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이종구심장내과 원장·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지난호에도 설명했듯이, 적당량의 음주(moderate drinking)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는 100편 이상이며, 그렇지 않다는 연구 논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와인(wine)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고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와인이 맥주나 증류된 술보다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견이 많다. 와인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는 프랑스인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미국인의 약 절반이며, 영국과 북유럽국에 비해서 약 3분의 1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불리우는데, 그 원인은 프랑스 사람들이 거의 매일 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간경화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프랑스에 더 많다. 와인이 다른 주류와 차별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포도의 껍질과 씨에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적포도뿐만 아니라 홍차·코코아·초콜릿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감소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코코아에 많이 들어 있는 플라보놀(flavonol)은 산화질소(nitric oxide)의 합성을 통해 혈관을 확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엔도셀린(endonthelin:ET-1)은 혈관 수축, 내피세포 기능의 악화, 백혈구 응착, 혈관평활근의 증식 등 나쁜 작용을 하는데, 플라보놀이 ET-1을 억제한다고 보고되었다. 이 외에도, 플라보놀은 강한 항산화 작용과 항응고 작용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와인이 다른 주류에 비해 효과가 우수하다는 가장 낙관적인 연구로 코펜하겐 심장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 30~70세의 남성 6,051명과 여성 7,234명을 10~12년 간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와인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49% 감소하였다. 그러나 맥주와 위스키 같은 증류된 술은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한다고 보고하였다. 유사한 또하나의 연구는 카이저 의료센터에서 발표하였는데,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맥주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적다고 보고하였다. 와인과 다른 주류가 심근경색 예방에 차이가 없다는 대표적인 연구에서는 3만8,077명의 남성 의료인을 12년 간 추적한 결과, 술을 1주일에 1잔 이하로 마신 군(群)과 1주일에 3~4일 또는 4~5일을 마신 군을 비교하였는데, 1주일에 1잔 이하로 마시는 군에 비해 3~4일 마신 군에서 심근경색 발생률은 32% 감소하였으며, 4~5일 마신 군에서는 37%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이 위험률은 알코올을 마실 때 10g 이하를 마신 군과 30g 이상을 마신 군에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주류의 종류는 심근경색증 예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모든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2개를 소개하였다. 앞에 언급한 연구팀이 1996년에 발표한 종합 분석에 의하면, 12개의 전향적 연구 중 4개의 연구에서는 와인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반면, 4개의 연구에서는 맥주가 예방 효과가 있었으며, 4개의 연구에서는 위스키 종류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고 보고하였다.
2001년에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와인과 그대의 심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와인이 다른 주류에 비해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가 확실히 더 우수하다는 증거는 없으며, 포도 주스를 마심으로써 적포도주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였다. 그 후 2002년에 이태리의 역학 연구자들이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1일 와인 섭취량 150ml(알코올 함량 18g)까지는 혈관 질환을 32% 감소시킨다고 보고하였으며, 맥주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해 하버드대학의 연구진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즉, 와인을 선호하는 유럽 팀은 와인의 손을 들어준 반면, 정류된 술을 더 많이 마시는 미국 팀은 무승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결론 술과 와인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와인 또는 다른 술을 하루에 1~2잔 또는 1주에 10~14잔 마시면 금주자에 비해 심혈관 질환(심근경색증·뇌경색증)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소량(1주일에 한 잔 이하)으로 마시는 것보다 적당량(1주일에 4~5일)을 마시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은 알코올 대사작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성의 약 2/3의 양이 추천된다. ? 와인이 다른 주류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보이나,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 ? 이 모든 연구 결과들은 관찰적 연구이며, 엄격한 임상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기대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와인과 술을 소량 마신다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률이 높은 사람(50세 이상, 흡연자, 당뇨병·고혈압 환자 등)에게 효과적일 것이다. ? 과음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의사들이 환자에게 무조건 술을 끊으라고 충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 와인과 술은 1달에 1~2번 대량으로 마시는 것보다 소량을 자주 마시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이다. ?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와인과 위스키의 논쟁에서 프랑스의 와인상공회와 미국의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홍보 자료를 배포하는 등 은근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