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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사모 펀드 이용한 구조조정, 공모 펀드로 양성화해야

겉과 속 다른 두산의 DIP홀딩스 전략…정부가 보증하는 공모형 구조조정 펀드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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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1호 김대희⁄ 2009.06.09 15:47:11

지난 4일 두산그룹은 계열사 4개를 깜짝 매각하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한 밥켓 인수를 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등 부실기업의 오명을 뒤집어써 왔다. 두산의 이번 유동성 악화는 밥켓 인수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는 시각이 재계의 정설로 통하고 있다. 3일 두산그룹은 주식회사 두산이 보유한 삼화왕관, SRS코리아와 두산인프라코어 계열의 두산DST,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을 각각 DIP홀딩스, 미래에셋5호 사모 펀드, IMM로즈골드 사모 펀드 등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모두 7808억 원의 자본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두산그룹의 전격적인 계열사 매각 행보는 재계와 국민들이 보기에 타 그룹과 비교해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와 광풍도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부여한 권력의 칼날 앞에서 강제로 행해진 조치일 뿐이다. 실제로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LG전자의 반도체사업 부문을 현대전자에 매각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대하여 당시 자신의 편에 서주지 않은 전경련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10년 간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바 있다. 또 이번 구조조정에서도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이라는 대주주의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C&그룹은 C&중공업 매각 요청에 끝까지 버티다 결국 매각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회를 놓친 바 있다. C&그룹은 나중에 중공업 매각을 추진했지만, 그때는 제 값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전례와 비교하면 두산그룹의 이번 결정은 언뜻 전격적인 결정이다. 이번에 두산그룹이 팔아치운 기업들 중 삼화왕관의 경우 사실상 독점적 기업이기는 하지만 시장규모 자체의 축소 등으로 사업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판매에 대한 미련이 없다. 하지만 두산DTS는 국내 다연장 로켓포의 발사대와 탄약운반차를 제작하는 등 두산중공업과 함께 방위산업에 한 발 담그고 있는 두산의 주력업체다. 또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의 항공기 제작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 종합업체이다. 현재 이곳은 제공호를 비롯한 국내 공군기 생산 및 외나로도 우주센터 등에도 관여하고 있는 주력 방산업체로, 두산중공업에서 경영권을 쥐고 있었다. 또 SRS코리아는 KFC·버거킹·페스티나렌떼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패스트푸드 업체다. 이곳은 두산DST·한국항공우주산업에 비해 언 듯 중요도는 떨어지는 것 같이 보이지만, 국민들의 외식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며 불황 중에도 일정한 현금이 유입되는 효자기업이다. 이와 같은 주요 계열사들을 과감하게 매각한 박용현 회장의 결단이 대단해 보인다. 사실은 아닌 것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두산그룹이 4개 계열사들을 매각한 대상이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이다. 4개 기업은 모두 두산그룹에서 소유한 지분의 51%를 DIP홀딩스에 매각하고 나머지 49%는 오딘홀딩스에 팔았다. DIP홀딩스를 통해 3928억1000만 원을 조성하고, 오딘홀딩스를 통해 3825억9000만 원을 거둬들인 것. 이에 따라 위 4곳의 경영권은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의 합자 그룹 형식으로 운영되며, 실질적 경영권은 DIP홀딩스가 행사하게 됐다. 이 중 DIP홀딩스는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두산이 2800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금융권에서 추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설립한 특수목적 회사이다. 그런데 금융권이 참여한 투자금은 사실상 두산과 약정한 차입금이다. 결국 DIP홀딩스를 통해 거둬들인 3928억1000만 원은 주식회사 두산의 2800억 원과 차입금 1182억1000만 원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는 결국 두산그룹이 경영권을 매각한 것이 아니라 차입금을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끌어 쓴 셈이다. 두산의 4개 계열사들의 지분 41%를 양도받고 두산그룹에 3825억9000만 원을 건네준 오딘홀딩스는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할 목적으로 미래에셋5호 사모 펀드와 IMM로즈골드 사모 펀드가 각각 2700억 원을 출자한 후 기타 금융기관의 차입금을 끌어들여 만든 특수목적 회사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딘홀딩스를 만든 두 사모 펀드의 출자자들에 두산그룹과 두산의 백기사 세력이 얼마나 있는지는 금융감독원만이 안다”는 말을 비쳤다.

