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문명전 기념으로 선보이고 있는 대작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2002년 체코 프라하 Divaldo Broadway 극장에서 초연된 <클레오파트라>는 동유럽에서는 이미 65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체코의 대표적인 인기 뮤지컬이다. 국내 초연은 지난해 9월 가수 박지윤을 ‘클레오파트라’로 내세워 화제가 됐으며, 김선경·김법래·민영기·최성원 등 실력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 클레오파트라의 극적인 삶을 장엄하게 표현한 연출과 음악으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7월 12일까지 공연되는 2009년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로마시대의 극적인 재현을 위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의상과 무대장치들을 마련하여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신비로움을 준다. 또한, 메인 테마곡 <난 왕이 될 거야>를 비롯하여 안토니우스의 슬픈 솔로곡 <별이 되어 사라지네>와 사랑의 듀엣곡 <당신의 사랑 내게 있으니>는 유럽의 히트 작곡가 마이클 데이비드(Michael David)와 함께 작업한 뮤지컬 넘버로, 유로 팝 차트에서 7주 간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음악감독 장소영의 새로운 편곡을 통해 재해석한 총 41곡의 뮤지컬 넘버는 오페레타 형식의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더욱 아름다워진 선율로 완성시켰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는 개성파 배우 공형진과, <지킬 앤 하이드> <사랑은 비를 타고>의 타고난 뮤지컬 배우 정찬우, 뮤지컬 <에스더>의 여운이 ‘시저’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또한, <新행진! 와이키키> <갬블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천의 얼굴을 보여준 뮤지컬 배우 전수미와, 올 초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오디션에서 45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 박란이 세기의 팜므파탈 ‘클레오파트라’ 역에 더블 캐스팅돼 경쟁한다. 클레오파트라와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안토니우스’ 역에는 뮤지컬 <돈주앙>으로 ‘조휘의 발견’을 이끌어낸 뮤지컬 배우 조휘와, <갬블러> <렌트> 등 다수의 뮤지컬에서 활약한 김승회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 밖에도 최성원(옥타비아누스 역), 정현철(옥타비우스 역), 안성빈(아폴로도로스 역), 이진희(플루비아 역), 김유연(플루비아 역), 최가인(옥타비아 역), 김진태(주피터 역), 박태성(루피우스 역) 등 50여 명의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참여한 스태프들 역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대장금> <맨오브라만차> <삼총사> 등 대형 뮤지컬 무대를 제작해 온 무대 디자이너 서숙진과 <실연남녀> <햄릿>의 의상을 제작한 한정임,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을 수상한 장소영, <명성황후>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작품에서 안무를 맡아 온 서병구 등은 클레오파트라의 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뮤지컬에 겁 없이 도전하는 베테랑 영화배우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영화배우 공형진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공연 오픈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극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1부에서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을 나누는 남자주인공 ‘시저’. 주인공인 만큼 노래와 연기에서 다른 배우들을 압도하지 않으면 극 전체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3일 극장 ‘용’에서 열린 ‘클레오파트라’ 프레스콜에서 공형진은 시저의 솔로곡 <시저의 독백> <새 왕의 탄생을 찬양해>와 전수미와의 듀엣곡 <탈출>을 불렀다. 그의 노래 실력은 예상 외로 뛰어났고, 베테랑 배우인 만큼 대사과 감정 전달도 막힘 없었다. 하지만, 카리스마 하나로 무대를 휘어잡아야 하는 시저 역을 소화하기에는 그 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해 온 코믹스런 배역의 잔상이 짙었다.
공형진의 뮤지컬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프레스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뮤지컬 도전,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자신의 뮤지컬 무대는 갑작스러운 도전이 아니었음을 밝히며, 섭외는 개인적으로 몇 년 전부터 있었고, 자신의 게으름 때문에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공형진은 “지인의 뮤지컬 도전에 자극받았고, 그러던 차에 좋은 뮤지컬에 섭외돼 덜컥 출연을 수락했다”며, “도전한 뒤 후회한 적은 없지만,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만 1,000번 정도 했다. 하루빨리 관객들에게 새롭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그는 “뮤지컬 도전을 찬성하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만 있었어도 고민했을텐데, 열 명 모두가 반대했다. 오기가 나서 시작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공형진에 앞서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민 영화배우 엄지원. 2002년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해, 이후 <주홍글씨> <그림자살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밤의 TV연예> 등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도 활약한 그는 5월 1일부터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안성기·황신혜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개그맨 정성화· 탤런트 엄기준· 가수 지니 등이 출연하고 있다. 엄지원이 맡은 역할은 배우의 꿈을 품지만 번번이 꿈이 좌절되고 영민의 사랑 속에 죽음을 맞는 ‘혜린’ 역이다. 그는 첫 뮤지컬 무대인데다 영화 홍보 스케줄이 겹쳐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못하고 무대에 오르는데 대한 부담감으로 프리뷰 공연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여 주위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그는 회가 거듭될수록 한층 발전된 연기와 무대 매너로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공연 관람객들은 뮤지컬 관람 후기 사이트 등을 통해 “전문 뮤지컬 배우같이 높은 성량은 아니지만, 엄지원만의 색깔로 혜린을 잘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기가 좋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등의 글을 올리며 뮤지컬 배우 엄지원을 응원하고 있다. 