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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도 ‘해외 명품 전시’에 반했다

“경기침체 부담되지만…좋은 작품 놓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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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김대희⁄ 2009.03.10 13:32:13

3월 들어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화랑들이 ‘경기침체’와 ‘고환율 대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명품 전시를 잇달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 갤러리 엠에서 열리는 네덜란드 작가 딜런 그래함(Dylan Graham) 개인전과 PKM트리니티 갤러리가 기획한 영국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전시, 신사동 아이엠아트가 소개하는 네덜란드 작가 야코 올리비에(Jacco Olivier) 개인전, 논현동 워터게이트 갤러리가 여는 영국 작가 폴 헉슬리(Paul Huxley) 개인전,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일본 작가 카와시마 히데아키(Kawashima Hideaki) 개인전, 그리고 학고재가 준비한 프랑스 추상화가 베르나르 프리츠의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이들 전시는 모두 한국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으로, 엔화와 유로·파운드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시라 더욱 주목받는다. 대부분의 전시가 미리 기획돼 있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닥친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와 환율 상승 등으로 화랑들로서는 부담이 더욱 가중돼 외국 전시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화랑들은 “전시 기획은 이미 1~2년여 전부터 계획돼 있었고, 불경기라고 해서 좋은 작품을 놓칠 수는 없었다”며 “힘든 시기지만 훌륭한 작가의 전시를 적극적으로 선보임으로써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독특한 작업의 네덜란드 작가 딜런 그래함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엠(Gallery Em)에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네덜란드 작가 딜런 그래함(Dylan Graham)의 개인전 ‘In the Shadow of the Flame’을 열고 있다. 그래함은 이미 네덜란드·미국·벨기에·독일 및 그리스 등지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지며 실력을 인정받아 온 작가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몬드리안 파운데이션(Mondriaan Foundation)의 후원을 받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뉴질랜드 태생의 네덜란드 작가인 딜런 그래함은 다국적 경험을 토대로 한 역사적 문제점을 화려하고 장식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의 평면 작업은 손으로 직접 종이를 오려내어 회화적 이미지를 만드는 전통적 작업방식에 현대적인 시각을 가미해 그만의 독창성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간접적 경험과 다소 어두운 역사적 문제점들에 관한 내용을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해석하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어두웠던 과거를 되새겨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월 26일부터 4월 18일까지. 갤러리 엠 손성옥 대표는 이번 전시 기획에 대해 “지난 2007년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 2009년에 전시를 하자는 얘기를 했었다”며 “사실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어려워져 난항이 예상됐지만, 작가가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했고, 작품과 작업방식도 독특해서 미룰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몬드리안 파운데이션의 후원도 아주 큰 힘이 됐다”며 “어렵다고 미루면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무엇보다 전시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日 네오 팝 아트 대표 작가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네오 팝 아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카와시마 히데아키(Kawashima Hideaki)의 개인전 ‘Wandering’을 전시중이다. 카와시마는 현존하는 이미지들을 차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 개성이 강한 스타일로 크게 주목받아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카와시마의 개인전이며, 가장 최근에 도쿄와 서울에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카와시마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그 인상이 강하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이미지는 몸뚱이가 없는 하나의 얼굴로, 만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과장되게 큰 눈과 자유로이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 마치 캔버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는 일본의 ‘망가(만화)’ 또는 ‘애니메(애니메이션)’와 같은 일본 문화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작업 초기에는 작가 스스로 자신의 이면을 캔버스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보다는 캔버스에서 다른 얼굴들을 발견하고자 했다. 전시 제목인 ‘Wandering(방황)’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결과를 찾아 나아가는 작업 행로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카와시마의 신작 총 30여 점을 선보이는데, 이 중 10여 점은 국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작가가 약 4개월 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제작한 작품들이다. 2월 26일부터 3월 29일까지.

■몽환적 네덜란드 작가 야코 올리비에 신사동 아이엠아트(I M ART)에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네덜란드 작가인 야코 올리비에(Jacco Olivier)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야코 올리비에는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베를린의 토마스 슐츠(Galerie Thomas Schulte), 뉴욕의 마리앤 보에스키(Marianne Boesky)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5년의 프라하 비엔날레(Prague Biennale 2)를 포함해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올리비에는 화가이자 동시에 필름메이커(filmmaker)이다. 그는 빠르고 가벼운 붓 터치로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 올리비에는 그림을 수정하고 변화시켜 나간다. 결국 처음의 작품과는 다른 모습의 그림에 도달하기에 이르며, 각 단계들을 작가는 사진 촬영으로 기록한다. 이후 컴퓨터 작업을 거쳐 ‘움직이는 회화(Moving pictures)’로 올리비에의 작업은 종결되는 것이다. 올리비에가 회화에서 보여주는 기법은 그의 작품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후기 인상파적인 그의 붓 터치와 다채로운 색조의 활용은 풍경에 대한 순간의 인상을 표현할 뿐 아니라 종종 그의 작품이 추상화인 듯이 보이도록 만든다. 야코 올리비에는 캔버스라는 매체(medium)의 범위를 확장시켜 비디오 아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회화와 영상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회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들을 포함한 총 9편의 영상을 선보인다. 3월 5일부터 4월 18일까지.

