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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지위불안정·눈치보기 기간제 교사의 삼중고

교무실은 ‘가시방석’…학부모와 학생들 ‘언니’라 부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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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7호 박성훈⁄ 2009.07.21 15:33:35

“출산 휴가를 떠난 담임선생님을 대신해 새로 온 김꼭지 선생님은 참 이상하다. 점심시간에 교무실에 가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식물도감을 읽는다. 수업이 끝나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아이들 사이에 끼어 청소를 돕는다.” 이 내용은 <왕따선생님 구출하기>(이하늬 지음)라는 동화책의 일부이다. 책 속의 주인공 연두는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혼자 있는 김꼭지 선생님을 본다. 하지만 김꼭지 선생님은 교실에서만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연두는 2년 전에 처음 전학왔을 때 왕따를 당했던 기억이 있는 터라, 이 ‘왕따’ 선생님을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이 동화에 묘사된 기간제 교사가 다른 교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은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두 종류의 선생님, 정교사·기간제 교사 학교에는 두 종류의 교사가 있다.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가 그들이다. 원래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일정 기간 이상 휴직·휴가를 내거나 유고가 발생하면 임시로 결원을 채우기 위해 근무하는 임시교사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999년 명예퇴직이 폭증해 초등 교사가 극도로 부족해지면서 기간제 교사라는 유형의 근무형태가 생겼다. 당시에는 교사 수가 부족해 기간제 교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금은 임용고시 경쟁률이 1:2를 넘어설 정도로 교사의 수요가 많다. 따라서, 지금은 교사도 ‘정규직-비정규직’ 식으로 나뉘게 됐다.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들이 불안정한 신분과 낮은 처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교사 김모 씨는 일주일에 25시간씩 전 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일주일 평균 20시간 수업에 한 학년만 담당하는 정교사와 비교해 노동강도는 센 편이다. 김 씨는 1학기에 수업 방식과 내용 개선을 위한 연구수업도 맡았다. 김 씨는 이 외에도 교실 정리, 커피 타기 등 관련성 없는 업무를 맡을 때도 있다고 한다. 정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잡무에 시달리는 등 홀대받고 있다. 경기 지역 공립학교의 한 기간제 교사는 “교무실에서의 차별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며 “기간제 교사도 교편을 잡은 이상 정교사와 같은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립학교 전체의 91% 기간제 교사 채용하기도 일부 사립학교들은 신규 교사의 대부분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기도 한다. 경기도 교육청 관내 일선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전체 교사 3만3,234명 중 2만6,920명으로 전체의 8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관내 일선 초등학교의 80% 이상의 여교사 중 출산 등 장기휴가에 따른 결원 충원을 기간제 교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 중 4,091명이 기간제 교사로 충원되어 여교사들 자리의 15% 이상을 대신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이 충원된 사유는 정교사들의 휴직이 1,875건, 파견이 33건, 병가가 725건, 산가가 1,217건, 미배치 231건 등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학교 교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립 초·중·고교가 반드시 정교사로 채용해야 할 인원 가운데 83%가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의 퇴임·승진·면직 등에 의한 결원은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반드시 정교사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사립학교 교원 결원 인원 6,397명 중 5,336명이 모두 비정규직 교원으로 채용됐다. 경남 지역에서 올해 채용된 사립교원 691명 가운데 91.6%인 633명이 기간제 교사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 중에는 퇴직으로 발생한 결원 인원 중 92% 가량을 기간제 교사로 채우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공립학교 중에도 이런 형태의 교사 임용을 하는 학교도 있다. 권 의원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는 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직이 잦다”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비정규직 교원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전국 학교에서 수업 중인 기간제 교사는 2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학교에서 하루 2~3시간씩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형식의 교사도 생긴다. 지난 1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시간제 교사’ 제도를 이르면 올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처럼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반일·격일 등 일부 시간만 수업을 하게 된다. 1년 범위 안에서 임용하되, 필요한 경우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시간제 교사 제도가 시행되면 기간제 교사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학 휴직 교사는 월급 받고, 기간제 교사는 실직 임신이나 파견 등의 이유로 학기 중 휴직한 초·중·고 교사 3명중 1명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복직하여 기간제 교사들이 부당한 해고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10일 공개한 ‘정규직 교원 복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학기 중 휴직한 뒤 방학기간에 복직한 교사 비율은 전체 휴직 교사의 22.2%로 나타났다. 2006년과 2007년에는 방학 중 복직한 교사 비율이 각각 32.6%, 33.5%에 달했다. 