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빈맥의 특징 조기수축과 심방세동 다음으로 자주 보는 부정맥이 발작성 빈맥이다. 이 부정맥은 발작성으로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발작은 수분에서 수시간, 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하루나 이틀도 지속될 수 있다. 이때 심장은 1분에 160~220회를 뛰게 되는데, 규칙적으로 뛰는 것이 특징이다. 발작성 빈맥은 심방에서 발생하면 ‘상심실성 빈맥’이라고 하며, 심실 내에서 발생하면 ‘심실성 빈맥’이라고 한다. 상심실성 빈맥은 비교적 건강하고 젊은 층에서 잘 발생하는 반면, 심실성 빈맥은 심장질환 특히 심근경색증이나 심근증이 있는 환자에게 잘 발생하므로 좀 더 심각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심실성 빈맥은 소아나 젊은 층에게서 시작되지만, 예외적으로 50세 이상에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정맥은 갑자기 발작적으로 시작하고 또 갑자기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심장은 보통 1분에 1600~200회 뛰고, 맥박은 너무 빨라서 정확히 그 횟수를 셀 수가 없으며, 맥박의 강도도 약해진다. 이럴 때 발생하는 증상은 빠른 심계항진과 더불어 무기력증·흉통·현기증 등이다. 이럴 경우 환자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힘들어지며, 심한 경우 누워 있어야 한다. 이런 발작은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심호흡 또는 기침을 하면 중단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가슴에 한번 “쿵” 하는 충격을 느낀 다음 이 발작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 부정맥은 대부분 조기수축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 “쿵” 하는 증상은 조기수축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 심전도를 찍어보면 진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다름 그림에서 보듯이, 상심실성 빈맥은 QRS파가 좁고 정상으로 보이며 P파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심실성 빈맥은 심장이 보통 1분에 150~190회 정도 뛴다. 심전도의 QRS파는 정상보다 구간이 넓으며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P파는 대체로 보이지 않으나, 이따금씩 한두 차례 보이기도 한다. 상심실성 빈맥은 두 가지 원인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한 방실결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이며, 또 하나는 WPW 증후군이다. 후자에서는 선천적으로 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특수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을 통해 전기가 잘못 통하면 상심실성 빈맥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심전도에 WPW 증후군이 보여도 일생 동안 한 번도 부정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은 특별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 상심실성 빈맥을 다스리는 방법 이 부정맥이 생길 때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누워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양다리를 천장을 향해 올리게 한다. 둘째, 누운 상태에서 기침을 강하게 여러 번 한다. 셋째, 누운 자세에서 심호흡을 하거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심한 변비가 있을 때처럼 가슴에 힘을 주고 숨을 참았다가 호흡을 시작한다. 넷째,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양쪽 눈을 아플 정도로 누르게 한다. 여러 방법 중에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녹내장이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다섯째, 턱 밑에 있는 경동맥을 강하게 마사지한다. 이 방법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있으며, 교대로 한쪽씩 마사지해준다. 단, 나이가 많고 경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이 방법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섯째, 얼굴을 아주 찬물에 담그면 발작성 빈맥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타월을 얼음물에 담갔다가 이것을 얼굴에 덮어준 상태에서 위의 방법들을 시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을 시도해도 부정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많은 증상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의사도 이상의 방법으로 빈맥을 중단시키려고 시도해볼 것이다. 이런 방법을 충실히 시행해보면 10명 중 5~7명에게서 빈맥을 중단시킬 수 있다. ■ 상심실성 빈맥의 예방과 치료 상심실성 빈맥은 주사제로 비교적 쉽게 중단시킬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은 아데노신인데, 이 약을 정맥에 주사한다. 이 방법은 거의 부작용이 없으며, 10명 중 9명의 발작을 중단시킬 수 있다. 만일 이 방법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으로는 베라파밀을 정맥에 주사한다. 이 약들은 빠른 속도로 한번에 주사해야 하며, 천천히 주사하면 성공률이 아주 낮아진다. 상심실성 빈맥은 몇 달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몇 번씩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발작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타난다면,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항부정맥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발작이 1년에 한두 번 정도라면,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보다는 필요시에만 간헐적으로 복용할 수도 있다. 상심실성 빈맥을 예방하는 약은 베라파밀(1일 180~240mg)이지만, 이것으로 예방이 안 되면 심방세동에서처럼 후렉케나이드(50~100mg 1일 2회)·푸로파페논(150~300mg 1일 2회)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약들은 대부분 발작을 예방할 수 있으나, 장기적 약물요법은 환자에게 불편하고 또 상당한 치료비를 요한다. 그러므로 최근에는 약물요법보다는 전기생리학적으로 부정맥을 완치하는 치료가 선호된다. 이 부정맥은 선천적으로 심장 속에 미세한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을 통해 전기가 잘못 통하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전기생리학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전기생리학 검사는 사타구니와 목에 있는 정맥을 통해 여러 개의 튜브를 삽입하여 정밀검사를 하고 부정맥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를 하면 심장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어 부정맥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부정맥이 생기는 비정상적인 조직을 찾아 여기에 열을 가해 제거하면 부정맥이 완치될 수 있다. 이 검사와 치료는 보통 2~4시간 정도 걸리며, 이 시술을 받으면 10명 중 9명은 상심실성 부정맥이 완치된다. 그러나 나머지 1명은 상심실성 부정맥이 완치되지 못하고 재발할 수 있으며, 이럴 때는 약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심실성 빈맥의 효과적인 치료 심실성 빈맥은 심장병이 심한 환자에게서 발생하며, 심실세동을 유발하여 급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정맥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도 심실성 빈맥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부정맥은 발생해도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양성 심실성 빈맥’이라고 불린다. 심장병이 심한 사람에게 발생하는 심실성 빈맥은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한 현기증 또는 실신을 초래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심전도는 넓고 비정상적인 QRS파를 보이며, 그 빈도는 1분에 150~190회 정도이다.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면 심장은 많은 혈액과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박동이 빨라지면서 심장의 혈액공급은 감소한다. 그 이유는 심장의 혈액공급은 이완기에서만 가능한데 박동수가 빠르면 빠를수록 이완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심장 기능이 나쁜 상태에서 심실성 빈맥이 발생하면 혈압이 90 이하로 떨어지며, 이것도 심장의 혈액공급을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심장은 더 많은 혈액공급이 필요하게 되지만 공급은 오히려 감소하여,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에 심한 허혈현상이 일어나고 치명적인 심실세동이 발생할 수 있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은 미세한 움직임만 보일 뿐 박동은 완전히 사라지고 환자도 죽음을 맞게 된다. 심실성 빈맥은 혈압이 정상이고 환자의 상태가 안전하면 정맥주사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 때에는 환자에게 잠시 수면마취를 하고 전기충격을 가해서 이 부정맥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