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순 자유기고가 sys5602@hotmail.com 평생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에게 말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한 군데 빨리 정해요!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땀이나 흘리게~.” 낭군은 “그럴까!” 하고 내비게이션에다 몇 번 클릭을 하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한 곳을 지정했다(아마 이런 부부도 없을 게다. 등산을 간다면서 내비로 찍어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는). “천마산(天摩山)이 어때?” 하길래 나는 낭군에게 “가본 적 있어?” 하고 물었다. 낭군 왈, “아직…지금 가보면 되지….” 가끔 ‘무작정 등산’도 좋다. 출발! 부르릉! 시동 걸리는 소리가 무척이나 부드럽게 들린다 낭군은 산 이름이 특이하고 멋있단다. 가끔 무협지를 좀 보더니 천마(天摩)라는 이름이 눈에 익었나보다. 물론 무협지의 천마(天魔)와는 한자도 뜻도 다르다. 최근에 갔던 산이 서초구 양재동과 과천 사이에 있는 618m의 청계산(淸溪山)인데, 지금 가려는 이 산은 자그마치 812m나 된다. 음~, 그렇다면 약 200m나 더 높다는 말인데…오늘 죽었다! ■서울 근교 산행 코스로 인기 ‘짱’ 천마산의 유래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다. 말씀인즉, 고려 말에 이성계가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 : 조선시대에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임금을 만날 때 조복에 갖추어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고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天摩’(하늘 천, 닿을 마 또는 어루만질 마)의 뜻과 유사하다. 정상에 도착하여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천마산은 정확하게 812.3m였다. 위치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읍 경계이고, 1983년 8월 2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 산의 북쪽 기슭에는 보광사가 있다. 산세가 험하고 봉우리가 높아 과거에 임꺽정이 본거지를 두고 주무대로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임꺽정바위도 보인다(꺽정바위). 천마산은 수도권 근교 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은 산이다. 그리고 수도권 최고의 야생화 지역으로도 유명하며, 가을철에는 정말 금강산보다도 더 아름답게 단풍이 진다고 한다. 주 능선 길은 바윗돌이 많고 숲이 울창해 사계절 모두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청계산처럼 서울 근교의 당일 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내비게이션은 천마산 입구를 잘 찾도록 안내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공짜 주차장까지…많은 사람들이 파킹을 해 두고 올라간 모양이다. 필자는 산행을 시작하면서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증거가 있어야 하고, 사진만이 남는다는 진리…기억은 유한하지만 사진과 글은 무한하다. 천마산 군립공원이라는 대문도 없는 문을 통과해서 상명여대 생활관을 지나면 컨테이너 박스가 나오는데 ‘천마산 고로쇠 판매소’라고 빨간 글씨로 적혀 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여기도 고로쇠 물이 나오는지… 판매소까지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많이 마시기는 하는 모양이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시멘트로 잘 닦인 길을 올라가도 되고, 왼쪽으로 접어들어 수풀 샛길로 올라가도 된다. 어차피 한참을 가다 보면 만나게 되어 있다. 아 참~, 임도로 갈 경우에는 고뫼골 약수터를 만날 수 있는데, 시원한 물맛이 꿀맛이다. 바로 옆에 최근 수질 검사를 했다는 흔적이 기록된 검사표가 딱 버티고 서 있으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그런데 ‘고뫼골’은 무슨 뜻일까? 바로 곰이 살던 골짜기란 뜻이다. 천마의집을 지나서 험한 길을 오르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잘라도 잘리지 않을 굵은 밧줄이 매여 있다. 우리가 산행을 하다 보면 도저히 올라가기 어려운 코스가 있는데, 고마운 분들 덕택으로 나도 밧줄을 잡고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밧줄을 설치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 ■동서남북 사통팔달 탁 트인 조망 이번에는 산행을 하다가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산허리를 빙 돌다가 뒤늦게 오르막을 타면서 예쁜 새를 봤는데, 이 새가 도망을 가지 않는다. ‘천마의집 623.3m, 현 위치는 헬기장, 정상 460.8m’라고 하는 안내판이 있는 헬기장을 뒤로 하고 오르다 보면, 마치 거대한 거북형상을 닮은 기암을 볼 수 있다. 거북 두 마리가 포개고 있는 듯한 모습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낭군과 잠시 거북의 섹스에 대해 엉큼한 이야기를 하고선 크게 웃었다.
거북바위에서 4~5분 더 오르면 자연석굴인 임꺽정바위가 있는데, 직삼각형 형태로 구멍이 나 있다. 신기한 모양이다. 정말 임꺽정이 여기에서 산적 노릇을 했을까? 임꺽정바위를 지나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가면,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 입구쯤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는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배경으로 여러 커트의 사진을 찍었다. 동서남북 사통팔달 어느 쪽이든 탁 트인 조망은 정말 힘들게 정상까지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아침에 출발할 때 사 온 김밥 2줄과 커피, 약간의 오렌지를 먹었다. 꿀맛이다. 시원한 바람과 스트레스를 모두 없애는 넓은 조망은 정상에 올라선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인 것 같다. 그런데 맛있어서 그런지 둘이서 먹기엔 김밥 2줄보다는 3줄이 적당한 것 같고, 물(500ml)은 1인당 2병이 적당하다. 정상에는 2001년 11월에 대산련 남양주시지부가 세운 게양대에서 1년 내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야호~! 동서남북으로 산들이 쭈욱 뻗어 있다. 화야산·고동산·용문산·백운봉·깃대봉·은두봉·호명산·장락산·축령산들이 왜 천마산에만 가느냐고 따지는 것 같다. 걱정마 ~ 아가들아…기다리거라…천천히 정복해주마~. 산행 시간은 사람마다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올라가는데만 2~3시간 걸린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코스를 1 ⇒ 234로 연결할 경우 4~6시간이 걸린다. 4 ⇒ 123 도 마찬가지. 보통 버스를 타고 가서 연결 산행을 한다. 1 수진사 입구 마을버스 종점 - 상명대 생활관 - 천마의집 - 헬기장 - 천마산 정상 2 가곡리 버스 종점 - 넘어골 - 뾰족봉 - 천마산 정상 3 가곡리 버스 종점 - 보광사 - 과라리 고개 - 주 능산인부 - 천마산 정상 4 천마산 관리소 - 천마산 지역 심신훈련장 - 야영장 - 깔딱고개 - 뾰족봉 - 천마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