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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나의 노래

이미자 50주년 기념, 음반발표 및 전국투어콘서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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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5호 이우인⁄ 2009.02.17 13:30:34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했다. <열아홉 순정>을 부르던 열아홉 살 소녀는 어느덧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파인 일흔 무렵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래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귀중한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가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0년이나 흘렀군요. 더 많은 곡을 담고 싶었지만 101곡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됐습니다. 50년의 제 이야기를 남기고 싶고, 선물하고 싶고, 영원히 저를 사랑해 달라는 마음 등 모든 것을 이 앨범에 담았습니다.” 이미자 50주년 기념 음반 발표 및 전국순회공연에 앞서 9일 서울 소공동의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미자는 아직도 50년은 거뜬히 노래할 수 있다는 패기로 취재진과 마주했다. 이날 취재 열기는 이미자의 명성만큼이나 뜨거웠다. 이미자의 전국투어콘서트 <이미자 50년, 세상과 함께 부른 나의 노래>는 4월 2일 서울(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대구ㆍ대전ㆍ안산ㆍ원주ㆍ전주ㆍ수원ㆍ울산 등 전국 16곳에서 연말인 12월 27일까지 열린다. 아울러 이미자의 히트곡과 가요명곡, 가수인생 50년을 기록한 신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장욱조 작곡) 등 총 101곡으로 구성된 50주년 기념 음반 <이미자 50년, 세상과 함께 부른 나의 노래 101곡>도 발매한다. 문의: (주)하늘소리: 02-547-3855 ■ 50년 세월과 영광 이미자는 1959년 19세에 나중에 TBC로 이름이 바뀐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 HLKZ의 <예능 로터리>에 출연해 최고상을 받으며 가수로 발탁됐다. 당시 학생들을 출연시키지 않았던 이 프로그램은 교복차림의 이미자에게 졸업하고 나서 오라며 돌려보내려 했지만, 이미자는 막무가내였다. 작고 가냘프게 보이는 여학생의 목소리는 힘 있고 윤기가 흘렀다. 같은 해에 나화랑 작사·작곡 <열아홉 순정>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한 이미자는 이후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작별> 등 주옥 같은 히트 곡을 부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가수로 자리매김한다. 일본에서는 이미자를 1989년에 타계한 일본 최고의 엔카 가수 미소라 히바리(加藤和枝)에 비유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50년 간 시련도 있었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는 금지곡으로 묶여 20년 넘게 부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만 22년입니다. 역경을 겪었던 만큼 해금되고 나서 더 열심히 불렀어요. 어디에 가도 꼭 불렀죠.” 이 세 곡은 이미자의 애착 곡으로 남아 있다. 위문공연 하면 이미자였다. “월남에 위문공연을 갔을 때예요. 제가 무대 위에서 <동백 아가씨>를 부르면, 늠름한 장병들이 하나같이 노래를 따라 하다 울음바다가 되는 거예요. 그 모습에 저 역시 가슴이 벅차올라 부둥켜안고 울곤 했죠.” 이미자를 따라다니는 애칭 ‘엘레지의 여왕’은 1967년 박춘석이 작곡한 노래 <엘레지의 여왕>을 히트시키면서 얻었다. 힘들고 고단하던 시절, 대중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함께 한 50년 세월. 한국인의 애환과 정서를 노래해 온 가요계의 프리마돈나로 그녀의 목소리는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이미자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노래할까? “제 노래는 여성의 한을 대변하고 역경을 이겨내자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많아요. 가사의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가슴이 저며 오는데, 이것을 노래로 전달합니다.” 2,100여 곡에 달하는 가요사상 최다 취입 곡 기록, 500여 장에 이르는 최다 앨범 판매기록, 대중가수 사상 최초 세종문화회관 대관, 데뷔 10년 만에 취입 곡 1,000곡 돌파 등 그녀는 가요계의 여왕으로 숱한 대기록을 남기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 전통가요를 지켰다는 자부심 오랫동안 전통가요를 지켜 온 가수로서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이미자가 활동하던 60~70년대는 서구풍 리듬의 음악이 인기였다. 상대적으로 전통가요를 부르는 이미자는 ‘촌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제 노래가 촌스러운 노래라는 말을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어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부르는 지성인은 무시를 당했대요. ‘이미자는 촌스럽다’ ‘이미자 노래는 촌스럽다’라면서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이미자는 발라드나 서구풍의 노래로 장르를 바꿔볼까 하는 유혹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고, 스스로 변변치 못하다는 생각에 오로지 한 우물만 파던 그녀는 이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통가요를 지켜 왔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껴요. 노래 스타일을 바꿨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앞으로도 전통가요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부르겠습니다.” 이는 이번 앨범에 20~60년대 인기를 얻었던 선배 가수들의 노래 30곡을 수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그들은 세상을 떠났고 제대로 된 원곡을 듣는 일은 어려워졌다. “50년 간의 가요생활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가요계의 문화재’라 할 수 있는 선배님들의 노래 30곡을 추려 따로 녹음했습니다.” 요즘의 30~40대들이 듣고 있는 <나그네 설움>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의 곡들은 원곡이 아닌 것. 너무도 쉽게 스쳐 지나가는 노래가 되어버린 선배 가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앨범에 쏟았다며 숙연해졌다. ■ 쓴소리 할 줄 아는 가요계 대선배 신세대 가수 가운데 원더걸스와 빅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미자는 가요계의 대선배로서 후배 가수들에게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나무랄 데가 없을 만큼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흥을 위주로 하는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예전의 우리 노래들은 가슴에 와 닿게 하는 정(情)이 있었는데, 요즘 노래들은 즐기는 일 외에는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후배 가수들이 대중의 가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자처럼 노래를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이미자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정확한 가사 전달, 음 표현 등의 정석(定石)”이라며 “요즘 신세대 가요는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도록 부르는 게 유행 같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질타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제가 활동하던 시대는 매스컴이 단조롭고 가창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가수로 데뷔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매스컴도 다양하고 경제적인 면 등 환경적인 여건들이 따라줘야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 다음 생애에 이미자는 과연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을까? 이럴 때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일을 또 하고 싶다고 답하곤 한다. 하지만, 이미자는 ‘평범한 주부’로 남고 싶다며 “어릴 때 데뷔해 지금까지 노래만 불렀기 때문에 못 해본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이는 그만큼 이미자가 가수로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앨범에 이미자의 50주년 주제곡인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새로 녹음했다. 시인 김소엽 씨가 작사를, 장욱조·장지연 부녀가 작곡했다. 외롭고 고된 인생길이었지만/쓰라린 아픔 속에서도 산새는 울고/추운 겨울 눈밭 속에서도 동백꽃은 피었어라/나 슬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내 안에 가득 사랑이/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 “가수 데뷔 50주년을 앞두고 저의 가요인생을 담은 진솔한 뜻이 있어야 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이 곡은 50년 동안 제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담은 곡입니다.” 이미자는 이번 공연은 특히 자신의 노래에 대한 열정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전국에 있는 어르신들의 사랑 덕택에 오늘날의 이미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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