이 같은 방식과 관련,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결국 특수목적 회사라는 유령회사를 내세워 마치 과감한 매각 결단을 내린 것 처럼 구색만 갖췄을 뿐 실제로 매각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금호·동양 등 다른 기업과 다를 것이 뭐냐”며 비판했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식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회사채·차입금 증대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전가하여 급박하게 다가오는 유동성 압박에서 숨통을 틔웠다는 점에서 묘수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주장도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며 “하지만 기업은 사업을 통해 계속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채무의 부담을 경감시킬 경우 채권은행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없이도 유동성 위기 해소와 장기적인 채무 청산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호 문제점의 딜레마 이 같은 방식은 금호아시아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올해 12월 31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미만일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풋백 옵션을 걸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은 7월 말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는 조건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보류시켰다. 만약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관련, 재계의 관계자는 “7월까지 재무적 투자자를 만들어 두산그룹의 방법을 답습하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때 금호아시아나가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는 대우건설·금호생명·금호석유·금호타이어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중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는 결국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시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되, 금호생명과 금호석유 그리고 기타 비주력 계열사들은 타사 등에 매각하여 그 대금으로 특수목적 회사의 재무 부담을 햇지해 나간다는 제안이다. 채권단의 대우건설 매각 압박은 매각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절박감보다 채권단과 국민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보이라는, 어찌 보면 정치적인 요구에 가깝다. 이 점에서 박삼구 회장이 컨드롤할 수 있는 특수목적 회사에 매각하는 형식이라면 구조조정 의지를 충분히 대외에 천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곳에 넘긴 그룹들 중 선별해서 일부는 그룹으로 재흡수하고 일부는 아예 매각해 현금화 하는 방안도 있다. 유동성 위기는 m&a 성공 때문 금호아시아나·동양·동부·애경 등 두산을 포함하여 유동성 위기에 있는 그룹들은 현재 채권은행들로부터 주요 계열사 및 자산의 매각 압력을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 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할 것을 채권단으로부터 종용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은 절대불가라고 버티고 있다. 그 대안으로 금호생명·금호타이어·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타 계열사의 매각을 확정한 상태다. 금호생명 내부 관계자는 “금호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만 생보사가 없는 그룹으로 매각돼 고용이 안정적으로 승계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은행권의 신디케이트론 1조2000억 원의 조기 상환을 명분으로 동부메탈과 유휴 부동산 등의 매각을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 한일합섬 인수와 레미콘 공장의 신설 등에 무리하게 자금집행을 했던 동양그룹도 결국 한일합섬의 대구공장을 매각했다. 하지만 동양생명 매각에 대한 압력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동양생명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동양생명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 하반기쯤 상장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현재 1만8000원~2만 원 상당의 주식이 상장 이후 최소 10배 이상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소한 손보사보다는 주식시장에서 더 대접을 받아야 할 것 아니냐”며 “이는 생보 상장 1호 업체로서 생명보험업계 전체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이달 3일 기준 손해보험사 중 가장 높은 주가는 삼성화재의 18만1500원이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상장 일정 중 신북풍정국,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 대기업 구조조정에 환율파동까지 주식시장 대폭락의 요소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 만약 상장 일정에 맞춰 주식시장이 다시 불황으로 빠질 경우, 동부그룹은 은행권 신디케이트론 상환을 포함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동양생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또 하이마트·서울증권 등의 인수를 통해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진 유진그룹은 하이마트의 상장 후 지분 일부 매각, 유진데이타 등 비주력 계열사들의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분양사태로 법정관리로까지 떨어졌던 건설업계의 신화 중 한 곳인 대주그룹은 사실상 기업이 해체된 상태이다. 국가 보증의 공모 혹은 투자자 공개된 사모펀드 만들자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사모 펀드란 결국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며 “두산의 사모 펀드를 활용한 매각 성공은 두산이 유동성 위기와 부채비율 면에서 완전히 건전화돼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사모 펀드를 이용한다는 데에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불신감도 있지만, 만약 그것이 공개된 투자자들에 의한 자금이라면 더 없는 묘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과 두산의 우호세력에 의해 조성된 사모 펀드가 아닌,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고 또 자산관리공사 등 정부에서 관리 보증하는 구조조정 펀드를 활용한다면 안정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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