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재산 기부와 관련, 참모들에게 “호들갑 떨지 말고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26일 알려진 가운데, 공직사회에서 월급 일부를 자진 반납하거나 초임을 삭감해 일자리를 나누고 소외계층을 돕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최근 일자리 공유를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을 예로 들며 “외환위기 때 금붙이를 모으던 정신이 지금 일자리 나누는 정신으로 되살아난 것”이라며 “세계 모두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이렇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 함께 하려는 희생의 자세는 위기 극복은 물론 선진국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런 자기희생이 보람과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그 열매를 모든 국민들이 나누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남들보다 빨리 극복해 내는 것은 물론 사회 각 부문을 개혁해 선진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힘들다고 변화와 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 힘들다고 원칙을 버리고 우회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개혁 정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층에게 일자리 나눠주기에 나서자, 대기업 및 공공기관이 이에 화답하듯이 신입사원 초임을 30%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원급들은 임금 삭감을 추진하지 않는 곳이 남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 ‘잡셰어링은 금 모으기 정신’ ‘역피라미드식 임금체계’가 아닌 ‘항아리형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사회 여론은 우선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 및 간부급들이 솔손수범해서 임금을 줄여 고용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 및 공공기관 임원급 연봉은 1억 원대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강부자 내각’으로 불리우고 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대를 열기 위해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첫 월급 1400만 원을 사회에 환원한 이 대통령의 급여 안 받기 운동이 공무원 사회의 또 다른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소속 공무원 3200여 명 가운데 5급 이상 1000여 명이 보수의 1~5%를 자율적으로 반납키로 했다. 행안부는 실장급의 경우 연봉의 3~5%, 국장급은 2~4%, 과장급은 1~3%, 그 외의 사무관 이상은 1~2%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반납토록 해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행안부 전체 5급 이상 공무원이 이 규모대로 월급을 반납할 경우 총 반납금액은 월평균 약 56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건복지가족부도 연말까지 실장은 월급의 5%, 국장은 3%, 과장급은 2% 안의 범위에서 기부하도록 해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사무관 이하 공무원들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행정부내 장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약 280명은 지난 19일 열린 차관회의에서 앞으로 1년 간 봉급의 10%를 떼어 소외계층을 돕기로 한 바 있다. 고통 분담을 위한 월급 반납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에도 이어져, 인천시는 5급 이상 직원 550명의 임금 1~5%를 떼어 매월 약 3500만 원을 ‘청년인턴’ 채용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대졸초임 삭감…그러나 공기업 임원 고액연봉’ 서울시도 직원들의 봉급 일부를 기부받고 업무추진비와 경상경비 등을 절약해 조성하는 100억 원 규모의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 1000여 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들도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졸 신입 직원의 초임을 30% 삭감하는 대신 채용 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10명 이상 늘리기로 하는 등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월급 반납을 결정하지 않은 다른 중앙부처나 지자체·공기업들도 금명간 월급 반납 등을 통한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을 비롯하여 공무원 사회에서 임금을 삭감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등의 뼈를 깎는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공기업의 임원 및 1·2급 간부들의 연봉은 여전히 높아 ‘신이 내린 직장’으로 지금도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신규채용 억제와 대졸초임 삭감, 비정규직 행정인턴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어, 취업계층에게만 고통을 전가하고 고위층은 고통 분담에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30대 그룹의 대졸초임 임금 삭감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약속했던 한국노총은 “노사민정 합의정신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월 25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대졸초임 임금 삭감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저하를 유도한다”며 “내수침체 악화로 경제파탄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은 20%가 감소하고, 임금은 10%나 감소한 상황에서 임금 삭감과 일자리 나누기는 죽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와 자본은 경제위기를 노동자 임금 삭감의 기회로 삼으려는 속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어 “노사민정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는데,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전경련이 초임 삭감을 들고 나왔다”며 “대타협의 합의정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도발”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신입사원 임금삭감, 근로의욕 저하…사내유보금 풀어 일자리 창출해야 이들은 이어 “임금 삭감 계획만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을 뿐 30대 기업의 올해 채용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일자리 늘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하향평준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졸자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초임 삭감을 추진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을 풀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전경련이 발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선 만성 적자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공공기관부터 임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지금도 이들 기관들의 임금은 각종 편법 수당 등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업계에 따르면, 2008년 대졸초임 연봉(성과급 제외)에서 한국거래소가 3844만4000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이 3700만 원을 지급해 2위에 올랐고, 증권금융(34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협회의 경우엔 협회 3사 통합 전 기준으로 증권업협회가 3257만9200원, 자산운용협회 3065만원, 선물협회 3233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관기관들은 초임 연봉이 과도하다는 여론을 의식해 일제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재정부 조사 대상 115개 기관에 포함됐던 준정부기관인 한국거래소와 기타공공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즉각 정부 가이드라인(3500만 원 이상 23% 삭감)을 고려한 조정작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