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서울에서 봄은 청계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많은 행사가 열리고, 인근 서울광장이나 창경궁·경복궁·운현궁 등 서울의 주요 사적지에선 봄을 만끽하는 공연이나 축제들이 매주 열리면서 시민들을 기쁘게 한다. 5월은 가정의 달. 집에서 쭉 뻗은 포즈로 TV와 씨름하지 말고 청계천으로 한 번 가보자! 굳이 야외로 나가려고 발버둥질 칠 필요가 없다.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가지는 시간은 주중의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가 되고도 남는다. 필자 역시 추억도 되새길 겸 배불뚝이 남편 옆구리를 찔러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늘의 관광명소 청계천을 간단히 소개하면, 청계천은 광화문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도시하천으로서 원래의 이름은 개천(開川)이다. 한국전쟁 이후 복개되었다가,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5.84km의 하천을 복구한 이후 서울을 알리는 유명한 관광명소로 탈바꿈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인터넷인 청계천(http://cheonggye.seoul.go.kr)을 보면 잘 나와 있다. ■가족 나들이에 ‘따봉’ 휴일을 만끽하려고 쏟아져 나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광화문 사거리 신호등을 지나 광화문우체국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니, 청계광장의 소라탑이 보인다. 2008년 촛불집회 때 ‘소라광장’이라고 불리게끔 한 이 작품의 원래 이름은 <스프링>(Spring, 21m)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팝아트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와 그의 부인 구제반 브로겐의 공동작품인데, 복개된 청계천이 샘솟는 모양과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며, 나선 사이의 푸른색과 붉은색 줄은 자연과 인간의 결합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34억 원의 비용(KT가 부담)에 대해서는 국내 인사도 아닌 외국 인사에게 너무 많은 낭비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쨌든, 소라탑 아래에서는 도시텃밭가꾸기 운동이 신나게 열리고 있었다. 모종 심기를 비롯하여 상추나 고추 심기 등을 가르치는데, 한국귀농운동본부에서도 사진과 모종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시민들이 웬 떡이냐 싶어 흙과 모종이 담긴 화분을 얻어 가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공짜라면 행복하다는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남편의 옆구리를 찔렀다. 요즘말로 “비비디 바비디 부, 하나 어때요?” 했더니, “키우지도 못할 거, 마~ 됐다”는 경상도 스타일의 퉁명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맑은 날씨 속에서 민속놀이 한마당을 시작으로 대학생들과 외국인이 참여한 풍물 한마당이 신나게 열리고, 부채춤과 대동한마당 등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되었다. 풍물 한마당에서 꽹과리 소리와 함께 터지는 사람들의 흥겨운 소리는 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한 풍물놀이는 한참 동안 시선을 고정시켰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느라 점심을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먹기도 했다. 소라탑과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서는 전통민속놀이 체험 행사들이 한창이었다. 소형 팽이와 대형 팽이 돌리기를 비롯하여 거인나라의 윷놀이처럼 큰 윷이 가족오락관을 연상하듯 즐거운 소리를 내고, 기괴한 모습의 연 날리기는 외국인들의 사진감이 되었다. 그 외 가훈 써주기, 바둑 두기, 굴렁쇠놀이, 줄넘기 등이 펼쳐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복체험행사가 학생시절을 생각나게 하였으며, 전통 가마 체험도 있어 어린이들을 가마에 태운 가마꾼들이 광통교 인근을 한 바퀴 도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소라탑 앞의 분수대는 연신 새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시원한 물줄기를 다리 아래로 내려보낸다. 청계천이 시원하게 흐르는 모습과 함께, 부처님이 오신 날을 기리는 듯 각종 이미지 형상물들이 국내외 관광객들로 하여금 너도 나도 사진 찍기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사실, 바쁘게 청계천을 왔다갔다 할 때는 몰랐는데, 무슨 다리가 그렇게 많은지 그 이름들을 도저히 외우질 못 하겠다. 소라탑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보면, 모전교-광통교-광교-장통교-삼일교-수표교-관수교-세운교-배오개다리-새벽다리-마전교-나래교-버들다리-오간수교-맑은내다리-다산교-영도교-황학교-비우당교-무학교-두물다리-고산자교 등 총 22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 중 18개의 다리는 공모를 통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서울의 봄, 희망으로 피어난다” 청계천에서는 앞으로도 행사가 많이 열린다. 5월 첫째주에는 <서울의 봄, 희망으로 피어난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청계천을 중심으로 또 한 번 볼거리가 제공된다. 일명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9>인데, 올해로 7년째인 서울 축제는 사상 유례 없는 불경기에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을 위로한다는 차원에서 고단한 마음을 달래고 내일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주는 희망과 나눔의 한마당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장소는 청계천과 서울광장을 비롯,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등 서울의 5대 궁궐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정상급의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청계광장에서는 저녁마다 <여러분 콘서트>가 개최(5월 2일 ~ 10일)되고,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서는 나눔장터가 마련되며, 서울의 추억을 찾아가는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 <나의 살던 서울은> 제하로 설치되어 보여준다. 경복궁에서는 세종대왕 즉위식인 <세종대왕 이야기>가 개최(5월 10일)되고, 창경궁에서는 <궁궐의 하루> 제하로 왕실 체험(5월 7일~9일)을 할 수 있다. 덕수궁에서는 대한제국 만국박람회(5월 2일~10일)가 열리며, 고궁 가족음악회(5월 5일)도 열린다. 경희궁에서는 국민 뮤지컬로 사랑받고 있는 고궁 뮤지컬 대장금을 공연(5월 1일~4일)한다. 바람도 쐴 겸 부부 간, 연인 간, 가족 간에 대화도 나눌 겸 기꺼이 가보자. 발품만 팔면 공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