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미래를 가고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화합 속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분노와 증오와 거짓의 정치로 우리 사회를 선진화 할 수 없으며, 긍정의 정치를 통해 선량함과 품격이 돋보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제17대 대통령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이 밝혔다. 취임 1년을 며칠 남겨놓고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대치 상황이 장기화됐던 것과 관련해 “오늘은 당면한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한 ‘정치위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며 “국회 폭력 사태는 우리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불안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평화와 법질서의 상징이자 보루가 되어야 한다”며 “온 국민이 지켜야 할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법치주의가 바로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일 외국 언론들이 한국을 다시 채무불이행국 가로 몰아 가고 있는데 정치권은 대한민국호(號)를 위기의 벼랑 끝에서 구하기커녕 수렁으로 몰아 가고 있다. 특히 벼랑 끝까지 갔던 2월 임시국회가 합의점을 찾으면서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기습 상정된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필리버스터(의회전술)로 무산돼 여야는 다시 경색국회로 접어들었다. 물론 이 같은 불상사는 야당에 책임이 있지만, 한나라당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72석을 갖고 있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어렵게 여야 합의로 처리된 쟁점법안이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 등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일지 않도록 의원들에게 전원 대기령을 내렸지만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치권에서 ‘웰빙당’, ‘차려진 밥상도 못 챙겨 먹는 당’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특히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이 대통령은 지난 1년 간 국정을 펴 오면서 지금의 한나라당을 갖고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국정개혁을 시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나라당의 행태로 볼 때 한나라당 체제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새 술을 새 포대에 담아야 한다. 이와 관련, 현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뿌리는 전두환 정권에서 출발,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양지에서만 자라나 스스로 자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총선 등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지만 강한 야당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나아가 정권교체도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계파 간의 다툼으로 이 대통령의 명이 먹혀들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 지금 개헌까지 할 수 있는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성공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는 그룹과 손을 잡고 새로운 당을 만들 때가 되었다. 이들 그룹은 대선 때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비롯, 일부 기독교 단체들로 새로운 정치 그룹을 형성할 움직임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번 호주·뉴질랜드·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하면서 소수 여당이 연정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을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8년 만에 정권을 잡은 오바마 미 대통령처럼 공화당의 발목잡기에서 헤어나기 위해 직접 의원과 접촉하며 국민과 대화하는 소통정치에 나선 것을 눈여겨보고 실행하는 것도 옳은 방법이다. 이 대통령은 이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느냐, 아니면 원대한 태평양으로 항해하느냐는 선장인 이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때로는 형식을 넘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꽉 막힌 정치를 풀 수만 있다면 정조대왕의 비밀 편지든 비망록이든 대수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식물당인 한나라당만 믿지 말고, 정조대왕처럼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나 경제 난제를 풀어야 한다. 왜 우리나라에서 의리라면 제일 가는 대학 동문이 정국해법을 풀 수 없는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대표가 아닌 선후배로서 허리띠를 풀고 밤을 새워 가며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난국을 풀어 국민에게 희망의 꿈을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