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대학로에 포복절도 웃음경보!

신선한 폭소 바람…연극 <룸 넘버 13>, 뮤지컬 <두근두근>

  •  

cnbnews 제113호 이우인⁄ 2009.04.13 14:48:16

대학로에 신선한 폭소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연극이 있다. 서울 대학로 극장 ‘가자’(룸 넘버 13 전용극장)에서 지난 1월 1일부터 오픈 런(OPEN RUN)으로 공연되고 있는 연극 <룸 넘버 13>이 그 웃음의 진원지이다. <룸 넘버 13>(원제: Room No.13)은 한국에서는 연극 <라이어>로 유명한 웃음의 절대지존 ‘레이쿠니’의 신작이다. 전 세계 40여개 국에서 대히트 중인 인기 작품을 지난해 1월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2관에서 국내 초연했다. 연극 <라이어>의 초연 연출가 양혁철이 <룸 넘버 13>의 번역 및 연출을 맡았다. 극의 내용은 이렇다.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아주 급박하고 중요한 순간, 인근의 호텔에서는 여당 국회의원 ‘리차드’(장대웅 분)와 야당 총재의 비서 ‘파멜라’(이미은 분)의 은밀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막 중대한(?) 일을 치르려는 찰나, 창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두터운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신고할 수도, 그렇다고 시체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딱한 처지가 되고,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 ‘조지’(김태신 분)를 불러 이 모든 일을 떠넘기려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비서 노릇을 하기엔 심약한 마마보이 조지는 절대로 할 수 없다며 손사래 치고, 리차드는 국회의원 자리를 빌미로 조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 와중에도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지배인(최석준 분)과 팁에 아주 환장한 웨이터(최현욱 분)가 리차드가 묵고 있는 13호실을 제집 드나들듯 하니, 시체 숨기랴 거짓말로 둘러대랴 혼비백산이다. 여기에 파멜라의 일자무식 남편 ‘로니’(고경민 분)가 등장해 리차드와 조지의 목숨을 위협하고, 리차드는 위기에서 자신만 빠져 나가기 위해 조지를 이용한 거짓말을 내뱉는다. 또한 로니에 의해, 시체가 파멜라의 외도를 감시해 온 탐정(김태현 분)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리차드의 거짓말은 곱절이 되고, 대통령보다 무서운 리차드의 부인 ‘제인’(이경주 분)까지 들이닥치면서 사태는 점점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살아나 주인공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 ‘국회’ ‘정치’ ‘의원’ 등 고리타분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초반 3~4분 가량의 지루함을 벗어나면, 그 나머지 시간은 배꼽을 골백 번은 잡아 뜯을 만큼 웃음을 주는 연극이다. 한순간의 지루함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옆의 사람이 매너 없이 전화를 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새로운 상황,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 자지러지게 만드는 대사 등이 관객의 정신을 들었다 놓는다. 땀으로 목욕을 한 듯 ‘암전’(暗電) 한 번 없이 이어지는 배우들의 열연도 감동을 준다. 가만히 앉아만 있던 관객도 웃느라 기력을 빼앗기고 나면, 무대 한 편에서 물을 마시는 배우가 부러워진다. 공연장을 나설 때는 아쉬움에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유쾌한 연극이다. 직접 보기 전까진 웃음의 강도를 예측할 수 없다.

