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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대왕’ 매란방의 삶과 고뇌

영화 <매란방> 내한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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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이우인⁄ 2009.03.31 14:26:43

중국의 천재 경극배우 매란방의 인생과 경극에 대한 고뇌를 담은 영화 <매란방>의 첸 카이거 감독과 주연배우 여명(매란방 역)·장쯔이(맹소동 역)가 영화 홍보차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날인 24일 세 사람은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매란방>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하지만 이날 이들은 차가 막힌다는 핑계를 대며 40여 분이나 취재진을 기다리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여명, 장국영의 아성에 도전하다 영화 <매란방>의 주인공 매란방은 영화 <패왕별희>(1993)에서 장국영(1956~2003)이 분한 ‘데이’ 역의 실존 모델이다. <패왕별희>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연출을 맡은 첸 카이거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더불어 ‘경극을 소재로 다룬 영화 하면 장국영’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여명이 여장남자 배우 매란방 역에 캐스팅되자 영화에 대한 관심은 배에 달한 반면, 여명은 장국영과의 연기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여명은 “장국영 씨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라며 “외부에서 우리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의 선택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캐릭터에 대해, 첸 카이거 감독은 “매란방은 자신의 삶과 예술을 연구한 적극적인 실존 인물인 반면, 데이는 매란방이 연극으로 표현한 인물 중 하나일 뿐”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매란방이 연기할 때 물처럼 포용하고 흡수하는 인물이라면, 데이는 불처럼 언제든지 물로 인해 꺼질 수 있는 인물이다”라고 묘사했다. ■ 자유 없는 스타…20세기 초 매란방과 21세기 톱스타 여명·장쯔이 매란방은 20세기 초를 주름잡던 당대 스타였지만, 그만큼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해야 했기 때문에 자유가 없었다. 그는 극중 남장 전문배우 맹소동과 생애 첫 사랑을 나누지만, 지금의 매니저에 해당하는 구여백(손홍뢰 분)에 의해 좌절된다. 영화 한 편을 보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사방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는 21세기를 사는 연예인들의 현실과 많이 닮았다. 부와 명성은 얻었지만 자유를 빼앗긴 스타의 모습을 <매란방>에서는 종이 족쇄에 비유하고 있다. 종이 족쇄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찢기기 때문에 주의 해야 한다. 이는 위태로운 스타라는 자리와 같다. 여명과 장쯔이는 매란방이나 맹소동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세계에서 유명세를 날리는 톱스타이다. 따라서 이들이 느끼는 공감은 어느 정도 짐작된다. 이와 관련, 첸 카이거 감독은 “여명 씨와 장쯔이 씨는 파파라치가 늘 따라다니는 세계적인 배우”라며, “하지만 두 사람은 파파라치에게 결코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파파라치에 대해 여명은 “최근 나의 종이 족쇄는 (집의) 창문 커튼 사이로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라고 고백하는가 하면, “장쯔이 씨의 종이 족쇄는 최근 찍힌 해변 사진이 아닐까”라고 다소 민감한 사안을 이야기해 장쯔이를 당황하게 했다. 장쯔이는 최근 이스라엘인 남자친구와 대낮에 해변에서 아찔한 행각을 벌인 사진이 파파라치에 의해 공개돼 네티즌의 비난을 샀다. 특히 모국인 중국의 네티즌들은 “아무리 해외지만, 어떻게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낯부끄러운 행동을 할 수 있느냐. 국가적 망신이다”고 격분했다.

■ 영화 <매란방>에는 매란방도 여명도 장쯔이도 없다? 영화 <매란방>에 대해, 첸 카이거 감독은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매란방의 고뇌를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베일을 벗은 <매란방>에 과연 매란방의 고뇌가 살아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소이다. <매란방>은 ‘원화’로 불리는 유년기부터 일제에 항거해 무대를 떠나는 40대 후반의 모습까지 매란방의 반세기를 그렸다. 그 안에는 경극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초창기와, 스승 구여백을 만난 후 경극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이야기, 혼인 후 ‘경극대왕’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리던 전성기, 맹소동을 만나 사랑하고 주위의 반대에 부딪히는 좌절기, 미국에서 중국의 경극을 알리는 도전기, 일본을 위한 공연을 강요당하자 과감히 무대를 버리는 결단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과 11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매란방의 인생을 꾸역꾸역 밀어 넣은 꼴이다. 주인공인 여명은 영화의 반이 흐를 무렵 등장하며, 당연히 장쯔이는 그 이후 등장한다. 관객은 영화의 반을 “여명이 언제 나오느냐”에 허비한다. 게다가 장쯔이는 아주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니 허탈감은 배에 달한다. 크랭크인 전 2달 반 동안 연습했다던 두 배우의 경극 실력은 ‘맛뵈기’에 그치니 약이 오른다. 영화의 편집도 ‘별로’이다. 맺고 끊음이 지나칠 정도로 정확하다. 웅장한 클래식이 흐르고 서정적인 배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위인의 일대기를 기대했다면 버려야 한다. 단, 여명의 아역 연기는 볼만하다. 표정·몸짓·목소리 등이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매란방이 살아 있다면 저랬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4월 9일 개봉. ■ Who is 매란방? 1894년 10월 경극배우 가문에서 태어난 매란방은 8세 때 경극을 시작해 11세 때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일찍이 각종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경극계의 기대주로 부상한 그는 매끄러운 목소리, 깔끔한 무대 매너, 중후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명실상부하게 중국 경극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매란방은 최정상 스타이자 진정한 배우로도 인정받았다. 감정을 최소한으로 표현하는 기존의 전통 방식을 깨고 경극에 음악·복장·화장 등 여러 방면으로 현대 연극의 요소를 가미하며 자신만의 형식을 확립했다. 그의 성을 딴 ‘매파’라는 경극의 유파가 생겨날 만큼, 매란방이 중국 경극세계에 미친 영향력은 크다. 매란방은 중국인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한 배우였다. 대사와 노래·연기를 한 번에 결합시켜 만든 경극은 미국 문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일본·미국·소련 등지를 순회하며 문화 교류에 앞장섰고, 스타니슬라프스키·채플린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교류하면서 영감을 제공했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기간에는 홍콩과 상하이에 머물면서 일본 치하에서 공연하기를 완강히 거부해 진정한 예술가이자 영웅으로 떠올랐다. 1949년 중국 인민 정치 협상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했으며, 중국 문화예술계 연합회 부주석, 중국 희극가협회 부주석, 중국 경극원 원장, 중국 희곡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매란방 문집> <매란방 연출극본선집> <무대생활 사십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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