■영국 모더니즘 계보 잇는 폴 헉슬리 논현동 워터게이트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영국의 원로 작가이며 영국 모더니즘 계보를 잇는 폴 헉슬리(Paul Huxley)의 개인전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폴 헉슬리는 영국 최고의 미술 학교인 해로우 미술학교(Harrow School of Art)와 왕립 아카데미 (Royal College of Art)를 거친 유럽 전통 추상 모더니즘을 계승하는 한편,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왕립 아카데미(Royal College of Art)의 교수로 활동하면서 yBa(Young British Artist) 멤버인 디노스 챕멘(Dinos Chapman),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등 현대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작가들을 제자로 양성했다. 테이트 미술관, 서펜타인 갤러리 등 세계적인 미술관의 고문을 거쳐 현재는 권위적인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회원이자 왕립 아카데미의 귀중품 출납관으로서 영국 왕실의 신임과 영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Anima, Animus 시리즈(1998)’에서부터 ‘Chinese letter 시리즈(2008)’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간의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대별 주요 작품 총 15점을 엄선해 구성했다. 폴 헉슬리의 작업 세계는 유럽 철학의 모태가 된 고대 그리스 철학사상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작가는 세상을 정신과 물질 두 가지로 구분하는 ‘이원론’과 세상은 결국 하나의 맥락이라는 ‘일원론’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조합해 융통성 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색면 회화 작업을 하는 폴 헉슬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사상을 유럽식 모더니즘이란 현대적 미학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논리와 비논리, 여성과 남성, 이성과 감성, 문자와 이미지 등 상반되는 개념으로 양분된 캔버스의 계산된 조화로 이루어진 절제된 색면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끌어당기며 대화를 유도한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자신의 철학 세계를 그는 무르익은 ‘색감’과 절제되고 안정적인 ‘면’들이 이루어내는 경쾌한 하모니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3월 6일부터 4월 7일까지.

■영국 개념미술 1세대 작가 청담동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개념미술 1세대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이 피케이엠 트리니티 갤러리의 소속작가가 되면서 처음으로 한국서 여는 개인전시여서 그 의미가 크다. 작가는 골드스미스 대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데미안 허스트를 필두로 한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 젊은 작가군)를 키워내 영국 현대미술의 부흥을 이끈 주요 인물이다. 이번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개인전에서는 일상의 사물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그의 작품 세계가 반영된 최신작 중 평면화 약 20점과 15미터에 달하는 대형 벽화 1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작가는 의자·전구·신발·커피포트 등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익숙한 대량 생산물들을 몇 개의 단순한 선과 순도 높은 원색을 사용해 특별하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친근하면서도 낯선 화면을 구성한다.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집중하고 관객을 작품의 의미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그리고 개념미술과의 연계를 고려하게 한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품은 뉴욕 MoMA, 런던 테이트 갤러리, 더블린의 IMMA,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런던의 리전스 플레이스 건물 외관을 비롯해 베를린의 영국문화원과 그린위치의 라반댄스센터 건물 내부 벽면과 천정 일부는 그의 대형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최근 작가는 런던의 가고시안 갤러리, 베를린의 하스&푸크스 갤러리, 도쿄의 모리아트뮤지엄 등 세계 정상급의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1월에는 런던 DLR(Docklands Light Railway) 전동열차 울위치아스날 역 출입구 벽면에 핸드폰·열쇠·책·음료수 캔과 같은 생활용품을 프린트한 2,000여 개의 타일 작업을 새롭게 선보였다. 작가는 서울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베이징·베를린·이스탄불에서 신작 중심의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한 번의 붓질로 완성하는 프랑스 추상화가 베르나르 프리츠 소격동 학고재에서는 프랑스 추상화가인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의 개인전을 감상할 수 있다. 프리츠는 브러시·캔버스·안료라는 최소한의 회화 도구를 사용해 자신이 처음 고안한 아이디어와 회화적인 구조를 치밀하게 밀고 나가 다채로운 색채와 패턴을 표현해 왔다. 프리츠는 붓을 들기 전에 우선 작품을 만들어낼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계획을 세워 이를 바탕으로 우연성에 따라 작업해 나간다. 그는 우연성을 강조하며, 우연이 그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프리츠는 아크릴과 레진을 주재료로 사용해 작업한다. 작업을 할 때 그는 브러시(솔)와 붓을 이용해 가능한 한 덧칠하지 않고 빠르게 칠을 한다. 특히, 베르츠는 색깔이 어떤 브랜드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상당히 랜덤하게 가능한 한 많은 색을 사용한다. 그것은 그림(회화)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리츠는 끊기지 않고 가능한 한 단 한 번의 붓질로 작업을 완성한다. 프리츠의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상의 줄이 무지개처럼 화사하게 뻗어 있다. ‘닫힘’으로 끝나는 것을 피하고 다양성을 주기 위해 하나의 점으로부터 하나의 선이 시작되어 다른 점으로 연결돼 있다. 작품들의 미니멀한 무늬는 각각의 작품에 대해 ‘전체’를 훑어보게 한다. 3월 4일부터 4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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