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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도적처럼 다가오는 뇌졸중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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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4호 편집팀⁄ 2009.04.20 22:59:13

박희남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부교수 최근 부정맥 질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부정맥이란 맥박이 느리거나 빠르거나 불규칙적인 심장의 리듬 질환을 의미한다. 부정맥 가운데에는 그냥 내버려 두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 부정맥도 있으나, 증상은 미미하지만 한 번 출현으로 생명을 앗아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악성 부정맥도 있다. 여기서는 부정맥 중에서 가장 흔하지만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심방세동과 뇌졸중의 위험인자 71세 김세동 씨는 매일 약수터에 다니고 조기축구를 할 정도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갑자기 발생한 우측 편마비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진단은 허혈성 뇌졸중. 그는 고혈압이나 고(高)콜레스테롤 혈증도 없었고, 담배도 건강을 위해 6년 전에 끊었었다. 단지 애주가인 그는 5~6년 전에 감기 치료를 할 때 맥박이 불규칙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건강을 자신한 나머지 검사를 받지 않았다.

입원 후에 내려진 뇌졸중의 원인은 심방세동이란 부정맥이었다. 심장의 보조 펌프인 심방이 오랜 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고, 심방 내에 저류된 혈전이 떨어져 올라가 뇌혈관을 막은 것이었다(그림1).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해 왔다고 자부하던 김 씨였지만, 자신의 맥박을 소홀히 하여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라는 엄청난 후유증을 대가로 치르게 되었다. 심방세동(心房細動:atrial fibrillation)은 가장 유병률이 높은 부정맥 질환으로 60세 이상 인구의 5%, 80세 이상 인구의 15%에서 발견된다. 심방세동이란 심방(심장의 보조 펌프)이 잔떨림으로 수축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하며, 이로 인하여 심실(심장의 주 펌프)은 불규칙하게 뛰게 되는 상태이다(그림2). 따라서 스스로 맥박을 짚어보면 불규칙한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심방세동의 초기에는 정상맥이 잘 뛰다가 느닷없이 심방세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개 증상을 느낀다(발작성 심방세동). 그러나 심방세동이 오래 지속되어 만성화될 경우에는 맥박이 빠르지만 않다면 증상을 못 느끼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지속성 또는 만성 심방세동), 고작해야 운동시 경미한 호흡곤란만 느끼는 환자도 흔하다. 증상의 유무는 뇌졸중의 위험과 상관이 없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고 있다가 도리어 허혈성 뇌졸중이라는 큰 화를 부르게 된다.

심방세동은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5배, 총 사망률을 약 2배 가량 증가시킨다. 노령화 인구 증가에 따라 심방세동으로 인한 입원률, 의료비 지출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이다. 심방세동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놓아 두었을 경우,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은 매년 6~10%이며, 이는 발작성 심방세동이나 만성 심방세동이나 차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심방세동으로 맥이 지속적으로 빨리 뛰는 경우에는 심부전(또는 심장부전; 심장 펌프 기능의 저하 또는 장애)을 초래하게 된다. 때문에 심방세동은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심방세동의 종류와 진단 심방세동이 만성화되어 지속되는 경우에는 심전도만 찍어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만성/지속성 심방세동). 그러나 아직 만성화되지 않은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평소에는 심전도에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활동심전도(24시간 심전도를 검사하는 홀터 검사 등), 운동부하 심전도 등의 특수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의 발생을 확인해야 한다. 또 심방세동을 잘 일으키는 갑상선 질환이나 동반된 구조적 심장질환을 찾아내어 함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방세동, 어떻게 치료하나 심방세동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허혈성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하여 혈액응고를 막아주는 치료이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아스피린과 항응고제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증, 75세 이상의 고령, 뇌졸중의 과거력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이 뇌경색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며, 치료하는 경우 사망률도 45%나 낮추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와파린(또는 쿠마딘)이라고 불리는 항응고제는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혈액검사를 통해 그 효과를 측정해야 하고, 다른 약제(특히 한약)나 음식물에 따라 효능이 변할 수 있으며, 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어 사용하기가 번거롭고 때론 위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심방세동으로 인한 빈맥을 치료해야 한다. 대개는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지만, 조절이 잘 안 되고 부작용의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 항응고 요법을 하면서 시술로 방실결절을 차단하고 심박동기를 삽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생리적으로 바람직한 치료는 심방세동 자체를 제거하고 정상적인 맥박을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대개는 항부정맥 약제를 투여하면서 전기충격술로 정상맥박을 돌리는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항부정맥제만으로 정상맥박이 1년 이상 유지될 확률은 50%를 밑돌기 때문에, 최근에는 전극도자 절제술로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시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전극도자 절제술은 가느다란 전극을 허벅지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접근시키고 심방세동이 나오는 부분과 심방 내에서 심방세동이 지나다니는 길을 전기적으로 차단시키는 시술이다(그림3,4). 전신마취나 절개를 요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도를 최소화한 시술이며,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90% 완치율, 만성 심방세동의 경우 75~80%의 완치율을 보이는 효과적인 맥박 조절법이다.

■술·운동과 심방세동 심방세동 환자에서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고혈압·당뇨병은 철저히 조절해야 하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그러나 음주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것이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다. 적당한 음주가 관상동맥질환의 심장발작을 줄이기 때문에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들도 적당히 음주를 하려는 경향이 많다.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적당한 음주는 심방세동의 유병률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음주가 심방세동을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음주 후에 발생하는 자율신경의 변화가 심방세동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애주가 중에서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심방세동으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절주가 필요하다. 따라서 심방세동이 있고 항부정맥제나 시술로 심방세동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술을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적당한 운동은 심장 자율신경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 직후에는 자율신경계의 밸런스가 깨어지면서 도리어 심방세동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결론 심방세동은 가장 유병률이 높고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있는 부정맥 질환이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심전도 진단과 적극적인 항혈전 치료가 필수이다. 또 진행이 많이 되지 않은 심방세동의 경우 약물치료, 전기충격술, 전극도자 절제술 등의 기법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런 약물치료에 앞서 고혈압, 당뇨의 조절, 금연, 절주, 적당한 운동 등 환자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생활요법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증상이 없더라도 맥을 짚어보아서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불규칙한 박동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도적처럼 다가오는 뇌졸중의 그림자’를 피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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