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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꽃미남!

대한민국은 F4 따라하기 열풍…외모지상ㆍ황금만능주의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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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7호 이우인⁄ 2009.03.04 10:17:46

요즘 우리나라는 ‘꽃남’ 열풍이다. ‘꽃남’은 KBS2 월화극 <꽃보다 남자>(감독 전기상, 극본 윤지련)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의 인기 순정만화 잡지 <마가레트>에 연재된 가미오 요코의 만화 <花より男子>(hana yori dango)가 원작이다. 이야기는 가난한 여고생 금잔디가 대한민국 1%의 귀족(?)만 들어갈 수 있는 신화고에 스카우트되면서 벌어진다. 신화고는 국내를 넘어 세계까지 주름잡는 정·재계 가문의 아들 F4(구준표·윤지후·소이정·송우빈)가 다스리는 하나의 왕국(王國)과 같다. F4는 ‘Flower 4’(플라워 포)라는 의미로, 꽃보다 잘생긴 네 명의 남자를 뜻한다. 돈 많고 잘생긴 그들이 나타나면 신화고 안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성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꽃남> 왕국에서는 F4가 유행을 선도한다. 그들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F4가 TV 속에서 튀어나와 대한민국의 여심을 흔들고, CF·방송가를 장악하고, 국내에 꽃미남 열풍까지 일으키고 있다. <꽃보다 남자>와 F4의 폭발적인 인기를 살피고, 그로 인해 심각해지는 외모지상·황금만능주의 등의 악영향을 짚어본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예능 패러디 열풍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는 1월 5일 첫 방송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4.3%(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당시 월화극 1위였던 MBC <에덴의 동쪽>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런 서열을 뒤엎은 건 불과 3주 만인 7회(25.9%) 방송. 이후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한 <꽃남>은 현재(16회)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꽃보다 남자>로 인해 KBS는 매일 비상이라고 한다.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관계자에 따르면, <꽃보다 남자>가 방송되고 난 뒤 KBS 홈페이지 관리자들은 24시간 근무를 한다. 왜냐하면, KBS 공식 홈페이지는 한 사이트만 폭주돼도 전체가 다운되는 구조인데, <꽃보다 남자>로 인해 홈페이지가 두 번이나 마비됐다는 전언이다. 드라마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광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첫 회에서 3개였던 광고는 2회에 8개, 이어서 16개(3회)·21개(4회)·28개(5회)·30개(12회)로 증가했다. 그래서 요즘은 광고가 차지하는 시간이 길어 매회 20분씩 밀려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꽃남>에 대한 MBC·SBS 등 타 방송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으며, <꽃남>과 F4 패러디도 쏟아지고 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아예 남녀 F4 선발대회까지 열었다. 1월 31일 방송에서는 ‘스타킹배 F4 매력남 선발대회’를, 2월 14일에는 ‘여자 F4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구준표를 쏙 빼닮은 쇼핑몰 CEO 김민준 씨는 방송 전부터 사진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F4와 함께 못(생긴)4를 뜻하는 B4도 함께 출연해 매력대결을 펼쳤다. <야심만만2-예능선수촌>에서는 김병세·김원준·이지훈·배영만·한민관 등을 게스트로 초대해 과거 잘나가던 한때를 추억하는 ‘꽃남 특집’을 마련했다.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에서는 그룹 빅뱅의 대성과 승리·붐·김신영이 서민 4인방을 뜻하는 ‘S4’로 출연해 F4를 패러디 했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도 F4에 대적할 만한 ‘B4’(B형 남자 4인방) 임창정·문희준·전진·박현빈을 초대하여 ‘B형 남자 특집’을 방송해 눈길을 끌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도 <꽃남> 패러디 대열에 편승했다. 2월 14일 방송에서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는 각자 쓴 ‘쪽대본’에 맞춰 12시간의 촬영에 돌입했다. <꽃남>의 줄거리에 <아내의 유혹>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등 막장 드라마의 주요 대사와 장면을 삽입하는 형식이었다. 개그맨 박명수가 구준표로 분해 웃음을 극대화시켰다. 개그맨들도 <꽃보다 남자>를 개그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MBC <개그夜>와 KBS2 <개그콘서트>는 각각 와 <순정만화> 코너를 통해 <꽃남>를 패러디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까지 손담비의 ‘미쳤어’ 패러디로 웃음을 줬던 개그맨 박휘순은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 구준표의 캐릭터를 이용한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꽃보다 남자>는 스타 등용문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꽃남>에 출연한 배우들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특히 F4의 리더 ‘구준표’ 이민호는 극중 헤어스타일부터 패션·대사·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이다. 이민호의 미니홈피에는 하루에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공식 홈페이지는 생기자마자 접속자수 초과로 다운됐으며, 이민호가 미니홈피의 BGM으로 설정한 여성 듀오 다비치의 신곡은 온종일 네이버 등 검색 사이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며 그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한 통신사는 이민호의 가짜 핸드폰 번호를 띄우는 광고를 시도했고, 이 광고에 현혹된 네티즌의 전화로 인해 비슷한 번호를 사용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해외 팬의 관심도 많다. 이민호의 소속사 스타우트엔터테인먼트의 한재희 팀장은 “특히나 일본에서 취재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꽃보다 잘생긴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여주인공 ‘금잔디’ 구혜선의 주가도 올랐다. 매니저 김성훈 실장은 “<꽃남> 출연 전보다 광고와 작품 출연 제의 모두 3~4배 증가했다”며 “구혜선에게 <꽃남>은 좋은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꽃남>을 통해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연기자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SS501 리더 김현중의 인기도 치솟았다. 