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인간ㆍ몬탁괴물ㆍ잔디인간 등 최근 부쩍 괴생명체의 발견 소식이 많아졌다. 물론, 이들의 정체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억측과 불신만 커지고 있다. 괴수 어드벤처 <차우>(CHAW)는 지난 2004년부터 부쩍 잦아진 멧돼지로 인한 농가 및 인명 피해에서 소재를 착안하여, 멧돼지에 ‘식인’(食人)이라는 끔찍한 수식어를 달면서 상상이 가미된 영화이다. 영화 <차우>는 10년째 범죄 발생 ‘제로’였던 마을 삼매리에 식인 멧돼지가 출몰하고, 이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 혹은 멧돼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들로 구성된 ‘5인 추격대’가 식인 멧돼지와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차우>가 <디워> <괴물> <죠스> <아나콘다> 등 성공한 대표 괴수영화들의 계보를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차우>의 제작발표회가 6월 15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는 신정원 감독을 비롯하며 엄태웅ㆍ정유미ㆍ장항선ㆍ윤제문ㆍ박혁권 등 5인 추격대가 참석한 가운데, ‘차우 헌터스 출범식’이 거행됐다. 7월 16일 개봉. ‘한국의 팀 버튼’신정원 감독에게서 듣는 영화 <차우> 번뜩이는 재치와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첫 장편영화 <시실리 2km>를 성공시킨 ‘한국의 팀 버튼’ 신정원 감독. 영화 <차우>는 5년 만에 내놓는 신 감독의 차기작이다. <차우> 작업만 무려 3년이나 했다. 이렇듯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인 <차우>는 어떤 영화일까? 신정원 감독은 “가장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괴수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영향을 받은 액션 영화로, 생태계와 자연파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라고 소개한다. 신 감독은 이어 “실제로 한국에 맹수나 호랑이와 같은 동물들의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상위 포유류가 멧돼지가 됐고, 그 멧돼지들이 도심까지 내려와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에 흥미를 갖게 되어 만들게 됐다”며 하필 멧돼지를 괴수의 소재로 삼은 이유를 덧붙인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토종 괴수영화 제작이어서 난점은 분명 있었을 터. 이에 대해, 신정원 감독은 “일단 털 달린 괴수영화가 최초였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 힘들었다”며, “더욱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현실에서 연기해야 하는 점 때문에 연기지도와 호흡을 맞추는 일 등 모든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당시의 고충이 느껴진다. 한편, 신 감독의 전작 <시실리 2km>와 <차우>는 둘 다 배경을 숲으로 하고 있어 눈에 띈다. 신 감독은 “<시실리 2km>는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내용이었는데, <차우>도 마찬가지”라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도 사람이고, ‘차우’를 만들어낸 것도 인간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도피 성향 강한 캐릭터”…엄태웅-김 순경 역
극중 엄태웅이 맡은 역할은 임신 8개월인 아내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둔 대책 없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욱’하는 성질을 주체하지 못하는 다혈질 ‘김 순경’ 역이다. 엄태웅은 지난해 영화 <핸드폰>에서 성질 급한 매니저 역을 소화해냈으며, 현재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역으로 열연을 보이고 있다. 영화 <핸드폰>과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엄태웅이 맡은 역할과 <차우>의 캐릭터가 다른 점은 무얼까? 이에 대해, 엄태웅은 이 같이 말했다. “<핸드폰>에서는 남성적이고 다혈질의 매니저로 나왔죠. 김 순경도 다혈질인 성격에서는 <핸드폰>과 같습니다. 그러나 김 순경은 일단 도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죠. 의도하지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에 놓여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재미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또한, <선덕여왕>의 김유신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입니다.” “엄청난 열정, 영화에 고스란히”…정유미-변수련 역
생태학을 전공한 동물생태 연구가 변수련이 ‘5인의 추격대’에 합류한 목적은 순전히 대박 논문 때문이다. 정유미는 변수련을 표현하기 위해 ‘뽀글이’ 파마와 치아 교정기를 하는 등의 외적 변신뿐 아니라, 남자들도 하기 어렵다는 와이어 액션까지 과감히 도전했다. 이번 작품이 엄태웅과 두 번째 만남이라는 정유미는 “촬영할 땐 힘들었는데, 막상 끝나니 힘든 기억보다 즐거웠던 기억만 난다”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들 열정이 엄청났다. 그 열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차우>가 큰 몫을 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릴ㆍ액션ㆍ서스펜스 다 녹아 있어”…장항선-천일만 역
식인 멧돼지에게 살해당한 손녀 춘화의 복수를 위해 5인의 추격대에 합류한 천일만. 그는 10년 전에는 400kg에 육박하는 곰을 포획하는 등 포수들 사이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 인물이다. 장항선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와이어 액션 등을 거뜬히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렇게 노력을 기울인 데에는 영화 <차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는 말로 소감을 전한 장항선은 “시나리오를 읽고 괜찮은 감독이라는 생각에 영화 출연을 수락했다”며, “내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은 것인지는 관객들이 판단해줄 것이다. <차우>에는 스릴ㆍ액션ㆍ서스펜스 모든 것이 다 녹아 있다.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만배는 약간 코믹스런 부분 추가(?)”…윤제문-백만배 역
영화 <마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우아한 세계> <그놈 목소리> <괴물> 등의 숱한 영화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온 윤제문이 <차우>에서 맡은 역할은 필드 생활 20년의 핀란드 유학파 포수 역이다. 반배는 오로지 명예를 지키기 위해 5인의 추격대에 합류한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매우 강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약간 코믹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많이 고생하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그저 그런 좋은 결과가 아닌, 흥행과 비평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욕심도 드러낸다. ““인연의 끈 놓지 않은 결과”…박혁권-신 형사 역
5인의 추격대 마지막 멤버는 살인사건 수사차 서울에서 파견 나온 ‘신 형사’이다. 무뚝뚝하지만 은근한 유머로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할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신 형사 역의 박혁권은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 <무방비도시> <야수> <바람의 화원> <하얀 거탑> 등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내며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배우이다. 그와 신정원 감독의 인연은 <시실리 2km>에 이어 지금의 <차우>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박혁권은 “<시실리 2km> 이후 계속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이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은 상황을 색다르게 해석해 의외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잘하신다. 두 번째 작품을 같이 하면서 감독님의 그러한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