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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한민국

영화 <미인도>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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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2호 이우인⁄ 2008.11.11 17:50:21

지금 대한민국은 ‘신윤복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을 시작으로 동명 드라마인 SBS <바람의 화원>, 그리고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미인도>까지, 신윤복 바이러스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신윤복 특별전’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소설과 드라마의 영향 때문으로 짐작된다. 또, 최근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 치러진 한 학과의 면접시험에 김홍도와 신윤복이 등장하는가 하면, 모 고등학교 시험문제에서도 김홍도와 신윤복·신영복·정향·신한평 등이 등장해 신윤복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편, 올해 ‘신윤복 신드롬’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 <미인도>가 11월 13일 개봉에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올해로 탄생 250주년인 신윤복의 매혹적인 삶을 다룬 영화 <미인도>는 “얇은 저고리 밑, 가슴 속 가득한 정을 붓끝으로 전하노라”라는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美人圖)의 한 줄 화제에서 시작된 의문으로 시작된다. 공개 전부터 조선 최초의 에로티시즘, 김민선(신윤복 역)의 고운 뒤태가 고스란히 담긴 티저 포스터, 파격적인 정사 신이 담긴 예고편 등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베사메무쵸> <파랑주의보>와 지난해 3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식객>을 연출한 전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하여 <아프리카> <하류인생> <별빛 속으로> <현정아 사랑해> <선녀와 사기꾼>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연기력을 다져온 김민선이 남장 여자 신윤복을, 2003년 MBC 공채 탤런트 31기로 연예계에 입문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하류인생> <강철중:공공의 적 1-1> <모던보이> 등에서 이미지 변화를 구축해 온 김남길이 윤복과 사랑을 나누는 순수 청년 강무로 분했다. 또한, <두 번째 프러포즈> <소금인형> <블루> <밤과 낮> 등에서 묵직한 연기로 신뢰를 쌓아 온 김영호가 내면의 욕망을 분출하는 조선시대 최고 화가 김홍도를, 하이틴 드라마 주인공으로 데뷔하여 영화 <사생결단>으로 제 2의 연기 인생을 맞은 추자현이 치명적인 질투에 사로잡힌 기녀 설화를 연기한다. ■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다른 영화 <미인도>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미인도>는 장면 장면에 동양화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붓글씨를 표방한 자막과 꽉 채워진 화면이지만 여백을 남기려 한 점, 전체적으로 탁한 화면 색 등에서 동양적인 미를 부각시키려 한 제작진의 세밀한 의도가 엿보인다. <미인도>는 “신윤복은 여자였다”와 “신윤복과 김홍도가 사제지간이었다”는 소재만 빌렸을 뿐, <바람의 화원>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바람의 화원>이 그림을 둘러싼 미스터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영화는 멜로에 중점을 뒀다. 또한, 바람의 화원은 사제지간인 김홍도와 신윤복이 서로 마주보는 애정구도인 반면, 영화는 신윤복을 향한 김홍도의 일방적인 욕정과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신윤복이 남자로 살게 된 이유도 드라마와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신윤복이 형 신영복과 함께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하다 영복이 윤복의 죄를 뒤집어쓰고 유배 간 것으로 그려지나, 영화에서는 윤정의 오빠 신윤복이 그림에 대한 부담감에 눌려 자살하자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윤정이 신윤복의 인생을 대신 산 것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여자인 윤복의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 성에 대한 욕망을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윤복이 그린 이른바 ‘춘화’라고 비난받은 <단오풍정>(端午風情), <월야밀회>(月夜密會), <월하정인> (月下情人), <이부탐춘>(二婦探春) 등의 그림은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그린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 소설·드라마·영화 속 신윤복과 김홍도 사실일까 속화를 즐겨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속설(20세기 초 문화평론가 문일평)과 함께 오세창의 <근역서화징> 단 두 줄의 기록만이 신윤복에 관한 전부다. 소설과 드라마 등에서 비쳐지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모습은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일 뿐,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신윤복은 여자였다”는 발상은 신윤복의 대표작들이 여성을 주로 그렸고, 그 필치가 섬세하고, 여성의 마음을 표현한 화제(畵題)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바람의 화원> 소설가 이정명과 미술사가들은 입을 모아 “신윤복은 명백한 남자”라고 밝히고 있으며, 미술사가들은 최근 일고 있는 “신윤복이 여자가 아니었을까”라는 데에 역사적 왜곡이라며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윤복이 도화서 화원이었다는 사실조차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은 영조·정조·순조 초년에 궁중의 자비대령화원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는 부자가 같은 곳에서 동시에 근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윤복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도화서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따른다. 한편, 소설과 영화에서 신윤복과 김홍도는 사제지간이면서 애정관계로 그려지고 있는데 대해 미술사가들은 혜원과 단원이 동시대에 활동한 점, 두 사람이 모두 풍속화를 그린 점, 갈수록 혜원 작품이 단원의 화풍을 닮아간다는 점 등을 꼽으며, 신윤복이 김홍도의 제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 욕망을 살다간 <미인도>의 등장인물 아름다운 욕망을 그린 천재화가 - 신윤복(김민선 분) 타고난 재능을 가졌지만, 여자로 태어나 그 재능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인이다. 오빠 신윤복이 자살한 후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오빠의 삶을 대신 산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 여자이고 싶은 욕망을 감출 수 없다. 아름답고 치명적인 신윤복의 첫사랑 - 강무(김남길 분) 청동거울을 만드는 경장이다. 강무는 윤복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서민의 생활로 안내하던 중, 우연히 윤복이 여자임을 알고 사랑에 빠진다. 윤복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불사르는 정열적이면서도 순수한 남자다. 제자를 사랑한 조선 최고의 화가 - 김홍도(김영호 분) 정조의 사랑을 독차지한 당대 최고의 화가. 제자인 신윤복의 천재적인 재능에 매혹돼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윤복이 여자임을 알게 된 후, 끓어오르는 사랑과 소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강무와 윤복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신윤복을 질투한 조선 최고의 기녀 - 설화(추자현) 도도하고 아름다운 조선 최고의 기녀. 자신에게 유일하게 넘어오지 않는 김홍도를 향한 사랑으로 윤복을 질투한다. 그 질투는 급기야 윤복·홍도·강무 세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 영화 <미인도> 그림 같은 이야기 “그림에 재능을 가진 여자 신윤정, 오빠 신윤복의 인생을 대신 살다” 4대째 이어온 화원 가문의 막내딸이자 신묘한 그림솜씨로 오빠 신윤복에게 남몰래 대신 그림을 그려주던 7살 천재 윤정. 어느 날 오빠의 자살로 인한 죄책감과 아버지 신한평의 강요에 의해 여자임을 감추고 오빠 신윤복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윤복, 자유롭고 과감한 사랑과 성을 그린 그림으로 저급하다는 질타를 받다”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빼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윤복은 자유롭고 과감한 사랑을 그려 조선 최초의 에로티시즘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속화’는 음란하고 저급하다는 질타와 시기를 받는다. “사랑을 알고 자신이 여자임을 느낀 신윤복, 남자로 살기를 거부 한다” 그림을 위해 남자로 살았던 윤복 앞에 어느 날 강무가 나타나고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진다. 사랑 앞에 여자이고 싶었던 윤복과 윤복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강무. 이들은 위험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 한편, 제자 윤복의 재능을 사랑하다 그의 전부를 사랑하게 된 김홍도는 윤복과 강무를 질투한다. 홍도를 향한 사랑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기녀 설화까지 가세해, 윤복과 강무의 사랑은 불행으로 치닫는다.