최근에는 짧은 헤어스타일로 캐릭터에 변화를 주며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광고와 작품 출연 제의에도 즐거운 변화가 생겼다. SS501의 매니저 정형진 팀장은 “<꽃남> 방영 전에는 4개에 불과했던 광고가 10개나 더 들어왔으며, 영화와 드라마 출연 제의도 빗발치고 있다”면서 “드라마 시놉시스는 8개 정도 받아 검토 중이지만, 영화는 아직 적기가 아닌 것 같아 거절한 상태”라고 밝혔다. “캐릭터 대부분이 꽃미남·재벌2세·변호사 등으로 아무래도 <꽃남>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팀장은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도 많아 조율 중이라며 “<무한도전> <상상플러스> 등 우리나라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F4 최고의 바람둥이 ‘소이정’ 김범의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김범(본명 김상범)의 소속사 이야기엔터테인먼트의 이진성 본부장은 “전에는 2~3개였던 광고가 2~3배 증가했다”며 “영화·드라마 출연 섭외도 늘었는데, 학원물·청춘 멜로 등 장르를 따지지 않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범은 오는 4월에 잡혀 있는 <꽃보다 남자> 일본 프로모션에 참여할 예정이며, 영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F4 연상녀 킬러 ‘송우빈’으로 <꽃남>이 첫 연기 도전인 그룹 티맥스(T-MAX)의 김준(본명 김형준) 역시 <꽃남> 출연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인지도를 톱스타 반열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꽃남> 출연 전에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던 그지만, 출연 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외출할 때는 마스크와 모자를 반드시 착용할 정도라고 한다. 김준의 소속사 플래닛구공오의 배명호 팀장은 “CF 출연 제의는 물론, 드라마 시놉시스도 몇 작품 들어와 있지만, 스케줄이 빡빡해 감독과 만날 시간도 없을 정도”라며 “종영 후 4월 <꽃남> 프로모션을 다녀온 후, 22일에는 앙드레김의 패션쇼에도 오를 예정이다. 4월 말에는 일본 팬 미팅이 있으며, 도쿄·오사카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티맥스의 멤버로서 공연할 예정”이라며 미리 잡혀 있는 스케줄을 읊었다.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화제가 된 이민정(JK그룹 상속녀 하재경 역)도 <꽃남>으로 유명해졌다. 이민정의 소속사 바른손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에 따르면, CF 출연 제의는 이민정이 <꽃남>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나기 시작할 때부터 무려 10여 군데에서 연락이 왔으며, 이민정의 미니홈피 방문자와 함께 악플러도 늘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현재 소속사에서 이민정의 공식 홈페이지를 제작 중인데, <꽃남>이 방영되는 월요일과 화요일의 다음날인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트래픽 초과로 마비된다”며 이민정에 대한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현재 다수의 출연 섭외를 받고 있는 이민정은 일본 소설이 원작인 모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꽃보다 남자>가 낳은 외모ㆍ돈 열풍 드라마의 높은 인기만큼이나 <꽃남>은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과 함께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잘생기고 재산을 많이 가진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꽃남>이 열풍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얼까?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미디어운동본부의 강혜란 소장은 “최근 경제위기로 국민들은 일상의 피곤함에 지쳐 있다. 이럴 때 <꽃남>은 만화를 드라마로 옮겨놓은 설정처럼 시청자에게 꿈꾸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판타지”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여성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윤석진 교수(충남대 국문과)는 “우선은 원작과 캐릭터가 갖는 매력과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청자의 꽃미남에 대한 선호는 일종의 팬시(fancy) 상품으로 보는 느낌”이라고 해석했다. <꽃남>이 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에 대해, 강혜란 소장은 “<궁>(MBC)이나 <꽃남>처럼 명확하게 판타지를 그린 드라마는 그 악영향이 현실로 확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F4부터 현실에 존재하는 주변 인물로 보기 어려우며, 시청자에게 파괴력을 갖지도 못 하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그보다 드라마의 지나친 간접광고(PPL)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윤석진 교수는 <꽃남>이 “심각한 폐해를 낳는 드라마”라며 “일본 만화가 원작이니 괜찮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매체”라며 “판타지를 담더라도 어떤 개연성이 있음으로써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작위적으로 짜깁기하듯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노출되면 될수록 시청자의 감각은 둔해지기 마련이며, 더욱이 자기판단 능력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 시청자가 많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들은 드라마를 통해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될 뿐 아니라 현실로 돌아왔을 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윤 교수는 <꽃남>의 패러디 경쟁 과열에 대해 “패러디는 원전이 가진 권위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꽃남>이나 <아내의 유혹> 패러디들은 단순한 흉내 차원에서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꽃남>의 높은 시청률을 우선으로 꼽으며 “<꽃남>을 흉내 내면 그만큼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표현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로 천박하다”며 “작품을 이용하는 방식들이 일말의 목적의식 없이 순간적 반응에 집착하는 경향이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2009년 상반기를 강타한 <꽃남>·F4에서 비롯된 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가 과연 올 한 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강 소장은 “외적인 것에 주목하는 일은 자본주의의 현실”이라며 “속도를 줄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있지만, 완전히 잠재울 수 있거나 더 약화시킬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그런 경향이 딱히 올해의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꽃남>을 보면 드라마인지 뮤직 비디오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OST가 과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일종의 팔아먹기, 즉 드라마가 팬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기획사 등이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기사나 외부적 여건 등이 오히려 트렌드로 끼워 맞추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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