 발생률이 증가하여, 60세 이상에서는 100명 중 한 사람에게서 심방세동을 볼 수 있으며, 70세 이상에서는 100명 중 다섯 사람에게서 심방세동이 발생한다. ■ 심방세동의 원인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기전을 그림으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장은 수축을 하기 위해 전기적 자극이 필요하다. 정상인에서는 우심방에 위치하고 있는 동결절이 전기적 자극을 시작하며, 이것이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방실결절로 전달된다. 우심방과 좌심방은 동결절로부터 받는 자극으로 수축하고, 심실은 방실결절로부터 받는 자극으로 수축한다. 그러나 심방세동이 있을 때에는 동결절은 그 기능을 못하고, 심방 내의 수많은 곳에서 전기적 자극이 발생하여 이것이 무질서하게 방실결절로 전달되며, 이것이 심실을 불규칙적으로 박동하게 한다. 40세 이하의 젊은 사람에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판막 질환 특히 승모판 협착증이나 폐쇄부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승모판 질환이 있으면 좌심방에 혈압이 증가하여 이것이 좌심방을 늘어나게 하고 좌심방의 벽을 얇게 만들어 심방세동이 발생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도 심방세동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면 심방세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에 이상이 없으며 아무런 원인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심방세동의 진단 정상인은 가만히 있거나 정신적으로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기의 심장이 박동하는 것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심방세동 환자는 불규칙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이때 맥박을 짚어보면 맥박의 강도와 속도가 무질서하게 수시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심전도와 맥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심전도에서 심장의 박동을 의미하는 QRS파의 빈도가 수시로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으며, 맥박의 강도도 수시로 변한다. 맥박의 빈도가 느려지면 더 강하게 뛰고, 빈도가 빨라지면 더 약해지며, 이보다 더 빨라지면 만져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방세동 환자의 맥박수는 심장의 박동수보다 적은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의 심전도 소견으로, 정상인은 QRS파와 QRS파 사이가 직선으로 보이지만, 심방세동 환자는 작은 진동이 보이며 심방의 수축을 일으키는 P파도 보이지 않는다. ■심방세동의 합병증 심방세동이 생겨도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의 박동수가 필요 이상으로 빨라지며, 더불어 심장의 기능도 어느 정도 떨어지고,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으며, 운동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색전증으로 인한 뇌졸중(중풍)이다. 정상인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고 이완을 한다. 그러나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이 수축 기능을 상실하고 문자 그대로 세동 즉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심방 내에 피가 고이게 되며, 이것이 작은 혈전을 만들어 떨어져 나가면 뇌혈관을 막아서 중풍이 올 수 있다. 60세 이상의 정상인에서 중풍 발생률이 매년 100명 중 한 사람이라면,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의 경우 2배에서 5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치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그 치료 목표는 뇌졸중의 예방, 심박동수의 감소, 정상율동의 회복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뇌졸중의 예방 = 뇌졸중의 위험도는 환자의 연령, 심장질환의 위험인자, 심장질환의 유무, 뇌졸중의 과거력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지속적인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우선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모든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아스피린 알레르기나 아스피린으로 인한 위궤양 또는 심한 위염 증상이 없다면 아스피린을 매일 200mg 정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만일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 없다면, 그 대신 클로피도그렐 같은 혈소판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둘째로 고려되는 약은 항혈액응고제인 와파린(쿠마딘)이다. 이 약을 적정량 복용하면 혈액응고를 억제하여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면 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반대로 그 양이 부족하면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PT(Prothrombin Time)라는 혈액검사를 통해 그 양을 조절해야 한다.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잇몸에서 피가 잘 나거나 멍이 잘 들 수 있다. 그럴 때는 주치의와 상담하여 와파린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필요한 와파린의 양은 3~5mg이다. 심박동수의 감소 =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박동이 많이 빨라진다. 이런 빈맥현상은 휴식상태에서도 나타나지만, 운동할 때 더 현저하게 나타난다.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은 쉬운 운동을 해도 심장이 150회 이상 뛴다. 이럴 때 빈맥으로 인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심장이 좀더 효율적으로 뛰게 하기 위해 심박동수를 줄여줘야 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항은, 정상인은 심장의 박동수와 맥박이 일치하지만,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박동수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맥박수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심박동수를 줄일 수 있는 약들은 디곡신·베타차단제·베라파밀·딜티아젬 등이 있다. 정상율동(리듬)의 회복 = 심방세동을 위한 가장 확실한 치료는 정상율동을 회복하고 심방세동의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을 교정하는 방법에는 약물요법과 전기충격요법이 있다. 그러나 모든 심방세동 환자가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심박동수의 감소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으며, 또 정상율동을 회복시킴으로써 환자의 예후가 확실히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정상율동을 회복하고 약물치료를 계속해도 약 1년 후에는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정상율동을 회복하고 약물치료를 받으면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 심장에 이상이 없거나, 심장병이 있어도 경미한 사람. - 심방세동이 발생한 지 1년 이하인 사람. - 심장 특히 좌심방이 많이 커지지 않은 사람(좌심방이 많이 커져 있는 사람은 정상율동을 회복시키고 유지하기가 어렵다. 좌심방의 크기는 심장 초음파검사로 알 수 있다). - 발작성 심방세동, 즉 심방세동이 항상 있지 않고 한 번에 몇 시간 또는 하루 정도 계속되다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사람. ■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조언 많은 심방세동 환자들이 지나친 걱정을 하고 공포심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심장에 심각한 질환이 없다면 심방세동은 인명을 단축시키거나 심장에 큰 장애를 주지 않는다. 필자가 치료하는 대부분의 심방세동 환자들은 이 부정맥이 발생한 지 10년 이상 되어도 거의 정상적으로 운동도 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심방세동은 간혹 중풍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이것은 아스피린과 와파린 같은 약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소수의 심방세동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술을 끊거나 소량만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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