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국내외 관광객이 붐비는 이때, 서울 충무로·명동 일대와 충청북도 제천 등지에서는 특색 있는 국제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각 영화제의 이모저모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영화배우 이덕화의 인터뷰를 담았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2007년 시작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이하 충무로영화제)가 올해로 3회를 맞이했다. 8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9일 간 진행되는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키워드 아래, 어제의 고전영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최신작·화제작들을 통해 오늘과 미래를 조망하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제3회 충무로영화제의 개막식은 8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폐막식은 9월 1일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나탈리 포트먼의 감독 데뷔작이자 이반 아탈·이와이 순지 등 세계적인 감독이 참여하고, 올랜도 블룸·샤이아 라보프, 에단 호크·앤디 가르시아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주목받은 옴니버스 영화 <뉴욕, 아이러브유>로 선정됐다. 그 밖에 총 40개국 214편의 영화가 충무로영화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충무로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충무로 오퍼스’는 2009년까지 2편 이하의 작품을 만들었던 전 세계 신예감독의 모든 장르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창의적인 작품을 시상하게 된다. 시상 부분으로 최우수작품상·감독상·남자배우상·여자배우상, 그리고 관객이 뽑은 액션영화상 등 총 5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총 20만 달러의 상금과 스와로브스키에서 특별히 제작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제3회 충무로영화제는 크게 4개의 메인 섹션과 4개의 특별 섹션, 그리고 스페셜 갈라로 구성돼 있다. 메인 섹션은 옛 추억을 살필 수 있는 고전, 경쟁 부문인 ‘충무로 오퍼스’와 함께 작품성과 흥행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선정된 전 세계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새로운 형식과 참신한 영상미학을 보여주는 ‘포럼’ 부분으로 구성됐다. 메인 섹션의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영화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의 팜므파탈과 한국 영화계 거장 신성일의 옴므파탈적 면모를 만날 수 있는 ‘회고전’, 90년대와 2000년대 아시아 액션 영화의 조류를 살펴볼 수 있는 ‘씨네 아시아’, 상품성이 높고 대중적인 영화로 구성된 ‘올댓 시네마’, 유수의 영화제에서 사랑을 받은 예술성 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씨네 도떼르’,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90년대 이후의 체코 영화와 남미 작품을 볼 수 있는 ‘씨네 포럼’ 등이 준비돼 있다. 특별 섹션은 극영화에서 맛볼 수 없는 살아 있는 인생과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씨네다큐’, 열정적인 영화광들이 공포영화와 함께 마지막 여름밤을 지새울 수 있는 ‘미드나잇-뉘 블랑쉬’와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는 대학생영화제 ‘시네 스튜던트’ 등이 준비돼 있다. 각각의 개성과 표현방식을 지닌 다양한 애니메이션은 가족·연인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놓칠 수 없는 영화제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가장 최근에 완성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화제작을 준비한 ‘스페셜 갈라’도 영화 팬들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 속에서 즐기는 영화 문화제를 표방하는 만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무료 행사도 마련돼 있다. 남산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수준 높은 문화공연 <남산공감>, 서울시청 광장에서 즐기는 영화상영회 <별이 있는 필고라>, 명동 한복판 야외 무대에서 영화제에 참석한 유명 감독 및 배우를 만나는 프리스타일 토크쇼 <칩칩톡톡> 등 늦여름 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풍성하다. 이번 영화제는 대한극장·명동CGV·동대문 메가박스·명보아트홀 등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주요 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막식 입장권은 8월 초부터 온라인 초청 이벤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폐막작을 포함한 일반 상영작 입장권은 10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지난 2005년 시작된 충북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영화와 음악, 자연의 조화라는 컨셉트와 알찬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불과 4년 만에 특성화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제경쟁 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섹션을 신설해 다양한 해외 음악영화를 선보여 호평을 받으며 국내외적으로 영화제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국내 음악영화를 활성화하고 인재 발굴을 목표로 신설된 ‘음악영화 사전제작지원’ 사업에도 높은 참여와 관심이 모아져 ‘음악영화’의 장르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 간 TTC복합상영관·청풍호반무대 등에서 35개국 8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제는 총 9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개막작은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감독 조 라이트가 연출한 <솔로이스트>가 선정됐다. <솔로이스트>는 삶에 지친 LA 타임즈 기자와 삶의 길을 잃어버린 천재 음악가의 우연한 만남과 우정, 그리고 음악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휴먼드라마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기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실제 뮤지션이자 2005년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제이미 폭스가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두 주인공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음악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경쟁 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은 장르의 구분 없이 참신하고 재능이 돋보이는 음악영화 총 10편이 소개된다. 대상에는 1,000만 원,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500만 원이 수여된다. 대상작은 폐막작으로 특별 상영된다. 