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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특집] ‘문화’가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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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5호 편집팀⁄ 2008.12.02 15:02:44

세계화의 물결은 갈수록 거세어져 거역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제는 국내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하는 작은 말이나 행동들이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이미 짐작하고도 남는다. 때문에, 어느 나라든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역량을 내세워 가장 훌륭한 문화국가 또는 문화민족임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내세워 세계가 부러워할 문화국가임을 자랑하고 있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치세에서 문화가 가장 발달했다는 평가를 얻고자 문화적인 목표와 정책을 내세웠지만, 어느 한 사람도 문화예술정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지 못했다. ■ 문화국가의 조건 지난 2월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한 정책목표를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와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로 빛날 것”이라고 밝히고, 문화예술의 발전이 경제적 성장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국제화·산업화·생활화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화의 기준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로서 “최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류는 그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이 곧 최근의 한류와 이어져 있다고 인식한 것이다. 이는 오늘의 우리 문화가 우연히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이며,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목표는 전통문화를 현대화함으로써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문화외교에 역점을 두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하겠다”고 말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면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문화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뜻을 천명했다. 둘째, 산업화의 기준은 그가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문화산업의 역량강화를 더 한층 정교하게 손질한 것으로, “문화도 산업”이라는 견해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문화는 이제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그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문화를 산업적 시각에서 파악할 것을 여러 번 강조했었다. 특히, 이 부분은 경제성장도 문화 콘텐츠 분야를 보강할 때에만 7%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짐작된다. 영상이나 게임·음악·방송 등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갖출 때 문화산업은 크게 발전할 것이며, 이것이 곧 국가의 경제성장과 직결된다는 시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는 문화의 생활화이다.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누구든지 문화를 호흡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간다”며, “문화로 즐기고 문화로 화합하며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경제성장만으로는 삶의 질을 끌어 올릴 수 없으며, 이에 걸맞는 문화적 생활이 이루어질 때 수준 높은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정부도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의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기술한 설명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 취임사에서 천명한 문화관계 부분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박수를 칠 만큼 화려한 목표였고 알맞는 정책 구상이었다. 우리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지난 10년 간 좌파 문화운동가들에게 휘둘려 전통문화마저도 훼손될 것이라고 걱정하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롭게 발전하는 우리 문화를 눈앞에 그려보며 열광했다.

■ 목표는 있고 정책은 없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목표 중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부처가 문화관광체육부다. 이곳은 문화와 관광·체육에 관한 정책을 펴나가는 부처이다. 때문에 문화와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부처와 항상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자주 왕래하며, 우리 문화의 발전적 정책을 구상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국민의 정부 5년, 그리고 참여정부 5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구박과 홀대를 받아온 보수진영의 예술인들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 모든 희망을 걸고, 10년 동안 닫혔던 입을 열어 전통문화의 발전과 민족예술 창작에 온갖 힘을 쏟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문화정책의 수장인 장관은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을 밀고 나갈 만한 철학과 힘이 없었다. 그리고 정책을 실천할 관계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아마추어 수준이 포진했다. 그들은 지나간 정부의 정책을 딛고 일어설 새로운 구상을 한다고 열중했지만, 이를 집행할 만한 능력도 없었고 의지와 끈기마저 없었다. 말만 무성한 정책 설명은 지난 정부에서 하던 방식대로였고, 정권 인수 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행동을 주춤거렸다. 그들에게는 대통령의 문화정책 목표마저 실천해낼 용기도 없었다. 때문에 새롭게 펼쳐지는 정책은 없었고, 과거를 답습하는 무능이 문화예술정책의 전부였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그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지금까지 그대로 두고 있는 사례이다. 당국은 지난 3월에 “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나가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그가 만든 예술지원정책은 크게 손질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집행되는 볼썽사나운 꼴이 지속되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인들에게 창작지원을 하는 곳이다. 그들은 막대한 예산을 코드가 맞는 좌파끼리 나눠 먹는 지원정책으로 이미 악명을 얻은 사람들이다. 예술위원회의 수장은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다. 그에게는 막대한 권한이 쥐어져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출범 후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 일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대접 못 받는 ‘문화’ 정치인들은 곧잘 문화를 들먹이지만, 정치·경제·사회 다음에 문화예술을 내세운다. 문화예술이 맨 나중에 들어 있기 때문에, 정치 사정이나 경제 사정이 어려울 때에는 문화예술에 관한 것은 깨끗이 잊는다. 이런 점은 이명박 정부도 매한가지다.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도 빛날 것” 이라던 대통령의 취임사도 요즘에 와서는 퇴색되어가고 있다. IMF 때보다 더 혹독한 경제불황 속에 문화예술정책을 말하면 돌았느냐고 쳐다보는 현실에서, 문화역량을 외교에까지 이용하겠다던 대통령의 철학은 갈 곳이 없다. 때문에 문화 콘텐츠가 국가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까마득하다. 생각해보면, 문화와 예술은 홀대받기 알맞은 처지로 전락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가한 사람들이 말하는 말장난 같은 문화와 예술은 어느 시대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정치가들은 문화예술을 향수처럼 생각하고 외치지만 문화예술 발전을 실현시킬 만한 의지가 없고, 문화예술 진흥정책을 맡은 부처에서는 태평성대의 잠꼬대처럼 문화예술정책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는 문화예술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발전의 목표가 문화예술에 있음을 분명하게 천명했는데도 이를 실천해 나갈 문화정책 부서에서 아직까지 가시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실천한 게 없다면, 우리의 문화예술정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문화와 예술은 이 정부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간다”는 대통령의 말이 한가하게 들리지 않게, 문화정책을 맡은 부서에서는 밤잠을 자지 말고 정책을 개발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대통령의 말대로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길이며, 문화로 화합하고 문화로 발전하며 문화로 즐기는 국민이 되는 길이다. 격동의 2008년은 막을 내린다. 2009년은 갈등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정책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정책이 주춤거리고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져 있다. 지금은 주저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손잡고 일어서서 우리의 문화, 우리의 예술이 한껏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희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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