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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法’ 만들어지나

정부 발 벗고 나섰지만, 이해관계 엇갈려 진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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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이우인⁄ 2009.03.31 14:25:24

신인 여배우 장자연 자살사건의 배경에 ‘연예인 성상납’ 등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의 그릇된 관행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제2·제3의 장자연 사건을 막기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먼저, MBC 사장 출신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3월 16일, 연예산업의 영세성·비전문성 및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특히 ‘노예계약’이나 ‘전속금 소송’ 등 해당 연예인의 인권, 그 밖의 여러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사와 신인급 연예인 간의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연예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것임을 밝혔으며,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도 배우들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홍보·교육하고, 출연을 미끼로 금품·성상납 등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대중문화 및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을 밝혔으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정부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은 3월 26일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하여 연예계를 동경하는 청소년의 선도를 위한 연예산업의 혁신을 강조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차원의 확실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우리나라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문제점 장자연 문건은 출연을 미끼로 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인격무시, 협박, 폭행·폭언, 금품갈취 등 현(現) 연예산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가 발제한 <한국의 매니지먼트 사업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따르면, 한국의 배우 매니지먼트 산업의 문제점은 ▲고비용 저수익의 구조 ▲계약해지의 용이성 ▲배우 보호를 위한 법률적 제도의 미흡 ▲매니지먼트사의 영화제작 겸업 ▲매니지먼트사의 부당한 지분요구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특히 최 변호사는 고비용·저수익 구조의 원인으로 배우의 활동비용을 매니지먼트사가 부담하는 ‘배병수(고최진실 매니저·사망)식 모델’과 배우에 대한 거액의 ‘전속금 지급’ 관행을 꼽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배우들에게 부당하게 과다한 수입의 분배 요구 ▲스타 배우들을 내세운 무리한 투자유치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을 통한 매출 올리기 ▲회사 주가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스타 배우 마구잡이 스카우트 ▲배우 출연 조건으로 영화사에 수익 지분 요구 ▲소속배우들을 투입한 영화제작 겸업 등의 폐해를 낳는다. 더욱이 배우들에 대한 고액의 전속금과 고비용·저수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매니지먼트사가 영화제작을 겸업하면서 배우매니지먼트는 영화제작사로서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영화제작을 겸하는 매니지먼트사는 다른 영화제작사와 경쟁 관계에 놓이고, 당연히 소속배우의 출연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배우를 공급하는 매니지먼트사의 본래 기능에 반하는 행위다. 이로 인해 영화제작사가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스태프를 확보하고도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종국적으로 우리 영화산업의 퇴조와 실패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최 변호사는 강조한다. 또 우리나라는 배우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규제가 미흡한데, 배우 매니지먼트 계약은 근로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계약조건이 엄격하게 규율되고 단체행동권이 보장되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배우의 권리보호는 열악한 환경임을 시사한다.

