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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국정조사 더 이상 국민 우롱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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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0호 박형규⁄ 2008.10.28 13:31:02

본격적인 수확의 계절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올해 가을은 예년과는 달리 농민들의 마음에는 수확의 기쁨이 아닌 박탈감의 분노와 시름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그 까닭은 11월 10일부터 12월 5일까지 26일 동안 ‘쌀 소득보전 직불금’ 의 불법·부당 수령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게 된 사실이 단적으로 소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농업 개방 확대에 따라 직접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직접 지불해주는 보상금이 농사를 직접 짓지도 않은 ‘가짜(위장) 농민’에게 도둑맞은 사실이 뒤늦게 들통난 바람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의 진상 규명과 대책 수립 등을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정도로 나라 안이 온통 ‘쌀 직불금 파동’에 휩싸인 채 농심만 이래저래 멍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에 떠밀려 여야가 서둘러 일단 국정조사권 발동에는 합의했지만, 이 합의의 침이 채 마르기 전부터 증인 채택과 불법·부당 수령자 명단 공개를 어디까지로 할지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어, 앞으로의 본격 활동에서 ‘쇠고기 수입 파동’ 국정조사 등 숱한 국정조사들처럼 용두사미식으로 흐지부지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구심까지 겹쳐 더욱 불안하고 불편한 심기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국조권 발동은 여느 사안들과는 달리 전·현 정권이 함께 조사 대상이라는 특이한 점과 조사의 핵심이 도둑맞은 진짜 농민들의 소득보전 직불금을 찾아서 제대로 돌려주기 위한 전 국민적인 관심사라는 사실 때문에, 여야는 결코 흐지부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구태정치를 벗어나기 힘든 우리의 현 정치 환경이나 풍토 등으로 인해, 자칫 전·현 정권의 책임 공방만 주고받다 끝날 공산도 없지 않다는 일부 관측도 있어, 앞으로의 향배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조사활동이 전·현 정권이나 여야 정당 간 책임공방 등의 정쟁으로 흐지부지 끝난다면 여느 때와는 달리 멍든 농심은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 이상의 일대 광란의 태풍으로 온 나라 안을 뒤흔들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만은 정치권이 깊이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여야는 일단 도둑맞은 ‘진짜’ 농민들의 소득보전 직불금을 찾아서 돌려주기 위한 조사 활동에 돌입할 다각적이고도 철저한 준비를 서둘고 있다. 정부 여당이나 야당 등 어느 쪽도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움직임들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국정조사가 멍든 농심을 치유하고 농촌 정책의 근간을 바로 잡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일단 조사 대상의 상자가 열리면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여러 개의 뇌관이 장착되어 있어, 잘못 건드리면 감당 못할 폭발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뇌관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이 다 같이 증인으로 선정되는 경우로 꼽히고 있다. 물론, 실현 여부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둘째로는 공무원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심판하고 유사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 추궁과 아울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로는 이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책 마련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 정권의 정책 실패에, 민주당은 현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각각 초점을 맞춘 모양인 것 같아, 결국 정쟁으로 몰고 갈 공산이 짙어보여,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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