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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정국에 갇힌 6월 정국, 앞이 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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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1호 박형규⁄ 2009.06.09 15:22:31

초여름에 접어든 6월 정국의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화급하고 중대한 북한 핵 도발 문제와 경제위기 극복 문제 등을 다뤄야 할 6월 임시국회 개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서거로 인한 추모정국에 갇힌 채 언제쯤 이뤄질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가 막상 열렸다 하더라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디어법 등 산적한 현안들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사실 6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지난 1일에 개회됐어야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애도 기간을 감안해 개회시기가 늦춰졌던 것이다. 때문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안상수 한나라당, 이강래 민주당, 문국현 선진과 창조모임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주선했으나, 한나라당의 ‘선 개회’ 입장과 민주당의 ‘선 사과’ 입장이 맞서는 바람에 타협안 도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다음날인 4일, 6월 국회 개회 지연에 대해 “지금은 안보, 통합과 화해, 경제 등 3대 위기상황” 이라며 “국회가 위기극복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정치력이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현 조문정국을 벗어나 국회는 정상적으로 빨리 6월 국회를 열어 쌓여 있는 현안 문제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 국회 개회를 역시 촉구했다. 이 총재는 이날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조문을 마쳤으면 산 사람은 돌아와서 산 사람의 일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조문정국을 자꾸 끌고 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국회의장이나 이 총재 등의 6월 국회 개회 촉구 발언은 집권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과 이에 맞서고 있는 주력 야당인 민주당이 추모정국을 호기로 서로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련의 정쟁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으로 엿보이기 때문에 나온 듯싶다. 우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북핵위기 및 경제위기 등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화급한 국가적 대형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내심으로는 당권투쟁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다시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사과와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국회 개회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설득하여 국회를 열도록 주선해야 할 한나라당이 당 쇄신을 둘러싼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이미 탈당했던 친노계 인사들의 재입당을 ‘러브 콜’하며 세 불리기를 은밀히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도입 등을 내세우고 여권을 압박하며 장외 투쟁을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도권 다툼이 계속 거세질 조짐이어서, 6월 국회의 개회 일정이나 현안 처리 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전망하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6·10 민주화운동’, ‘6·15 남북공동선언’ 등의 잇따른 기념행사에 나설 뿐만 아니라, 6월 국회가 열리는대로 미디어 관련법 철회를 위한 릴레이 촛불문화제를 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여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기세여서, 6월 정국을 내다보기가 더욱 더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당내 계파갈등을 빨리 진정시키는 한편 야당과의 상생국회·소통국회가 되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 역시도 추모정국을 정쟁에 이용하고 민생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는 가운데 6월 국회 개회를 둘러싼 정국의 방향이 제대로 궤도를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야가 만의 하나라도 추모정국을 정쟁에 이용하면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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