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처럼 한 번 뜨겁게 끓어도 그 열기가 오래 가지 않는 민족을 두고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만큼, 한국인들은 어떤 이슈에 반응하는 태도가 다른 민족에 비해 뜨겁다. 이러한 모습은 열정의 응원문화로 둔갑, 하나가 되는 통합의 시절도 있었다. 반면, 인터넷이 발달하고 익명의 게시판 문화가 확산되면서 ‘악플러’가 탄생하고,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을 관심의 척도로 받아들이는 방송·드라마·인터넷 등 미디어의 횡포는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미디어가 낳은 논란을 살펴본다. 방송…막말·욕 논란 끊이지 않아 7월 5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은 방송에 부적절한 ‘육사시미’(육회) 단어가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제작진의 해명과 사과가 이어졌지만, ‘육사시미’는 하루가 지나도록 네이버 등 국내의 주요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순위를 차지하며 논란이 식지 않았다. 앞서 <1박2일>은 3월 15일 방송에서 MC 강호동이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전파를 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문제의 장면은, 강호동이 저녁식사 내기 족구 경기에서 자신에게 넘어온 공을 배구 리시브하듯이 손을 갔다 댔다는 판정을 받자, 배로 리시브를 했다고 우겼는데, 이 와중에 강호동의 발음이 욕설처럼 들렸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제는 일파만파 커졌다. <1박2일>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비난은 거세졌고, 결국 이틀 뒤인 17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문제의 장면 편집영상과 원본영상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 같은 ‘욕설 논란’은 유독 KBS에서 많이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정환의 욕설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상상플러스 시즌2> 1월 20일 방송분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린 바 있다. 신정환은 방송 후 해당 게시판에 “먼저 내 부주의로 인해 시청자들의 심기에 불편함을 드린 점,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그룹 ‘소녀시대’도 지난달 27일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 사전 녹화 당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멤버 윤아가 티파니의 치마를 들춰보는 모습이 ‘티파니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싸이월드에 올라오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논란이 채 줄어들기 전에 제시카가 ‘욕설 논란’에 휩싸여 라디오 방송에서 직접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드라마…‘놈’ ‘년’ ‘새끼’ 등 욕 버젓이 막장 드라마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내의 유혹>, <조강지처클럽> 등은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방송 내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막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의 드라마는 막장도 모자라 욕설이 난무하고, 범죄 장면까지 방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아침 드라마를 대상으로 방송언어 사용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방송 3사의 아침 드라마 모두 ‘사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많이 사용하는 욕설·비속어·저속한 표현 등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또한, ‘놈’ ‘년’ ‘새끼’ 등의 용어가 상대방을 비하하는 의도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었고, 특히 KBS2 <장화홍련>(오전 9시)은 “개새” “씹어져쳐”, MBC <하얀 거짓말>(오전 7시 50분)은 “발라 먹을 수도 없구” “삼식이 쌈 싸먹는 소리”, SBS <녹색마차>(오전 8시 30분)는 “변태 새끼” “개길래” 등 저속한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언어 표현들은 극중 상황과 인물 설정을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 부적절한 언어 표현도 상황 전개상 필요할 수 있지만, 방송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러한 표현들을 남발하거나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극 <시티홀>은 ‘버거킹’을 ‘버킹검’, ‘본죽’을 ‘봄씨네죽’, ‘멕시카나 치킨’을 ‘멕시코와 나 치킨’으로 변경하는 등 협찬사나 해당 브랜드를 인지 가능한 상태로 반복 노출하거나, ‘졸라’ ‘년’ ‘새끼’ 등 비속어·욕설 등을 등장 인물들이 일상용어처럼 말하는데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욕은 약과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에 범죄 장면이 노출돼 충격을 준 드라마도 있다. 7월 3일 방송된 MBC 일일극 <밥줘>(오후 8시 15분)는 부부 강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문제의 장면은 극중 선우(김성민 분)가 아내 영란(하희라 분)의 이혼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다가, 영란이 격분하자 영란을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마치 아내가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제로 한 것처럼 연출됐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에 화들짝 놀랐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어떻게 저런 장면을 드라마에서 내보낼 수 있는가”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영란이 선우를 방에 감금하고 가출하는 장면도 논란이 된 바 있다. 22~2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효자 드라마 <하얀 거짓말>은 아이의 양육권을 서로 갖기 위해 납치·유괴를 일삼는 것도 모자라, 결방을 앞두고 어머니가 아들을 옥상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참상을 연출해 충격을 줬다. 한편, 영화 <친구>를 드라마로 만든 MBC 주말극 <친구, 우리들의 전설>(오후 10시 50분)은 잔인한 폭력 장면으로, 웰 메이드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오후 7시 55분)은 여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형제의 삼각관계로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인터넷…고소(告訴) 열전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에 “감옥에 가거나 자살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고인의 사후에 뒤늦게 알려지며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네티즌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월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6·25에 나는 통곡합니다’라는 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키려 “투신자살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김 교수처럼 누가 뭐라고 하건 눈도 깜짝하지 않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나눈 신경전 때문에 법의 힘을 빌리는 부류도 눈에 띈다. 소설가 이외수는 지난달 29일 인터넷 포털 디시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 자신에게 모욕을 준 악플러를 고소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이외수는 왜 고소를 하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욕설·비방·조롱도 거부하고 악플러들의 사과도 받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외수는 7월 1일 오후 야후코리아 생중계 프로그램 <송지헌의 사람IN>에 출연,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대응하지 않으면 동일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며, “최근 많은 연예인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악플로 인해 자살하는 현실에서 악플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지난달 9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7월 1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변 대표는 고소장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부실운영 실태를 정당하게 취재해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진 씨가 ‘변듣보’라며 나를 욕하고, ‘윗선’과 공모해서 거짓 폭로를 했다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신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이라고 지칭한 모 인터넷 방송 여성 앵커와 이 단어를 그대로 인용·보도한 기자 2명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변 대표로부터 고소당한 진중권 교수는 “변희재 대표가 일반 네티즌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경우, 몇천 명이 됐든 나를 욕한 우파 네티즌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희재 대표는 7월 8일 빅 뉴스 칼럼에 “진중권의 네티즌 고소? 내가 도와주마”(부제: 패거리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미성숙한 논객의 종말)라는 제목의 장문을 올리고, “차라리 신문협회·인터넷신문협회·인터넷기자협회·인터넷미디어협회에서 앞으로 진중권의 허접글을 절대 보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주면 나야말로 진중권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