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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성적표, 뒤처리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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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9호 박형규⁄ 2008.10.21 14:24:46

무르익은 오곡백과를 거두어들이는 가을이 왔다. 누구나 이 말을 듣기만 해도 배가 저절로 부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 법한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온 지구촌이 이런 풍성함의 계절과는 반대로 이른바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 현상의 공황에 직면한 채 힘든 나날과 씨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보기 드문 세계적인 금융 내지 경제위기는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는 가운데, 지난 6월부터 20일 동안 실시된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실망’이라는 평가로 요약되고 있다. 물론, 이번 국감은 초선 의원들이 많은 첫 감사인데다, 보수와 진보 간 10년 만의 정권교체 뒤의 첫 감사라는 점에서 국감에 대한 경험부족 및 사전준비 미숙과 여야 간의 기싸움 같은 숨은 사정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국정감사의 본뜻과 중대성은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특히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 공황위기가 닥쳤는데도, 필자가 본란을 통해 미리 예견하고 우려했던 대로, 각 정당이 시작부터 당리당략을 위한 전략에 따라 ‘정책국감’이 아닌 ‘정치 국감’ 위주의 감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민에게 희망 아닌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국감에 임한 여야 의원들은 국민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집행기관의 감시를 위한 사전자료 준비와 세심한 통찰력과 논리적이고도 정책적인 문제점 지적 등은 소홀 내지 외면한 채, 주로 대안 제시 없는 폭로성이나 한건성 지적에 목소리만 높이는데 치중한 모습들이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번 국감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로 꼽혀지는 수감기관 구성원들의 고압적이고도 냉소적인 수감태도까지 겹쳤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에서는 나름대로의 성과라면 성과로 채점(평가)될 수 있는 실적들도 눈에 띄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실적으로는 나라 안을 온통 비판과 규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쌀 소득보전직불금 파문’의 불씨를 키워 하반기 정치권의 최대 ‘이슈(쟁점)’로 등장시킨 실적을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쌀 직불금을 가로챈 공직자들을 비롯, ‘검은 돈’을 먹고 부적합식품을 적합식품으로 둔갑시켜준 비리나 간병휴직을 내고 유학자녀를 돌봐준 사례 등에 이르기까지, 이번 국감을 통해 밝혀낸 경찰·법무·세무·식약청·교육 등 각 부서 공직자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갖가지 도덕적 해이 실태 규명을 들 수 있다. 또한, 대한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공사·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 자회사·석유공사·광업진흥공사·코트라(KOTRA) 등 60개 공기업들의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드러난 하나 같은 도덕적 해이를 들춘 사례들로 요약할 수가 있다. 비교적 풍성한 수확이다. 이처럼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공직자들과 공기업들의 하나 같은 부정·비리나 방만 및 부실 경영 등 국민 혈세의 낭비와 허실의 실태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지겹고 짜증스러울 정도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쌀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쌀 소득보전직불금이 엉뚱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새나가는 사실이 현직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부당 신청으로 들통이 나기 시작, 점차 공직자들을 포함한 부당 수령자들의 수가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됨으로써,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중대비리로 밝혀낸 게 가을철과 어울리는 수확으로 볼 수 있다. 국정감사의 본연의 취지나 가치는 다름 아닌 예산의 올바르고 건전한 집행 여부를 가리는 일이 우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예산 낭비나 허실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이 국회 국감의 본뜻이나 취지에 가장 충실하며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정치권이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대목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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