한편, 공형진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도록 자극한 영화배우 김승우도 올해 초 대형 뮤지컬 <드림걸즈>로 뮤지컬 배우 신고식을 마쳤다. 그는 뮤지컬 스타 오만석과 같은 역에 캐스팅될 때부터 적지 않은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승우 역시 “물론 뮤지컬 연기를 소화하지 못하면 큰 망신이고, (나의) 연기 인생에 오점을 남길지도 모른다”고 불안함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출연에 대해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 황정민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가 맡은 ‘커티스’ 역은 다행히도 노래 분량이 적고 대사가 많은 인물로, 주역이긴 하지만 조연에 가깝다. 따라서 그는 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김승우는 모두 우려했던 것처럼 혹평 세례는 피할 수 있었다. [리뷰]한 편의 오페라 감상한 듯, 벅찬 감동 밀려오는 공연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오페레타 형식으로 제작된 공연인 만큼, 뮤지컬보다는 한 편의 오페라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요즘 공연들이 관객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간간이 웃음 코드를 심어 놓는데, <클레오파트라>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오히려 웃기는 장면은 방해가 될 뿐이다. 그래도 지루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관객이 진지함과 이야기에 취할 수 있도록 연기와 음악과 춤, 무대 장치 등이 조합을 잘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대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역사 속 인물들과 그들이 하고 있는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주요 인물들을 제외한 40여 명의 배우·무용수들의 군무와 합창은 무대와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공연장을 꽉 채우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래들은 한 곡 한 곡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이집트에서 파르살루스 전투에 승리한 시저를 환영하며 부르는 곡 <아베>,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의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으로 부르는 주요 테마 곡 <난 왕이 될 거야>,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곡 <권력의 게임>, 나일강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시저와 클레오파트라가 부르는 <그날이 오면>, 이집트의 왕이 되어 기세등등하게 로마로 입성하는 클레오파트라의 솔로 곡 <난 이집트의 왕>, 안토니우스가 자살한 뒤 부르는 <별이 되어 사라지네>, 이집트의 위대한 역사를 칭송할 것이라고 노래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난 영원한 여왕> 등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돌 정도. 특히, 고음의 <난 왕이 될 거야>를 소화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노래에는 몇 번이나 소름이 돋을 만큼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SYNOPSIS BC 48년. 시저(Ceasar)와의 파르살루스 전투(Battle of Pharsalus)에서 패한 폼페이우스(Pompey)는 이집트에서 암살된다. 당시 이집트는 왕족 프톨레마이오스(Ptolemy) 14세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지만, 실세를 누리며 섭정을 하던 사람은 포티누스(Pothinus)였다. 그는 어린 프톨레마이오스의 누나인 클레오파트라(Cleopatra)를 견제하고 이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클레오파트라는 스스로 값비싼 카펫에 싸여 시저에게 선물로 보내지는 방법을 택하고, 시저는 그녀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저의 지원으로 권력의 중심 ‘파라오’ 자리로 복귀한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로마의 지배자로 만들려는 야망을 품게 된다. 반면에, 로마 원로원은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에 불만을 갖게 되고, 황제에 오르려던 시저가 공화파의 음모로 암살당하게 된다. 그 결과, 권력을 꿈꾸던 클레오파트라의 계획은 좌절되는 듯 보인다. 한편, 시저를 지원했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와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Octavianus)는 BC 42년 필리피 전투(Battle of Pilippi)에서 시저의 암살을 주동했던 브루투스(Brutus)가 이끄는 군대를 물리치고, 이후 안토니우스가 시저의 뒤를 이을 장군으로 부상하자 클레오파트라는 그와의 연합을 꿈꾼다. 로마의 제2차 삼두정치가 안토니우스·옥타비아누스·레피두스(Lepidus)에 의해 시작된다. 하지만, 필리피 전투 이후 로마 재정이 어려워져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원조를 구하러 이집트로 향하게 되고, 그는 그곳에서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옥타비아누스는 그의 누이인 옥타비아(Octavia)와 안토니우스의 결혼을 강행하면서 삼두정치를 강화하려 하지만, 그 결혼도 야심에 찬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눈이 멀고 만 안토니우스를 막지 못한다. 이집트로 다시 돌아간 안토니우스는 모욕감과 배신감으로 가득 찬 클레오파트라를 달래기 위해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고, 동시에 그녀와 그녀의 아들 카이사리온(Caesarion)을 시저의 아들이자 상속자로 공식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를 자극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로써 제2차 삼두정치는 BC 33년에 종말을 고한다. 옥타비아누스는 로마 원로원을 설득하여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와의 전쟁을 결정하게 되고, 이 전쟁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은 패한다. 이어 클레오파트라가 죽었다는 거짓 전갈에 낙심한 안토니우스는 스스로 칼에 찔려 목숨을 끊고, 클레오파트라 역시 독사에 물려 자살하는 방법을 택해 자신의 권력을 향한 야심차고 화려한 인생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