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강타할 한국판 재난영화가 온다. 설경구·하지원·박중훈·엄정화 주연의 영화 <해운대>가 그 주인공. <해운대>는 매년 여름 100만 인파가 모이는 우리나라 대표 휴양지 해운대에 시속 800km의 쓰나미가 덮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설정으로,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괴물>(봉준호 감독)을 능가할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올 여름의 무더위를 영화 <해운대>로 가볍게 날릴 수 있을까? 7월 15일 <해운대>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그 가능성을 점쳐본다. 7월 23일 개봉. 할리우드식 영웅주의에서 탈피한 <해운대> 영화 <해운대>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등 그 동안 코미디 영화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 감독은 7월 1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기존 할리우드 재난영화와 다른 점이 많이 발견된다”는 평가에 대해, “할리우드식 영웅주의가 싫었다”면서,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기본 틀에서 탈피해 ‘사람 냄새’가 나는 재난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확실히 <해운대>는 한 명의 인물을 영웅으로 내세워 감동을 자아내는 <투모로우> <딥 임팩트> <타이타닉> <데이라잇> 등의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와 다르게, 딱히 이렇다 할 주인공이 없는 신기한 영화이다. 또한, 기존의 재난영화들이 정부와 해당기관과의 마찰이나 협조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해운대>에는 해양연구소 소속 지질학자 김휘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을 영화에 많이 할애해 인간적으로 다가가려 한 흔적은 엿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도 파도는 칠 줄 모르고, 각 캐릭터의 재밌는 에피소드에도 웃음이 아닌 비웃음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대체 쓰나미는 언제 나올 거냐”며 비아냥거릴 때나 되어야 쓰나미의 공포는 시작된다. 그래도 후반전은 강력하다. 식상한 내용, 감동을 쥐어짜는 진부한 내용이라는 판단에 앞서, 화려한 쓰나미의 공포와 자연 앞에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 죽음 앞에서야 서로를 용서하는 등장인물들의 어리석음, 쏟아 붓는 바닷물처럼 제멋대로 눈앞을 가로막는 눈물 등 눈 깜짝할 새에 경기는 끝나버린다. 특히, 세계적인 CG 프로듀서 한스울릭이 소속돼 있는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한 대규모의 물 CG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 한스울릭은 <스타워즈> 시리즈,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CG를 담당해 왔으며, 특히 물 CG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물이다. 윤제균 감독은 “진심을 담아 약 5년 간 <해운대>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봐달라”라고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해운대> ‘사람 냄새’(?)의 주범들 영화 <해운대>의 언론시사회. 많은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윤제균 감독을 비롯하여 설경구·하지원·박중훈·이민기·강예원·김인권 등의 주연배우들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배우 모두 물과 관련된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어땠나? 딸을 구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특수 촬영장에서 10일 동안 촬영했다. 나는 성인이고 참을 만했지만, 딸 역의 유정이가 안쓰러웠다(박중훈). 물을 무서워해 물에서 놀 줄을 모를 정도였다. 정말 고생스러웠다. 원양어선 장면은 5일 동안 찍었는데, 물 8톤을 다 쏴 당황한 적 있다(설경구). 워낙 액션에 단련된 몸이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극중 전봇대에 매달려 설경구 선배님을 구하는 장면에서 선배가 자신의 체중을 내 팔에 다 싣는 바람에 팔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물보다 설경구 선배가 더 무서웠다(하지원). 감독님이 “수영은 당연히 할 수 있지?”라고 물어서 그렇다 했지만, 막상 첫 촬영날 수영을 해보니 못하겠더라. 그래서 난감했다(이민기). 수영은 원래 잘하는데, 바다 한가운데 이민기 씨와 둘이 구조대원 없이 빠져보니 덜컥 겁이 나더라. 그때부터 물이 겁나기 시작했다. 바다 수영을 할 때는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정신적으로 많은 공포감이 왔다(강예원). 바다에 빠진 마지막 장면은 겨울이 다 돼 찍었는데, 정말 추웠다. 그래서 초콜릿 한 통을 다 먹고 살이 쪄 그 살이 지금까지도 안 빠지고 있다(김인권). 사투리가 가장 잘 구현된 작품 같다. 사투리 연습은 어떻게 했나? 태어나서 이토록 사투리 쓰는 분들이 부러운 적은 없었다. 부산분을 감독님에게 소개받아 서울로 올라오게 한 다음 맨투맨으로 교습을 받았다. 녹음해서 느리게 반복해 들었다(설경구). 사실 사투리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했다. 매일매일 녹음해 얼마만큼 실력이 발전하고 있는지 체크했다(하지원). 김해 출신인데, 다른 배우들에게 사투리 가이드 역 했나? 물론 20년 정도 썼던 말이라서 다른 배우들처럼 들으면서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다들 워낙 잘해서 가끔 한 분씩 물어오면 내가 헷갈릴 정도였다. 혹시 내가 잘못 쓰고 있나 싶어서 말이다(이민기). 흥행 예상은? 관객 예상은 일부러라도 한 적이 없다. 왠지 건방지다. 그저 겸허히 기다리는 마음이 겸손한 것 같다. “이럴 것이다” 하고 예상하면, 있는 복도 날아갈 것 같다. 예상하는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박중훈). 하지원과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하지원이 윤 감독의 페르소나인가? 하지원과 같이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기쁠 때 잘해주는 사람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잘해주는 사람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낭만자객>을 실패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떠나갔다. 모든 여자배우들이 손을 뿌리쳤지만, 지원이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1번가의 기적>에 출연해줬다. 하지원이 얼마만큼 잘 되던 못 되던 간에 영원히 같이 하고 싶다(윤제균 감독). 극중 과격한 사랑을 연기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에 (강예원에게) 입술을 물렸을 때, 촬영 초반이라 그랬는지 너무 세게 물려서 너덜거렸다. 정말 아팠다(이민기). 촬영 신 중에 소주를 마시고 연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술을 잘 마시는 이민기 씨가 ‘9시 뉴스’라는 폭탄주를 억지로 먹이고 촬영하게 했다(강예원). SYNOPSIS 2004년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사상자를 내며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 분)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로 만식은 연희(하지원 분)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겨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연희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희에게 멋진 선상 프러포즈를 한다. 만식의 동생이자 해운대 해양구조대원인 형식(이민기 분)은 해양 순찰을 돌던 중 바다 한가운데에 빠져 허우적대던 희미(강예원 분)를 발견, 구출한다. 자신을 구해준 순수한 청년 형식에게 반한 희미는 형식을 향해 저돌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형식 역시 그런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분)는 해운대 일대 지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해 해운대를 찾는다. 여기서 그는 7년 전에 이혼한 아내 유진(엄정화 분)과 딸 지민(김유정 분)을 우연히 만나지만, 지민이 아빠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커리어우먼 유진은 바쁜 일로 인해 어린 지민을 혼자 두기 일쑤이다. 한편, 그 순간에도 바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마침내 김휘의 예상대로 일본 대마도가 내려앉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된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에게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