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정신은 성장하지만 육체는 거꾸로 나이를 먹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젊어진다. 과연 이런 현상이 실제로 가능한 얘기일까? 물론,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수많은 의사·과학자들이 노화현상의 원인과 세밀한 과정을 찾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하면서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불로초 같은 치료약을 개발하고자 치열하게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육체의 노화현상은 뇌·심장·콩팥·간·뼈·근육 등 온몸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혈관의 노화현상은, 혈관이 온몸에 퍼져 있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을 각 장기에 공급해주기 때문에, 심해지면 치명적이다. 따라서 혈관의 나이가 곧 육체의 나이라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 혈관의 노화란 무엇을 말하는가 크게는 두 가지 현상을 말한다. 첫째는 혈관의 유연성·탄력성이 점차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피부·관절·근육·인대와 같이 혈관벽의 탄력성이 감소하여 혈관이 딱딱해져 경직된다. 특히, 대동맥의 탄력성이 감소하면, 심장의 수축기에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뿜어져 나온 혈류로 인한 혈압의 상승을 완충하는 기능이 상실되어 수축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반대로 심장의 이완기에는 서서히 떨어지던 혈압이 급작스럽게 많이 떨어져 이완기 혈압은 정상보다 낮게 측정된다. 이것이 바로 노인성 고혈압의 특징인데, 이완기 혈압은 정상이거나 낮으면서 수축기 혈압이 높고,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인 맥압이 증가하며 혈류의 속도는 빨라진다. 이러한 양상의 고혈압은 다시 나무의 작은 가지에 해당하는 뇌·심장·콩팥·안구 등과 같은 장기의 미세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쳐 뇌졸중·심근경색이나 협심증·신부전, 기타 다양한 동맥질환의 원인이 되고 또 이러한 질환의 진행을 가속화시킨다. 두 번째 현상은 동맥경화증이다. 흡연·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으로 혈관에 손상이 가해지고, 특히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쌓이게 되면 염증반응이 나타나 혈관벽이 점차 두꺼워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혈관의 내경은 점차 좁아져, 이것이 심해지면 원활한 혈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허혈로 인해 통증이 나타나고 장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심장의 근육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의 경우, 혈관벽 내의 염증이 심하면 종기가 염증이 심하여 곪아 터지듯이 혈관의 내경 쪽으로 곪아 터질 수가 있는데, 이때 이로 인해 갑자기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면 심장근육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해 괴사하는 심근경색증으로 나타난다. 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아래와 같은 경우에 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흡연. ·당뇨병. ·45세 이상. ·콜레스테롤이 높다. ·혈압이 높다. ·가족 중에 심장 또는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이 있다. ·비만. ·신체적 활동 결핍부족. ■ 어떻게 혈관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 일단 심근경색증·협심증·뇌졸중·하지동맥질환·신부전 등의 증상이 있거나 이미 이러한 질환의 진단을 받았다면, 이는 혈관의 노화에 의한 합병증으로 나타난 것이므로 이미 혈관의 노화가 많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 증상도 없고 이러한 질환이 진단되지 않았다면, 혈관을 직접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으므로 혈관의 나이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상 영상진단기기의 기술향상과 개발로 인해 진단이 용이해졌는데, CT·MRI를 통해 뇌·심장·대동맥·하지동맥 등 다양한 혈관들을 촬영하고 컴퓨터로 분석하여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혈관의 상태를 파악할 수가 있다.
그 밖에, ‘맥파 분석’과 ‘혈류 전파속도 측정’으로 동맥의 경직도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발목 부위의 수축기 혈압을 팔의 수축기 혈압값으로 나눈 발목 대비 팔 혈압지수(Ankle-brachial index)가 정상적으로는 0.9~1.0 이상인데, 그 이하인 경우에는 하지동맥의 협착 또는 폐쇄를 의심할 수가 있다. 또, 목 부위에서 표면에 가까운 경동맥을 초음파로 검사하여 혈관벽의 두께를 재어 동맥경화증의 정도를 평가할 수가 있는데, 이때 혈관벽의 두께가 협심증·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의 발생위험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혈관의 나이를 돌릴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노화된 혈관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혈관의 불로초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시적으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지만 금연, 혈압 조절, 콜레스테롤 조절, 혈당 조절, 운동 및 체중 조절 등과 같은 근본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각각 20~30%씩 혈관노화에 의한 합병증인 뇌졸중·심장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혈관의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 다음과 같이 건강관리를 하면 혈관 질환은 예방되거나 진행이 느려질 수 있다.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정상혈압을 유지한다(정상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 이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섬유질 음식을 섭취한다.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하루 30분, 매주 5일 이상)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동물성 지방 및 트랜스 지방을 피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등푸른 생선을 섭취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정기 검진을 받고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