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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대란 해법,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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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5호 박형규⁄ 2009.07.07 11:48:27

끝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대란이라는 화근에 불이 지펴졌다. 이는 지난 6월달의 마지막 날인 30일 밤 늦게까지 시도했던 여야 간의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 협상이 끝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에 관한 현행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돼, 기업들이 자사에 취업한 지 2년이 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거나 아니면 해고시켜야 하는 양자택일의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이번 7월 한 달 동안에만 3만~4만 명이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며, 금후 1년 동안에는 자그마치 40만~70만 명이나 일자리를 잃는 해고대란이라는 사태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사태가 이런 지경에까지 치달았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볼모로 삼은 채 서로 ‘네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서로 뒤질세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인 550만(노동부 추계)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실직과 불안의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위선의 극치를 내보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를 깨달았음인지, 한나라당은 지난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개정안을 상정하고(민주당은 위법 기습 상정이라 주장) ‘여야 6인 회담’을 제의했으나, 민주당은 즉각 반대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친박연대 등은 ‘비정규직 2년 사용기간’의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 유예키로 합의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이 제의한 ‘비정규직법 개정 특위 구성’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역시도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민주당은 거부 이유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만큼 유예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당초 6개월 유예를 주장했던 것은 그 같은 헌법 정신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무시해서인지가 의문스럽다. 제1야당으로서의 태도가 분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제는 주사위가 일단 던져진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차차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우선 공기업이나 약체 중소기업들에서 비정규직 실직자들이 마치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들에서 적게는 31명, 많게는 148명에 달하는 취업 2년을 채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지난달 30일 해고 통보를 이미 받았다. 게다가 주공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까지 300명을 단계적으로 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업이 이런데 민간 기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으며, 더러는 공기업보다도 더 가혹하고 매정할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한마디로 여력이 너무도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실직자들의 가계는 파탄에 직면할 수밖에 별무 도리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해고대란이 몰고 올 실직자들의 가계 파탄은 생활고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겠지만, 이는 결코 실직자들 개개인만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파급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심각하고도 큰 국가적 이슈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누구의 잘잘못이나 누구 탓 타령보다, 우선 불난 집의 불부터 끄고 사람 목숨을 구해야 하듯이, 다급한 해고대란을 막고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도 화급하고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기에 여야는 우선 불부터 먼저 끄는 심정으로 화급한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기간 문제부터 먼저 풀어 대량해고 사태를 일단 막은 뒤 그 다음부터 차례로 대화와 타협으로 하나하나씩 풀어 나가는 성숙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이 국민은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의 자격과 역량 등에 대한 진가를 재삼 곱씹어보며 올바른 평가를 내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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