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리뷰]뮤지컬 <바람의 나라>

“절제미 통한 색다른 뮤지컬 BUT 재미는 어데로 갔나?”

  •  

cnbnews 제123호 이우인⁄ 2009.06.23 22:26:51

고구려 3대 대무신왕 원년. ‘무휼’(대무신왕)은 실종된 누나 ‘세류’를 찾아 명림계곡으로 들어간다. 명림은 선대인 유리왕 대에 역모로 의심받아 아비의 명에 의해 자살한 ‘해명태자’를 따르던 사람들이 숱하게 몰려 죽은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해명태자의 연인이자 해명의 남은 군사를 이끌고 있는 ‘혜압’을 만나고, 해명의 군사를 얻게 된다. 또한, 백호인 ‘괴유’는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왕으로서 모실 무휼을 찾아오고, 작곡의 ‘마로’도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무휼을 수호하는 사신들과 고구려의 군사들도 고구려의 꿈인 부도로 그와 함께 가기를 원한다. 한편, 왕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왕권을 좌지우지하고자 음모를 꾸민 구신들은 왕에게 군사를 빌려주는 대신 자기들이 내세우는 여인과의 정략결혼을 요구한다. 무휼은 그들의 뜻에 동조하는 척하지만, 힘을 얻자마자 그들을 숙청하여 정치적인 힘을 키운다. 왕비 자리만을 노리고 들어온 이지는 그만 첫눈에 무휼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지는 무휼에겐 정략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무휼의 첫사랑인 태자비 ‘연’의 아들 ‘호동’은 아버지 무휼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성장한다. 무휼은 부자 간의 살을 없애기 위해 호동의 신수 ‘봉황’을 활로 쏘지만 실패한다. 어린 시절, 고구려가 신생의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부여와 한나라에게 받은 멸시를 보고 자란 무휼은 강력한 대제국 고구려를 꿈꾸며 영토 정복에 의한 이념(부도)을 택했다. 이후 대무신왕 4년. 무휼은 괴유를 상장군으로 앞장 세워 부여와의 전쟁을 개시, 부여의 왕 대소를 죽이게 된다. 하지만, 워낙 강력했던 그들의 힘에 밀려 결국 패퇴한다. 무휼은 패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군사들과 백성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왕으로서 의지와 입지를 강력히 굳힌다. 호동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닮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버지 이상인 정복 중심의 현실적인 부도가 아니라, 평화를 갈망하는 이상적 부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호동의 이상이 점점 더 확연해질수록 무휼은 호동의 온건함과 유약함에 실망하고, 호동은 전쟁을 불사하는 아버지의 뜻에 반대한다. 약한 나라에서 강한 나라로 성장하기 위한 무휼의 전쟁은 끝이 없고, 단 한 번을 돌아봐주지 않는 무휼에 대한 이지의 애증도 극에 달한다. 결국 이지의 간계에 의해 호동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김진의 동명 판타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만화는 유리왕에서부터 대무신왕·민중왕·호동왕자에 이르는 고구려 개국 초기 3대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뮤지컬은 무휼과 호동의 이상적인 갈등과 비극을 담고 있다. 2006·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바람의 나라>는 초연 당시 기존의 뮤지컬 공식과 문법에서 벗어나, 움직임과 이미지로 의미를 전달하는 연출 기법을 도입해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만화 원작 1~6권의 스토리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11개의 독립된 만화 컷을 클래식·록·하우스·힙합·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현대적 감각의 의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와 영상이 뮤지컬에 판타지의 생명력을 불어 넣었으며, 여기에 감정을 배제한 듯 건조하게 시를 읽는 화법과 다중적 스토리, 복합 시제의 독특한 형식이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뮤지컬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테마곡 <무휼의 전쟁>은 공연 후에 들어도 감동의 샘을 적신다. 이 곡은 MBC 드라마 <하얀 거탑>의 주제곡으로도 쓰이면서 더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뮤지컬이 광범위한 만화의 스토리 흐름을 짧은 시간에 설명하려다 보니 장면마다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것처럼 낯설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시종일관 시적인 말투를 유지하는 포커페이스의 등장인물들, 명색이 뮤지컬 배우이면서 노래 파트가 지나치게 적은 주인공 무휼, 등장인물이 많은데다 캐릭터 설명 및 각자에 할당된 장면이 적어 상대적으로 관객은 공연을 표면적으로밖에 접할 수 없다는 점 등은 지루함과 아쉬움을 준다. 진지하고 예술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감동, 그리고 재미는 턱없이 부족하다. 6월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02-523-0985~7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