이 밖에도, 총 11편의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 또는 극의 전개에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된 동시대 극영화를 통해 영화적 재미와 음악적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문인 ‘시네 심포니’, 음악 관련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부문인 ‘뮤직 인 사이트’, 매년 음악과 관련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음악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는 영화로 구성되는 부문인 ‘주제와 변주’, 한국에서 제작되는 최신 음악소재 장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섹션인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영화음악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기억하고, 영화의 오랜 동반자였던 영화음악 거장들의 예술혼을 재확인할 수 있는 부문인 ‘제천영화음악상 특별전’, 가족영화·애니매이션·뮤지컬 영화 등 휴양 영화제에 맞는 가족 중심의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인 ‘패밀리 페스트’,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국내외 감독들의 단편영화 중 음악을 소재로 한 우수 단편영화를 초청 상영하는 ‘음악단편 초대전’ 등이 여름철 영화 팬과 관광객을 기다린다. 또한, 청풍호반 무대에서 영화에 맞춰 라이브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섹션인 ‘특별 프로그램 시네마 콘서트’도 마련돼 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덕화 인터뷰 Q&A
8월 24일 개막되는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덕화가 영화제 운영에 애로사항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이 영화제의 운영위원장을 지냈었다. 7월 15일 오전 11시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제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덕화는 인사말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덕화는 “지난해 영화제를 크게 해보겠다는 욕심에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번에도 작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큰 소리로 사과의 말씀 드리겠다”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다시 이렇게 좌판을 벌여놓고 도와 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부끄럽다”면서도, “이번 한 번만 속아 달라. 영화제 준비는 야무지게 했다”고 당부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제2회 운영위원장에 이어, 3회에도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과 포부를 들려 달라. 지난해 한국 영화계가 신구의 화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영화인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에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각종 인터뷰 자리를 마다 않고 나갔고, 선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영화제를 알렸구요. 지난해가 영화인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일에 매진했다면, 올해는 그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대중적인 관심을 높이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충무로영화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에 당선됐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협회와 영화제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영화배우협회는 존재 가치에 의문을 가질 정도입니다. 이런 말 하면 누워서 침 뱉기이지만, 협회비가 한 달에 5,000원입니다. 1년이면 6만 원이구요. 그런데 100여만 원 안 낸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왜 회비 안 내세요”라고 물으면, 십수 년 동안 출연 한 편 못하는데 무슨 회비를 내느냐고 말합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더군요. 그리고, 협회에는 젊은 친구들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애를 써도 화합도 안 되구요. 협회에 오는 일 자체를 꺼립니다. 배우협회는 재원이 ‘제로’입니다. 오죽하면 이번 영화제에서 (재원을) 할애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습니다. 사무실 유지비도 없으니 말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배우들을 동원해 영화제를 빛내 달라 부탁하고 싶어도 누구 한 명 돌아가실까봐 감히 말도 못 하겠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 나이 드신 분들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젊고 유명한 배우들이 앞줄에 앉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 뒤에 앉아 박수도 쳐주고 말입니다. 저의 바람입니다. 이번 영화제에는 연로하신 원로들은 많이 참여할 것입니다. 날이나 좋았으면 좋겠는데, 걱정입니다. 지난해 영화제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제 영달을 위해 한 일이 아닌데, 일이 뜻대로 안 되고 답답해서 병까지 앓았습니다. 아이들이 홍역 치르듯 눈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아팠어요. 사표도 제출했었죠. 인사 초청도 답답합니다. 개런티를 안 주고는 영화제에 모시기 어렵습니다. 지난해에는 실수할 뻔 했습니다. 특히, 외국 배우들은 비행기를 탈 때까지 믿을 수 없더군요. 하루하루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들은 출연 작품을 개봉일에 맞출 때를 제외하고는 초청할 수가 없습니다. 예산도 많이 부족하구요. 격을 맞추려다 보니 답답한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의 감독과 배우들은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흥분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에 비해 작품의 질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이런 영화제가 배우들에게 특별한 힘을 작용하는가? 득이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영화계와 연기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득이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기자들 대개가 프로덕션에 소속돼 있어 초청하려고 해도, 배우가 오고 싶어도 프로덕션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영화제 준비에 가장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 연기자를 모으는 일인데, 죽어버릴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이 32살인데, 섭외하는 연기자 중에는 아들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습니다. “영화가 잘 되자고 하는 일이니 호응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사정해야 하죠.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득이 있어야 합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이 있다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경쟁 부문을 다양한 나라와 폭넓은 부문으로 확대해서 세계인의 이목을 충무로로 집중시켜 세계 문화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국제영화제가 될 것입니다. 중구의 지역적 축제가 아닌, 우리나라 국민 모두와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연계해 영화의 거리에 충무로 영화특구 지정, 시네마콤플렉스·테마파크 건립 등을 추진하여 관객과 영화인의 만남의 장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다시 찾고 싶은 영화제가 되며 충무로를 구심으로 중구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세계 문화 교류의 중추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