방학에 복직한 교사는 별다른 업무 없이 월급을 챙기게 된다. 그러나 휴직 기간에 정규직 교사를 대신했던 기간제 교사는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에 대한 조항이 없어 기간제 교사가 학교와 체결한 임용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정규직 교원이 복직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기간제 교사 모임에는 ‘복직원 내러 오신 선생님이 이틀 뒤면 방학이라고 좋아하더라’ ‘계약할 때에는 1년 계약이라고 해서 철썩같이 믿었는데, (정규직 교사가) 갑자기 복직하겠다고 해 계약이 만료됐다’와 같은 사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지역별로 지난해 방학기간에 복직한 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 지역인데 47.5%나 됐다. 충남(45.1%)과 경북(44.6%), 전남(31.3%) 지역도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서울과 광주 지역은 각각 9.8%와 9.9%로 비교적 낮았다. 특히 전국적으로 방학 기간에 복직하는 교사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전남 지역은 2006년 23.2%, 2007년 28.1%를 기록한데 이어 2008년 31.3%로 오히려 증가했다. 14호봉으로 제한된 기간제 교사의 임금 기간제 교사들은 일반 정교사와 같은 시간의 노동을 하고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기간제 교사의 봉급은 최고 14호봉이다. 즉, 5년 이상의 경력은 그대로 삭감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기간제 교사의 봉급을 14호봉으로 제한한 데 대하여 지적을 한 바 있다. 2005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의 한 기간제 교사가 “경력과 관계없이 봉급액을 최고 14호봉으로 제한한 지침은 기간제 교원에 대한 차별적 규정”이라며 제기한 사건을 두고, 인권위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부산교육청은 교육공무원법상 기간제 교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임용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봉급을 최고 14호봉으로 제한했다. 이에 인권위는 기간제 교원에 대한 봉급은 대통령령인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정규 교원과 같은 방법으로 경력 등에 따라 산정 지급하여야 한다는 부분을 들어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호봉 수와 관련된 임금 책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학교는 기간제 교사에게 편법을 써 방학기간에는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는 박모 씨는 “기간제 교사를 하며 방학 중에는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로 계약을 맺을 당시 6개월 또는 1년을 했지만 그 사이 방학이 끼어 있을 때에는 학교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기간제 교사 이모 씨는 “방학 중에는 당연히 월급이 나오지 않는 줄 알았다”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기간제 교사들이 받는 또 다른 불이익은 호봉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기간이 채워질 경우 호봉이 올라가 다른 기간제 교사 자리나 정식 교사가 됐을 때 그만큼의 경력을 인정받지만, 방학기간이 제외 될 경우 제외된 기간만큼 더 시간이 소요돼 경력 쌓기가 힘들어진다. 기간제 교사를 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고용 전권을 가지고 있는 학교 측에 꼬투리 잡힐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유지하려면…” 인사권자 눈치보기도 기간제 교사들은 교장·교감이나 사립학교의 이사장 등 인사권자에게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된다. 계약 기간을 주로 1년 단위로 하고, 계약할 때마다 호봉을 책정하기 때문에 교장·교감에게 잘보이지 않으면 다음해를 기약할 수 없다. 정규직 교사의 경우 교장과 교감에게 인사권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교사 업무에 자유로울 수 있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사적 업무에도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교장에게 양주나 갈비·현금 등 뇌물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회식 자리도 그리 편치 못하다. 한 기간제 교사는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이 대놓고 시집 안 간 여선생들은 끝까지 남으라고 말한다”면서 “기혼 여선생님들은 적당한 때 눈치를 보고 빠져 나가지만, 미혼의 여선생이 가려고 하면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술자리 회식에서 술 따르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2차로 노래방이라도 갈 경우 교장 또는 교감선생님들과 불루스를 춰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도 임용이 끝나는 날까지는 학생에게 지식과 교양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기간제 교사의 임용은 학교장이나 이사장 등에게 인사권이 주어져 있다. 학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온갖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게 되는 게 기간제 교사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지역 교육청에서 일괄 모집공고를 내서 기본 자격을 갖춘 교사들을 종합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에서 일괄 모집을 한 뒤 기간제 교사를 필요로 하는 학교에 배정해주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교장이나 이사장 등에게 채용을 의존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다음 학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교사들과 똑같은 수업과 업무를 담당한다. 그 와중에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고 또 참는다. 그런 그들에게 학생들에 대한 헌신과 더 나은 교수방법을 위한 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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