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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이 만든 영화 두 편의 스크린 맞대결!

박찬욱 감독의 <박쥐> VS 봉준호 감독의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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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16,117호 이우인⁄ 2009.05.07 09:37:30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 ‘느슨하게’ 기초한 영화 <박쥐> SYNOPSIS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송강호 분)은 죽어 가는 환자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하다,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른 상현은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린 것. 피를 원하는 생존욕구와 살인을 원치 않는 신앙심의 충돌은 상현을 짓누른다. 죽다 살아난 상현은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찾아온 ‘라 여사’(김해숙 분)에 의해, 어릴 적 친구 ‘강우’(신하균 분)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를 만나게 된다.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고, 며느리인 자신을 질투하는 히스테리컬한 라 여사와 한심한 남편 ‘강우’에 억눌렸던 태주 역시 상현과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태주를 사랑하게 된 상현은 결국 신부 옷을 벗고, 모든 쾌락을 탐하기 시작한다.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에 놀란 태주는 상현을 잠시 멀리하지만, 이내 그의 힘을 이용해 남편을 죽이자고 상현을 유혹한다. 태주의 상처를 자신의 상처라고 느낄 만큼 태주를 사랑하게 된 상현은 친구를 죽이고, 욕망의 노예가 된 상현과 태주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내 자신이 투영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소개할 만큼,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를 제작하면서 이미 예고했던 작품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박쥐>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1999년도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을 당시 송강호 씨에게 상현 역을 제안했으니까, <박쥐>를 구상한 것은 그보다 오래 전인 1997~1998년도부터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박쥐>를 만들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전작들을 통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이 구원받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을 조명하여 인간의 실존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신부’ ‘뱀파이어’ ‘살인’의 문제를 들어 윤리와 구원, 폭력의 문제를 그린 점 등을 미뤄볼 때, <박쥐>는 결국 박찬욱 감독이 추구하는 궁극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구원에 대한 소명을 안은 신의 사제가 타인의 피를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뱀파이어가 된다는 아이러니는 박 감독이 다뤄 온 ‘죄’와 ‘구원’의 문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설정일 것이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가톨릭 분위기가 익숙한 성장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제의 정체성에 대해 사고할 시간이 많았다. 사제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 또는 여러 죄악을 저질러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의 정신적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신부’라는 소재였고, 그 다음에 뱀파이어를 구상하게 됐고, 그 후에 에밀 졸라의 소설을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박쥐>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개봉에 앞서 출간된 소설 <박쥐>(그책 펴냄)의 작가후기에서, 박찬욱 감독은 “<박쥐>는 <테레즈 라캥>에 아주 ‘느슨하게’ 기초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가 1867년에 펴낸 첫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은 파리의 퐁네프 파사주를 배경으로, 불륜과 살인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다뤄 출간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1860년대 파리, 어렸을 때 고모인 라캥 부인에게 맡겨진 테레즈는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자란다. 라캥 부인은 건강한 테레즈가 자신이 죽은 후에 카미유를 돌봐줄 거라고 생각해 둘을 결혼시킨다. 카미유와 라캥 부인은 안정된 생활에 만족하지만, 테레즈는 자신 안의 야성과 욕망을 채우지 못해 무료함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테레즈는 어린 시절 친구인 로랑을 만나 육체적 욕망을 채우게 된다. 급기야 두 사람은 카미유를 센 강에 빠뜨려 살해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밤마다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리던 그들은 결국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이처럼 <박쥐>는 <테레즈 라캥>의 전반적인 구도와 줄거리를 이어받았다. 특히, 태주와 테레즈의 성장 배경과 현재 처한 상황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닮았다. 단지, 로랑이 돈 없고 생각 없는 바람둥이인 반면, 상현은 뱀파이어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소임에 지나칠 정도로 충실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테레즈 라캥>에 비해 <박쥐>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라 할 수 있겠다. 4월 30일 개봉.

■엄마의 모성애가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을지 상상에 기반한 영화 <마더> SYNOPSIS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 ‘혜자’(김혜자 분)에게 아들 ‘도준’(원빈 분)은 전부이다. 하지만 도준은 28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고,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혜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혜자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혜자는 범인을 찾아 나선다.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혜자 또한 절박해져만 가는데…. “누구나 엄마가 있고, 엄마에 대한 생각이 있다. 가장 사랑스럽거나, 가장 포근하거나, 또는 가장 지긋지긋하거나,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다. 무척 익숙하면서도 강한 존재이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이 또한 엄마와 아들이 아닐까. 그런 엄마가 과연 영화적인 세계 속에서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지만 좀 더 극한까지 가보고 싶었다. (중략) 엄마라는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소재를 다루지만 오히려 새로운 영화이고 싶고,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또 무척 낯선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이 10여 년에 걸쳐 만든 <박쥐>처럼, 영화 <마더>는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2003)을 연출하면서 떠올린 소위 ‘묵은’ 작품이다. <마더>는 봉준호 감독이 밝힌 대로 진부한 소재여서 더 이상 쥐어짜도 나오지 않는 모성애를 극한까지 짜낸 영화이다. 아직 <박쥐>처럼 완벽하게 장막을 걷진 못했지만,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마더>는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봉 감독의 궁금증에 충분히 공감할 만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전작들과 <마더>의 차이는 무엇일까? 봉준호 감독은 “훨씬 더 뜨거운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문장으로 <마더>를 소개한다. 2006년에 개봉된 <괴물>은 1,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보다 <마더>가 더 뜨겁다면? 도무지 봉 감독의 이상(理想)은 잠작이 가지 않는다. 또한, 그는 박찬욱 감독과의 비교에 대해 겸손을 보이면서도 작품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자신감은 <마더>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연출해 온 작품 가운데 100% 납득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봉 감독은 “해외 영화제나 시사회 등 어쩔 수 없이 내가 만든 영화를 볼 때가 있다. 정말 괴로운 일인데, 보면서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많을 때가 있다. 내가 100% 납득할 만한 영화는, 영화를 보는 약 2시간 동안 그런 (후회스러운) 장면이 하나도 없는 영화이다”라고 설명하며, “이번 영화는 후반 작업을 하면서 납득할 수 있게 될지 왠지 기대가 된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다. 5월 28일 개봉.

