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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빨래>

소외계층의 얼어붙은 마음 따스하게 녹이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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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8호 이우인⁄ 2009.05.19 14:20:20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시인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고향인 강원도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강릉소녀’ 서나영. 그녀가 새롭게 이사 온 집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다세대 주택이다. 이곳에는 상자를 줍는 주인 할매,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희정 엄마, 그리고 이웃집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와 낫심이 살고 있다. 이들 모두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나름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나영은 대학 진학의 꿈을 안고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 6년째이다. 현재 서울의 한 서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그녀는 어느덧 꿈도 잃고 웃음도 잃고 누군가를 사랑할 따뜻한 마음 역시 잊은 지 오래이다. 포악한 서점 사장의 이유 없는 화풀이를 받아주고, 성적 희롱을 당해도 이번 달 월세와 생활비 때문에 노예처럼 참아야 하는 불쌍한 처지를 한탄하는 20대 처녀이다. 하지만 나영은 언제나 자신에게 해맑은 웃음을 보여준 이웃집 몽골 총각 ‘솔롱고’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고통은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솔롱고는 몽골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공장에 다니고 있다.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솔롱고는 월급이 밀려도, 사람들이 무시하고 때려도 참는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솔롱고를 보면서 나영의 감정은 동정에서 사랑으로 바뀐다. 또한, 자신의 아픔이 세상에서 제일 큰 줄로만 알았던 나영은, 주인 할매가 마흔이 넘은 장애인 딸의 똥 기저귀를 아직까지 빨고 있다는 사실과, 자식들을 버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희정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서, 고통은 우리들 모두에게 있으며, “빨래를 하면 주름진 마음도 다 빳빳하게 펴진다”는 주인 할매의 말처럼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기로 한다. 그리고 솔롱고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당당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국내 창작 뮤지컬 <빨래>는 서민들의 애환을 빨래라는 서민적인 매개체를 통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뉘 집 빨래를 보면 사연이 다 나와”라는 주인 할매의 대사처럼, 빨래 속에는 개개인의 생활이 묻어 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 짬을 내 빨래를 널며 고된 노동의 시간을 날려버리는 나영, 옥탑방 앞마당에 빨래를 널면서 자신의 고향과 닮은 하늘을 감상하는 순수 청년 솔롱고, 딸의 병 수발에 지칠 대로 지치지만 깨끗해진 기저귀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 주인 할매, 빨래를 널면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에 감동하는 희정 엄마 등 이들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렇듯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빨래>는 만화적 감수성과 위트 넘치는 대사, 밝고 경쾌한 노래로 현실적인 무게를 덜어준다. 뿐만 아니라, <빨래>에는 세상의 부당함을 풍자하는 장면과 노래, 빡빡한 도시인들의 모습이 간간이 그려져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준다. 특히, <빨래>는 만화의 한 컷을 옮겨놓은 듯한 무대 세트와 사실감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솔롱고 역의 임창정과 주인 할매 역의 이정은은 커튼콜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임창정과 ‘솔롱고’ 역에 더블캐스팅된 홍광호, 조선명과 ‘서나영’ 역에 더블캐스팅된 곽선영, 그리고 이승희·서나영·이영기·김희창·박형수·이세나·김꽃무리·최은주 등이 출연한다. 올해는 <안녕>과 <한 걸음 두 걸음> 두 곡이 뮤지컬 넘버에 추가됐다.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문의) 02-744-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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