■ 외국의 매니지먼트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의 하윤금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일본·미국의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예 매니지먼트는 약 309개(한국연예제작자협회, 2006년 2월 기준), 활동 중인 매니지먼트사는 약 100개 정도이다. 국내 매니지먼트사는 매니지먼트 업무(발굴·관리)와 에이전시 업무(기획, 활동기회 알선)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데, 수익 모델 부재와 불합리한 계약 관행으로 전속금을 통한 스타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신인(2:8)·중견(5:5)·스타급(9:1) 등 차별적인 분배구조로 신인에게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높은 전속금을 지불한 기획사는 스타 파워를 이용해 제작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제작사 수익의 지분을 요구하고, 캐스팅 권한에도 침범한다. 스타의 높은 출연료는 제작비 상승에 영향을 끼치며, 이는 과도한 PPL(간접광고)이나 협찬주의 개입 등 콘텐츠의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문제점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가까운 나라 일본과 연예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일본…우리와 비슷하지만 월급제·분배제 등 회사의 사원과 같은 대우 일본의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는 교육(육성)의 기능+매니지먼트 기능+에이전시 기능+제작기능+유통 기능까지 수직 통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연예인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발굴·육성·관리·출연료협상·수입관리·저작권처리 등 연예인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리한다. 계약은 월급제(고정제)와 분배제(보합제)로 이뤄지며,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구두계약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전속금 제도는 없다. 월급제는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기타 소득에 대해서 보너스 형태로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분배제의 경우 배분비율은 회사의 기여도에 따라 차등 결정된다. 이처럼 일본에서 연예인은 매니지먼트 회사의 사원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대형화된 프로덕션들이 자사 영업에 대해 공개하지 않아 경영이 불투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연예계의 터부, 봉건적 문화의 요소도 갖는 등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또, 일본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몇몇 주요 프로덕션들의 연예인이 중심이 되고 이들의 출연 비중이 높아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보호 아래 키워지는 단기적 양산형 연예인들은 창의성과 독창성이 부족하고 자유로운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도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 미국…매니지먼트·에이전시 분리, 연예인 보호·견제장치 마련 미국의 연예 매니지먼트사는 매니지먼트 업무와 에이전시 업무로 분리되고 전문화돼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연예인을 고객으로 간주한다. 에이전시는 전속금 등의 제도는 없고 수익에 따라 10%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 또한 주법인 에이전시법에 의해 20%까지 상한선이 인정되나 노조 규약에서는 10%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매니지먼트 역시 전속금이 없으며, 관련법이 없으므로 수수료 상한선은 없지만, 대략 15%의 수수료가 관행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취업 에이전시법(Employment Agency Law)에 의해, 뉴욕 주는 General Business Law에 의해, 미네소타 주는 1993년 관련법을 입법하는 등 미국은 에이전시 라이선스 제도가 발달돼 있다. 특히 소속된 스타나 작가의 이익보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 때문에 노조 차원에서 에이전시의 제작업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는 지분투자만 가능하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연예인 노조제도가 잘 발달 돼 있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과 제작사들 간의 균형, 견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영화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SAG(Screen Actors Guild), 방송인을 중심으로 한 AFTRA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가 있다. 노조는 연예인을 제작사와 에이전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가맹제도’를 활성화시키는 등 연예인 보호와 견제장치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반면, 스타의 출연료를 높여야 에이전시 수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에이전시들에 의해 출연료가 과도하게 책정되는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이는 제작비의 상승 문제를 초래한다. 스타의 권력이 비대해지고 출연료를 제어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스타 파워를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연기자의 다음 작품 계약이 어려워지거나 중도에 계약이 파기되는 등의 장치들로 출연료 관련 문제점이 일부 상쇄되고 있다. 매니저는 관련법(Advance-Fee Talent Services Law)은 있으나 라이선스 제도가 없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 에이전시와 업무의 유사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 연예계, <장자연법> 통과되면 이렇게 바뀐다(?)…성급한 법 제정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이 같은 연예계의 열악한 환경은 민주당 최문순·이미경·천정배·김종률·서갑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등 국회의원 24명이 3월 25일 발의한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 이른바 ‘장자연법’이 통과되면 개선될 전망이다. 이르면 4월 국회에서 논의과정 및 공청회를 거쳐 입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자(이하 사업자)의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의무화 ▲계약서에 위반 사항이나 불공정 조항이 있을 경우 시정권고 ▲사업자가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의 대가로 받는 보수의 한도를 문화부가 결정·고시 ▲사업자는 소속 연예인의 연예용역 제공 거래시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지 않도록 함 ▲사업자는 연예용역 제공을 조건으로 보수 외의 금품, 재산상 이익을 취하지 못함 ▲미성년자의 연예용역 공급계약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각계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연예예술인협회의 하금석 위원장은 “매니지먼트 관련법은 이전부터 제정됐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하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전하며 “기존의 친인척 관계에 의한 연예인 관리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해 관리·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법 제정에 대한 매니지먼트 측의 입장은 다르다. 나무엑터스·바른손 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예당 엔터테인먼트·웰메이드 스타엠·BOF·DSP엔터테인먼트·KM컬쳐·SM엔터테인먼트 등 70여 개 국내 매니지먼트 회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전에 창립된 (사)한국 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3월 27일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 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협회는 연예 매니지먼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업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불건전 매니저에 대한 조정 및 징계위원회 운영 ▲공정거래위원회와 진행 중인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권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표준계약서 작성 ▲문화부 산하 한국방송영상진흥원과 함께 매니저들에게 정기적(기수별)으로 실시되는 인성·법률 교육과 회원사에 대한 강력한 제제와 조정을 갖는 등 매니지먼트 사업과 관련된 여러 제도정비 및 선진화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협회 측은 “장자연에 대한 부당한 행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는 본 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회원 매니지먼트사”라면서 “장자연 사건과 연관시켜 연예산업 및 관련 회사, 연예인 자체를 불법과 부도덕이 난무하는 악의 소굴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일부 방송 매체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성급한 입법 추진에도 우려를 표했다.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서둘러 법제정에 나서는 것은 매니지먼트 산업의 현실을 정확하고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부실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협회는 보고 있다. 이 협회의 김길호 사무국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연예 매니지먼트를 산업군으로 규제한다는 가정하에, 최문순 의원의 법안은 진흥은 없고 규제만 있는 규제 법안이라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규제부터 한다면 사업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부 매니저의 실수를 전체 매니저의 관행으로 본다는 점이다. 물론 잘못한 매니저는 사법처리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 어느 산업이든 미꾸라지는 있기 마련이다”라며 “중3짜리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기사를 보고 아버지인 나를 오해하더라. 그 순간 담배 3대를 한꺼번에 물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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