■마음의 소리가 귀에서 들린다(?)…뮤지컬 <두근두근> “마음이 보이니? 말로 표현을 안 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알아?”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티격태격하곤 한다. 한쪽은 마음을 주지만, 한쪽은 그 마음을 느낄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 수 없다”와 “표현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하는 양측이 대립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시간과 체력을 허비한다. 현재 서울 대학로 단막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두근두근>은 이 같은 답답함을 물리치기 위해 사랑을 소리로 표현한다. 제목인 ‘두근두근’외에도 ‘콩닥콩닥’ ‘삐질’ ‘두리번 두리번’ ‘움찔’ ‘생글생글’ 등 사랑할 때의 감정을 나타내는 의성어·의태어들이 배우의 입을 통해 소리로 전달되는 아주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이다.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가로·세로 다 합쳐봐야 자취생의 골방 만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탭댄스·비트박스·아카펠라 등 신체로 나타낼 수 있는 소리를 총동원하여 들려준다. 보통의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조명이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뮤지컬 넘버 등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CD 혹은 테이프 반주도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엔 배우들의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다가도, 배우들이 무대효과며, 반주며, 스태프의 업무를 하는 모습에 익숙해지면, 괜시리 내 친구인 양 안쓰러워진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소극장 공연이라도 이건 아니잖아!”라는 관객다운 울분이 들끓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두근두근>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뮤지컬이다. 배우의 손짓과 약간의 지시로 비트박스·337 박수 등을 치다보면 자신이 관객이 아니라, 이 뮤지컬을 완성하는데 일조하는 중요한 일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서른 명 남짓한 관객 가운데 한 명이라도 게을리 하다가는 공연을 망칠 우려가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공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성취감도 크다. 공연이 끝난 뒤 배우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관객인 자신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뮤지컬 <두근두근>은 ‘한없이 외로운 남자’(손덕기 분)의 고독을 표현한 1막 ‘소리 나지 않는다’와, 이 남자가 ‘실연당한 여자’(이은아 분)를 만나고부터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풋풋한 내용을 담은 2막 ‘사랑, 소리 나다’로 구성된다. 공연 중 무대 전환 및 앙상블 등은 3인조 밴드 ‘맨입 사운드’(한상현·이정현·구자민 분)의 역할. 이들은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 폭탄을 제조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보고 싶습니다> <순정만화> <라이어3>의 정세혁 연출의 신작으로, 2007년 5월 서울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에서 초연됐다. 오는 30일 단막극장 공연을 마치고, 내달 22일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2관에서 새롭게 오픈된다.

[interview] 연극 <룸 넘버 13>의 기획자에게 듣는 연극 이야기 현재 대학로에 소위 ‘되는 공연’ <룸 넘버 13>과 <두근두근>을 동시에 올리고 있는 ‘휴먼컴퍼니’의 정구진 대표에게 <룸 넘버 13>의 인기비결과 함께 <두근두근>에 대한 궁금증도 들어봤다. <룸 넘버 13>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은 재미있는 스토리 구성입니다. 여기에 하루도 빠짐 없이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기계적인 연기가 나올 수 없고, 항상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나온다는 점도 큰 몫을 하고 있죠. ‘19금’으로 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관람등급이 만 12세 이상은 좀 의아합니다. 어떤 장면을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혹시 남자들 간의 성행위 묘사 장면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이런 장면은 요즘 TV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오는 걸요(웃음). 시체를 버리는 장면이 19금이라면, 9시 뉴스에도 19세 이상 시청금지 표시가 필요하겠네요.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서 절찬리에 공연 중입니다. 실제 보니, 잔여석이 없을 만큼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관객은 어느 정도이며, 이는 대학로의 타 공연과 비교해 어떻습니까? 기획자인 제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룸 넘버 13>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관객수를 정확히 밝히긴 곤란하지만, 매회 150석의 좌석이 꽉꽉 찰 정도입니다. 초대 이벤트는 일체 하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죠.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는 연극입니다. 오디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배우를 캐스팅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상황연기와 정확한 대사 전달력을 많이 봤습니다. <룸 넘버 13>의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좀 더 훌륭한 배우와 좀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춰 발전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뮤지컬 <두근두근>은 솔직히 공연 초반엔 공연 방식이 낯설어 많이 당황했습니다. 보는 내내 뮤지컬 넘버, 극본이 있기나 하는 걸까 의심이 될 만큼, 배우의 연기가 즉흥적으로도 보였습니다. 일부러 의도하신 겁니까? 즉흥적으로 보이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잘 훈련된 배우가 증흑적인 연기를 하면 살아 있는 연기가 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배우가 즉흥적으로 연기하면 ‘워크숍’보다 못한 아마추어의 연기가 되는 것이죠.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관객이 판단하겠죠(웃음). 지금의 무대는 좁기 때문에 관객과 배우의 밀착도가 높아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보다 더 넓은 무대에서 공연한다면 그 재미가 대폭 줄어들 우려도 느껴집니다. 5월에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재공연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을 보완·보충할 계획입니까? 대극장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완전히 새롭게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2만 원인 티켓을 1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관객을 맞고 있는데, 수익이 남긴 합니까? 박리다매의 효과가 있다면, 정가 2만 원을 받는 것보다 휠씬 효과적입니다. <두근두근>의 감상 포인트를 들려주십시오. 약간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보세요(웃음).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