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초저출산국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해야

경제침체 가속화로 저출산 문제 심화…어떤 대책 있나

  •  

cnbnews 제101·102 박성훈⁄ 2009.01.20 15:29:56

지난해 12월에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에서 이색 행사를 벌였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D라인 페스티벌’. 이 행사는 배가 바가지 모양으로 부른 만삭의 몸을 한 산모들끼리의 패션쇼이다. 간만에 화장과 세련된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산모들이 무대에서 워킹과 포징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물론, 날씬한 패션 모델이 하듯 능숙한 일자걸음은 아니었지만, 뒤뚱뒤뚱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른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걷는 산모들의 움직임은 여느 슈퍼모델 못지 않았다. 통상 아름다운 몸매를 상징하는 속칭은 ‘S라인’이다. 몸의 옆 라인이 S 모양으로 굴곡이 져야 아름다운 각선미로 인식되는 반면, 배가 불룩 나온 것처럼 생긴 D라인의 몸매는 ‘살 좀 빼라’는 주변의 핀잔을 듣기에 딱 좋다. 하지만, 산모들의 D라인 몸매는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모성애를 상징하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외형적으로도 뽐낼 수 있다는 게 이 산부인과의 생각이다. 실제로 데미무어는 1991년 <베니티 페어>라는 잡지의 표지에 만삭의 몸으로 찍은 누드 사진을 실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병원의 행사는 임신을 하면 몸매가 망가져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지레 아이 갖기를 두려워하는 여성 기혼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일면 기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국내 임신률, 나아가 출산율이 신장되는 데에까지도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게 병원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식이 변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출산율 1.2명… 경제위기로 더 심화 2008년에 전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3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면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할 정도로 아이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80년대에도 학생수가 50~60명에 이르러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었으나, 이제는 그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학생수가 줄어 면학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고 볼 사람들도 있겠지만, 학생수가 줄어든 요인으로 저출산의 여파가 작용했다면 그리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닌 듯싶다. 더욱이, 골드만삭스 등의 외국 기관들과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도는 등 침체된 국내 경제상황은 아이를 갖지 않고자 하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질 경우 내년 출산율은 0.85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냈다. 국가가 운영되려면 일정 수준의 인구 규모는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출산은 자칫 미래의 성장동력마저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번지게 한다. ■ 초저출산 시대 도래 한국은 ‘저출산국가’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다. 저출산국가를 규정하는 합계출산율 1.60명선은 90년에 무너졌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이 1.76명을 기록한 84년을 저출산사회로 진입한 원년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합계출산율이 1.30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2007년 출산율은 1.26명을 기록했다. 2005년에 사상 최저 출산율(1.08명)을 보인 뒤, 2006년(1.13명)에 이어 2년째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다. 현 국내 총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성 1인당 출산자녀’(2.1명·대체출산율)의 60% 수준밖에 안된다. 그나마 2년째 증가한 출산율도 지난해엔 다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1.22~1.24명, 출생아수는 2007년(49만6000명)보다 2만6000여명 감소한 47만 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 2050년 유소년 인구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 이같은 초저출산 기조가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유소년 인구가 2050년에는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될 수도 있다. 2006년 말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는, 올해 유소년 인구는 818만 명이지만, 2050년에 이르면 37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올해 519만 명에서 1616만 명으로 3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근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3537만여 명에서 2242만여 명으로 1300만 명 감소할 판이다. 이로 파생되는 노동력 부족 및 노령화 현상은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고, 소비·투자 위축을 불러일으켜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06년 합계출산율 1.19명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50년엔 0.7%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노령화에 따라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 복지부담은 증가하지만, 부양인구가 적어 젊은 층이 노인부양을 부담스러워 하는 인심 사나운 세태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을 유발하는 요인 중에서도 ‘양육·교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국내 사교육 문제, 갈수록 오르는 식비 문제 등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게 만든다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복지부가 2008년에 전국의 가임기 여성 1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임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여성(49.9%)의 53.5%가 임신기피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2500명 중 68.6%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보육·사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을 들었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유계숙 교수는 “모자 건강관리 지원과 보육·교육비 지원 등과 같은 직접 지원책들이 출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보육지원금을 확충하고 민간보육시설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부모에 대한 직접지원으로 바꾸는 등 수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문닫는 산부인과, 개업 산부인과 추월 정부는 저출산을 반전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출산·양육환경 조성, 고령친화 생활환경 조성 등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시행 중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심각해진 문제는 전국 농·어촌지역의 산부인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3~2008년 ‘전국 산부인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처음으로 폐업신고를 한 산부인과 병·의원 수가 개업 산부인과 병·의원 수를 추월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폐업 수와 개업 수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개업 산부인과 수는 2003년 257곳에서 2006년 186곳으로 급격히 감소하다가, 2007년 160곳, 2008년 10월에는 131곳으로 준 반면, 폐업 산부인과는 2007년 172곳, 2008년에는 147곳으로 개업보다 많았다. 특히 경북·전북은 도시를 제외하면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경남·전남 등지도 2~3개 군에서 출산이 가능하지만,실제 대부분의 출산은 도시 지역의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산부인과 진료 시설이 없는 시·군·구 지역을 집계한 결과, 2003년의 30곳에서 올해는 37곳으로 무려 7곳이나 늘어났다. 의대생들의 산부인과 전공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수련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은 2004년에 처음으로 미달해 94.6%를 기록했다가, 2005년 86.1%,2006년 64.1%,지난해는 61.9%로 떨어졌다. ■ 프랑스, 셋째부터 매월 140만원 보조금 지원 저출산 문제에는 인구 고령화와 출산·보건의료·가족 정책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일단 저출산사회가 되면 출산율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선진국 중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정부 정책으로 성공시킨 사례는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93년 1.66명으로 최저를 기록한 뒤 정부의 강력한 출산 권장 대책으로 2007년에 1.98명으로 유럽 최고수준까지 높아졌다. 프랑스 정부는 현금 등 직접 지원금을 크게 늘리고 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혜택을 더 받는 ‘인센티브형’ 지원제도를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 프랑스는 불임부부 시험관아기 시술 등 경비 전액 지원, 임신·출산비용 전액 지원, 신생아 수당(150만 원) 지급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녀 양육비도 연소득 3400만 원 이하 가정의 경우 3세 미만 아동의 보육료를 전액 부담해주고 있다. 그 외 계층도 소득에 따라 월 30만~78만 원까지 가정 내 보육료를 지급한다. 2006년부터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매월 140만 원 가량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의료보험료 감면, 소득공제, 주거세 지원 등 다양한 조세·사회보험 혜택도 주어진다. 일본은 비교적 일찍 출산 권장 대책을 실시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목표에 비해 재정투입이 미약하고 대책이 분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눈에 띄는 출산 권장 대책이나 가족 정책이 없었음에도 출산율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미국 사회를 양육부담이 적고 경제활동을 하기에 수월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사례는 출산율 유지에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함을 입증하고 있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