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재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부교수 심장혈관질환은 최근 10년 간 국내 사망통계에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단일질환군이다. 다만, 진단 및 치료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심장혈관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발생하여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치료 성적은 명확히 향상되었다. 그러나 심장혈관질환의 가장 치명적 합병증인 심근경색 및 돌연사의 발생 빈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젊은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심장혈관질환 환자 절반 이상 전조증상 못 느껴 이러한 가운데 큰 문제점은 치료가 필요한 심장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상당수가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전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과거에 심장혈관질환 혹은 흉통 등 관련 증상을 경험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이미 증상이 발생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에 국한한 치료는 심장혈관질환의 유병률 및 사망률을 개선하는데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증상이 없는 성인이라 할지라도 심장혈관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즉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조기 심장혈관질환의 가족력 등의 유무를 조사하고, 이에 따라 산출된 통계학적 위험도에 따라 위험인자를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받거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인자만도 200여 종 이상이나 되어, 이들을 모두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에게서 심장혈관질환 위험도를 산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설령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에 따라 통계학적 위험도를 산출하더라도 국내의 실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현대의학은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서, 질병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 즉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최근 미국 질병예방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개별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질병의 예방 및 진단을 위해 보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공적 검진 외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병원의 수가 늘어 가고 있으나, 성별·연령에 따른 조기검진 방식이 일찍부터 확립된 암 검진 분야와 달리, 심장혈관질환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검사’를 얼마 ‘간격’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지 적절한 선별검사 지침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심장혈관질환 진단에 가장 손쉽게 널리 이용되는 검사수단인 심전도,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등은 낮은 민감도 및 특이도로 인해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는 큰 혜택을 볼 수 없다. ■위험인자 조절과 주기적인 검사는 ‘필수’ 따라서, 최근에는 초음파·CT·MRI 등의 영상기법을 심장혈관질환 조기진단에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심장 CT는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유무를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영상기법이다(그림1). 또한, 심장 CT 시행시에 심장 주변 조직의 영상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으므로, 심장 외부 주변 조직의 유의한 병변 유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부가적인 이점도 있어, 각 병원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심장 CT를 포함한 영상검사는 다른 선별 검사에 비해 비용부담이 크고, 기술적으로 심장 CT검사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방사선은 검진 목적으로 심장 CT를 시행하기에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검사를 위해 조영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과민반응·신독성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심장혈관질환의 조기진단 및 효과적 예방을 위해서는 기존에 잘 알려진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을 조절하는 것 외에, 조기 심장혈관질환의 가족력 등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심장혈관질환의 유무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검진 전에 반드시 전 전문의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적당한 선별검사를 선택,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