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원장 근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성 질환 중 동맥경화성 질병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는 동맥협착질환과 동맥이 약해져 발생하는 동맥류성 질환들이 60대 이후 급성사망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78세로 아직도 건강하고 매우 활동적인 한 노신사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약 3년 전인 2006년(당시 75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1개월 전부터, 목욕을 할 때 배꼽 주위 복부에서 큰 혹이 만져져, 다니던 병원에서 복부 초음파검사를 한 결과 복부대동맥 동맥류로 진단되어, 치료를 위해 내원하게 되었다. 이 노신사는 10년 전부터 고혈압 및 협심증 증상이 있었으며, 모 대학병원에서 약 5년 전에 심장 정밀검사 결과 1개의 심장동맥에 문제가 있어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심장·대동맥 컴퓨터 촬영 및 조영술검사 등의 정밀검사를 해보니 3개의 심장동맥 모두에 심각한 협착증이 있었으며, 복부대동맥의 직경이 약 55mm로 늘어나 복부대동맥의 동맥류로 진단되었다(그림1).
정밀 심장혈관 검사를 한 결과, 3개의 심장동맥 중 우측 심장동맥은 완전히 막혀 있었고, 좌측 2개의 중요한 동맥은 입구가 매우 좁아져 있어, 우선 관상동맥의 우회로 수술이 필요하고, 복부대동맥의 수술도 필요한 환자로 진단되었다. 이런 경우 심장동맥협착증에 대한 치료를 우선으로 시행하게 된다.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복부대동맥 수술을 하게 되면 심장마비의 위험이 많기 때문에, 우선 심장동맥 우회수술을 하고 회복된 후 복부대동맥 동맥류에 대한 수술을 하게 된다. 심장동맥은 가슴속에 있는 유방동맥과 좌측 팔의 동맥을 사용하여 생명에 중요한 좌측 심장 동맥에 우회로를 만들어주고, 완전히 막혀 있던 우측 심장동맥은 허벅지의 정맥을 채취하여 우회로를 만들어주었다. 수술 후 약 10일 만에 잘 회복되어 퇴원하였다. 심장 수술 후 약 2개월 뒤에 다시 입원하여 복부대동맥의 팽창된 동맥류에 대하여 수술을 하였다. 수술은 통상적인 방법인 복부 수술로 대동맥류를 절개한 후 인조혈관으로 대치수술을 하였다. 그림2, 3에서 보듯이, 수술 후 2년 만에 심장 및 대동맥 컴퓨터 촬영 결과 수술이 매우 양호하여 모두 정상적인 상태이다. 동맥경화증이란? 동맥경화증은 우리 몸의 노화현상으로 동맥 내에 염증이 생기고 콜레스테롤 등이 침착되어 계속 쌓이면서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현상이다. 주로 동맥 내경이 좁아지지만, 때로는 혈관벽이 약해져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혈관이 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동맥경화증은 인체의 모든 동맥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협심증을 일으키는 심장동맥, 흉부나 복부대동맥, 하지동맥 및 뇌동맥 등 직경이 약 2~3mm 이상 되는 모든 동맥에서 발생할 수 있다.
동맥협착증 또는 폐쇄증 심장동맥이 협착되면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뇌혈관동맥이 협착되어 피딱지로 막히거나 떨어져 나가면 뇌졸중(중풍)이 발생한다. 복부대동맥 이하 하지동맥이 협착되면 오래 걸을 때 종아리가 당기고 아프지만 쉬면 곧 회복되는(파행증상) 말초동맥질환의 주된 원인이 된다. 동맥류란? 동맥류란 동맥의 벽이 약해져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동맥의 벽이 늘어나 확장되는 증상이다. 풍선이 부풀다가 약한 부위는 더 빨리 부풀어 계속 부풀게 되면 터지는 현상과 같다. 동맥경화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그 밖에 동맥벽이 약해지는 질병인 말판증후군이나, 중막괴사, 혈관염, 또는 동맥손상 등이 원인이 된다. 동맥류가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복부대동맥인데, 정상적으로는 직경이 약 2cm 내외지만, 동맥의 직경이 약 4~5cm 이상으로 서서히 커진 이후에는 동맥류의 직경이 더 빨리 커진다. 일반적으로 동맥류의 직경이 6cm 이상이 되면 파열될 위험이 높아지므로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앞에서 치료한 환자와 같이 다른 심장질환 등이 없다면 동맥류 파열의 위험이 높아 수술을 권장하게 된다. 동맥류의 위험요인과 예방 동맥경화성 동맥류의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므로 일반적인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같다. 또한 당뇨병이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므로 당뇨병의 예방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동맥경화증이나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전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의 예방법으로는 우선 음식조절과 주기적인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계란 노른자, 육류 지방, 팜유, 연성 치즈 등)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많이 하는 식단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중성지방으로 인한 동맥경화증이 많이 발생한다. 음주량이 많은 사람들은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아 중성지방이 높아져 동맥경화증이 많이 발생한다.
일주일에 3번 정도, 하루 약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빨리 걷기 운동은 중년 이후의 건강 유지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 10~15층 높이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는 것이 매우 좋은 운동법으로 생각되어 평소에도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동맥류가 빨리 악화되는 위험요인을 보면, 동맥류의 직경이 5.5cm 이상 되는 경우, 확장기 혈압이 높은 고혈압 환자, 흡연을 하는 경우 빨리 악화되기 때문에 우선 혈압약을 철저히 복용하여 혈압을 잘 조절해야 하고, 금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맥류의 직경이 1년에 5mm 이상 커지는 경우, 50~55mm 이상이 되면 수술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동맥류는 동맥경화성 질환이기 때문에 심장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마찬가지로 협심증을 일으키는 심장동맥협착증이 있는 환자도 20~30%에서 동맥류나 뇌동맥질환 및 하지동맥질환 등이 동반된다. 앞의 노신사와 같이 협심증으로 심장동맥협착증을 치료하고 동맥류를 수술하는 경우 5년 생존율이 10~20%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어, 적절히 치료하면 정상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단 및 치료 일반적으로 복부대동맥 동맥류는 동맥류가 크지 않으면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복부 초음파검사로 진단이 되므로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확진을 위해서는 컴퓨터 촬영이 도움이 된다. 치료는 스텐트 인조혈관 삽입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이 시술로 치료가 안 될 경우에는 인조혈관 대치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