■닮은 듯 다른 듯 <박쥐> VS <마더> 제목이 두 글자라는 것 외에 <박쥐>와 <마더>의 공통점은 무얼까? 우선, 두 작품이 모두 ‘살인’이라는 끔찍한 소재를 작품에 베어냈다는 점이다. <박쥐>에서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모습은 엄밀히 말해 살인은 아니지만, 폭력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보다 ‘피’의 잦은 등장은 관객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피는 분명 소품일 거야. 케첩이나 와인이겠지?”라며 자기최면을 걸어보지만, 피가 용솟음치는 광경은 아무리 참아보려고 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피를 섭취하기 위해 사람의 피부를 ‘푹’ 찌르는 쪽가위나 링겔관 등은 “고작 송곳니 대신 생각해낸 게 저 정도냐?”라며 비웃음을 살 만하지만, 쪽가위로 생긴 피부의 갈라진 틈에서 배어 나오는 적혈과 링겔의 얇고 긴 관을 통해 흐르는 피를 보고 있노라면, 내 피가 냉동되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박쥐>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살인을 하는 광경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박쥐> 속의 살인은 사람을 죽이는 느낌보다 돼지나 소를 죽이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극중 상현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태주의 대사 가운데 “살기 위해 사람의 피를 먹는 게 왜 죄야? 그럼, 여우가 닭을 잡아먹는 건 뭐지?”라는 구절이 있다. 이 부분에서 볼 때, <박쥐>의 뱀파이어는 동물의 살생을 일삼는 인간에 대한 경고를 주기 위해 탄생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도 먹히는 세상,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마더>는 한 소녀의 죽음으로 도준이 살인범에 몰리면서부터 엄마 ‘혜자’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아들이 전부인 엄마가 진짜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엄마의 광기가 이 영화의 주요 테마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도하진 않지만, 적절한 수준의 섹스와 폭력 묘사가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과 그의 전작들을 미뤄볼 때, <마더>의 끔찍함은 어느 정도 예상된다. <박쥐>와 <마더>는 모두 5월 13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가 됐다. <박쥐>는 경쟁부문에, <마더>는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국내에서 비교되는 이때, 두 거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의연했다. <마더> 제작발표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비교되는 건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박 감독과 나는 세대 차이가 많이 난다. 감독 생활도 10년 정도 내가 후배”라면서 “내가 박지성 세대라면, 박 감독은 최순호 세대”라고 자신과 박찬욱 감독의 계보를 축구선수에 비유하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이어, 봉 감독은 <마더>가 경쟁부문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 “<박쥐>를 보고 거장이 만든 거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 칸 경쟁 부문에 출전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경쟁 부문 라인업을 보고 내가 아직 젊은 감독으로 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섹션이 나눠져 있을 뿐, 막상 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되면, (섹션이 아닌) 영화 자체만으로 보여질 것”이라며 “나를 비롯, 제작진 모두가 ‘마더’의 완성도나 작품성에 대해서는 자신한다. 영화를 본 후의 칸의 반응이 기대된다. 이번 영화제를 원빈 씨와 김혜자 선생님과 즐기고 싶다”고 자신했다. 두 작품은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박쥐>는 흥행 보증수표 송강호를 비롯, 신인배우 김옥빈,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견배우 김해숙과 영화배우 신하균 등의 변신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박쥐>는 감독의 역량도 강하게 어필하는 영화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보이는 영화이다. 특히, 송강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기 노출’을 감행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톱스타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그만큼 그가 <박쥐>에 임하면서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송강호는 “긴 시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다”며 “하지만 굉장히 필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이견은 없었다. 오히려 (성기 노출 장면이) 상현의 순교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성직자에게 순교적인 행위란 신앙과 구원을 위해 종교인이 죽는 일인데, 상현은 그 장면(성기 노출 장면)에서 자신의 가장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잘못된 구원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한 것 같다. 연기하면서도 느꼈지만 굉장히 숭고한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마더>는 중견배우 김혜자를 위한 영화라고 표현할 만큼, 김혜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영화였다고 봉준호 감독은 말한다. <마더>는 김혜자가 10년 만에 스크린에 나선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의 그로테스크하고 광기로 치닫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또한, 김혜자는 이번 영화를 통해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던졌다. 정확히 말하면, ‘자애로운’ 엄마의 탈을 벗고, 아들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혹은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강력한 엄마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김혜자는 “연기자 김혜자에 대해 모르는 점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김혜자의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꽃미남 원빈의 순수하지만 약간 모자란 듯한 아들 ‘도준’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작품은 그가 의가사제대한 후 택한 스크린 컴백 작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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