■ 영화 <미인도> 언론시사회 Q&A 영화 <미인도>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 이성훈 프로듀서ㆍ전윤수 감독ㆍ김민선ㆍ김남길ㆍ추자현ㆍ김영호 등이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노출 신 등에 관한 질문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대역을 쓴 부분은 없나? 고난이도의 그림을 그리는 몇 장면 빼고는 모두 김민선 씨가 직접 했습니다. 정사 장면을 촬영하기 전까지도 대역이 필요한지 논의가 많았는데, 김민선 씨의 몸매도 아름다웠고, 스스로 자기 배역에 다른 사람의 몸을 빌고 싶지 않다고 했고, 감독 입장에서도 직접 표현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습니다(전윤수 감독). 이 영화를 들어갈 때부터 제가 그 동안 보여준 연기를 다 버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윤복의 옷과 마음을 새로 입었습니다.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으며, 저의 또 다른 모습을 찾은 것 같아 흡족합니다(김민선). 독특한 말투를 쓰고 있다. 이는 자칫하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시도인데…. ‘설화’를 연기하면서 초지일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설화가 기녀라는 점이었어요. 대사 톤부터 철저하게 인간적인 여자를 숨기고 싶었어요. 어색해서 관객을 웃게 한다면,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추자현). 강무와 윤복의 베드 신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베드 신 찍기 전날, 민선이가 저녁식사를 하던 중, 새끼손톱 만한 벌레가 귀에 들어갔어요. 그것 때문에 현장이 뒤집어질 정도였죠.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1시간 반 동안 김남길 씨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김민선 씨의 귀에 플래시를 비췄습니다. 행여나 불빛을 보고 벌레가 나오길 기대하면서요. 이날 일의 영향 때문인지, 베드 신 첫 촬영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이상훈 프로듀서). 볼거리도 많고 스토리도 탄탄한 영화인 것 같다. 하지만, 홍보에서는 정사 신이 유독 강조됐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홍보가 그다지 내키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심리가 높은 것을 반영하는 거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홍보의 본질이 제작의도를 벗어나더군요. 진정성을 담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다려지고 기대됩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구요(전윤수 감독). 여자와 남자를 넘나들었는데, 어디에 중점을 뒀는가? 우성 의상과 외모부터 다르죠. 소품의 도움을 많이 받았구요. 말투와 행동ㆍ손ㆍ눈빛 등도 조금씩 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김민선). 신윤복과 그림의 매력은 뭔가? 그의 그림을 분석하고 모사하면서 신윤복에 대해 느낀 감정은 그가 현재 살고 있다면 영화감독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하나의 그림에 그려진 캐릭터와 줄거리가 분명했어요. 역사 속에 두 줄밖에 남기지 않은 화가의 미스터리에도 끌렸구요(전윤수 감독). 그림의 선 하나하나가 상당히 섬세하고 정확했어요. 감독님 말씀처럼 신윤복의 그림 한 장에는 드라마가 있는 것 같아요. 당시와 맞지 않는 색채감과 여심을 많이 드러낸 흔적들을 보면서 신윤복은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화가라고 생각했습니다(김민선).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에서도 화가로 나왔는데, 이번 작품에도 캐스팅돼 의아했습니다. 칸에 갔을 때, 유럽에서 받은 질문 중에 “이런 덩치인 화가가 있나?”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감독에게 내가 할 수 있겠냐고 물었구요. 그랬더니 김홍도 초상화를 보면 더 무섭게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힘이 생겼죠(웃음). 동양화를 배우면서 좋은 점은 서양화는 다 채워야 하는 반면, 동양화는 여백의 미를 많이 보여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좋았어요. 하지만, 알수록 어려워지더군요. 나중에는 하기 싫어졌어요. 하지만, 민선 씨한테 대역 쓰지 말고 우리끼리 해보자고 했어요. 적어도 그림을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는 사람으로 비쳐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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